[기자의 시각] 언론의 삼겹살 값 ‘호들갑’을 보며
[기자의 시각] 언론의 삼겹살 값 ‘호들갑’을 보며
  • by 김현구

지난해 연말, 기자는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한훈 차관은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으로 농축산부 차관으로 임명된 의외의 인물이다. 잠깐 이야기를 나누다 할당관세 얘기까지 확대됐다.

그가 말하는 물가당국의 할당관세의 추진 과정은 이렇다. 우선 일간지 신문 등에서 물가가 급등한 기사가 일제히 보도되면, 여론을 담당하는 청와대가 기획재정부에 물가 관리 방안을 주문한다. 이에 재정당국은 물가 안정에 가장 빠른 효과를 보기 위해 할당관세를 이용하게 된다는 것. 즉 물가 급등 기사는 국민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주요 관심사로 한돈의 경우 언론에서 ‘금겹살’이 나오게 되면 물가당국의 표적이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이 최근 재현될까 우려스럽다. 올 1~2월 약세를 딛고 3월 들어 한돈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놓치지 않고 주요 언론들은 또 다시 물가당국을 자극하고 있다. 삼겹살이 1인분에 2만원을 육박하는 가운데 앞으로도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기사가 또 다시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삼겹살 소매가가 100g당 2301원으로 지난 2일(2078원)과 비교해 10.7% 올랐다며, 물가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야단법석이다.

한돈 및 축산물은 연말연시 물가 안정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상승한다고 해서 다시 물가 관리 품목으로 표적 관리를 받는다면, 가뜩이나 겨울불황으로 힘든 시기를 겪은 농가들을 다시 주저 앉히는 길이다. 평소의 사이클대로 움직이는 한돈 가격에 주요 언론의 호들갑은 결국 정부의 시장 개입에 단초를 제공할까 우려스럽다. 이에 물가 당국의 행태를 주시하며, 시장 개입을 하지 못하도록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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