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연 보고서] 임야 하천 넓은 지역 양돈장 ASF 위험 높아
[농경연 보고서] 임야 하천 넓은 지역 양돈장 ASF 위험 높아
농경연 ASF 발병 요인 분석 결과

사육‧농가 밀집 낮을수록 발병 확률 커
멧돼지 접근 쉽고 방역 인프라 부족해

지역별로 ASF 발생 위험도 달라
살처분 범위 등 지역 특성 고려를

농가들 살처분 거리 아닌 역학 기준을
농가 92% ASF 백신 적용 의향 있어
  • by 임정은

양돈장이 외따로 떨어져 있거나 임야나 하천이 많은 지역에 위치할 경우 ASF 발생 위험이 높고 농장 주변에 밭이 넓게 분포하는 경우는 반대로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데이터 기반 가축전염병 효율적 대응방안 연구’ 2차년도 과제로 구제역과 ASF를 대상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을 통해 구제역 및 ASF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역체계 개선방안을 연구했다. 그리고 개선 과제 중 하나로 ASF 발생과 확산 위험이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을 구분해 이에 따라 방역 지역 범위 및 살처분 범위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ASF 방역체계-방역 지역=양돈농장에서 ASF가 발생하면 인근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방역지역을 설정하고 각종 방역 조치가 취해진다. 방역지역은 관리지역, 보호지역, 예찰지역을 말한다. 관리지역은 발생농장에서 반경 500m, 보호지역은 반경 3km, 예찰지역은 반경 10km 구역이다. 또 시장·군수·구청장은 가축의 소유자에게 살처분을 명할 수 있는데 △발생농장 및 관리지역 안에서 사육되고 있는 돼지 및 그 생산물 △발생농장 소유자 등이 다른 지역에서 사육하고 있는 돼지 및 그 생산물 △환축을 진료하거나 인공수정한 수의사·인공수정사 또는 환축의 소유자 등과 접촉한 사실이 있는 돼지 중 ASF 감염이 의심되는 돼지 △그밖에 역학적으로 ASF 감염이 의심되는 돼지 등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ASF 방역의 현장 효율성 제고를 위해 탄력적 살처분 적용 및 권역화 개편을 추진하고 중점방역관리지구 개편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탄력적 살처분 적용과 권역화 및 중점방역관리지구 개편을 위해서는 농장별 또는 지역별 ASF 위험도 평가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데이터 기반 ASF 발병 요인 분석=ASF 발병 요인 규명을 통해 중점방역관리지역의 지정과 발병 시 방역 조치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농장 수 및 사육두수, 야생멧돼지 관련 요인 외에도 농장의 경영형태(일관 사육, 비육, 번식 등), 공간적 특성(고도, 주요 축산시설·도로·하천과 농장과의 거리, 소재 지역의 농경지 면적 및 야생동물 서식밀도 등)과 같은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ASF 유입 위험 분석을 실시했다.

패널 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수들의 계수들이 도출됐다. 첫째, 농장과 발생농장 또는 인근 농장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ASF 발생위험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농장의 사육두수가 많아질수록, 그리고 농장이 속한 시군구의 발생농장 수 또는 ASF 감염 야생멧돼지 발견 횟수가 많을수록 ASF 발생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도로로부터 거리가 멀거나 주변에 농장이 적은 경우에도 ASF 발생위험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외딴 지역에 위치한 농장에서 야생멧돼지나 다른 ASF 매개동물과의 접촉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넷째, 농장이 속한 시군구의 밭 면적이 클 수 록 ASF 발생위험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시군구 지역의 대부분이 농촌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밭 면적(경작 면적)이 넓은 곳은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농촌 지역일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야생동물과의 접촉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을 가능성이 높다고 유추할 수 있다. 다섯째, 시군구의 임야나 하천 면적이 넓을수록 ASF 발생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개발된 지역 또는 물과 인접한 지역에서 야생동물과의 접촉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를 활용해 ASF 발생확률을 농장 단위로 추정한 결과 실제 ASF가 발생한 농가들의 발생확률이 미발생 농가들보다 높게 예측됐다. 시군구 단위로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다. 패널 로지스틱 모델이 예측한 ASF 발생확률 상위 50개 지역 내에 2019년 이후 2023년 9월까지 ASF가 발생한 모든 시군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또 다른 모델인 랜덤 포레스트도 실제 발생한 지역들의 발생 확률을 높게 예측했다. 그리고 두 모델 모두에서 2020년 실제 ASF가 발생한 화천을 ASF 발생확률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예측했다.

■ASF 발생 확률과 밀집도=시군구별 돼지 사육 밀집도와 ASF 발생확률 간의 분포를 살펴보기 위해 사육 밀집도로 면적당 돼지 농가 수, 면적당 돼지 사육두수를 이용했다. 22년 4분기 기준이다. ASF 발생확률은 2019~2023년 사이의 연도별 시군구별 추정치의 최댓값을 ASF 발생확률로 간주했다. 기초통계량을 살펴보면 면적당 돼지 농가 수는 평균 0.06농가/㎢이고 면적당 돼지 사육두수는 평균 135.9마리/㎢, ASF 발생확률은 평균 3.1%로 나타났다. ASF 발생확률-밀집도에서도 밀집도가 낮은 지역 중 일부가 발생확률 극값을 갖는 것으로 확인된다. 밀집도가 높아질수록 발생확률 평균값이 3.1%로 수렴했다.

농가 밀집도와 사육 밀집도가 동시에 낮다는 것은 주변에 농장이 없을 뿐 아니라 농장의 규모가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장의 위치가 외지면 야생 멧돼지의 농장 접근이 용이할 뿐 아니라 주변의 방역 인프라가 부족하고 소규모 농장은 상대적으로 방역시설 투자가 미비할 수 있다. ASF의 원인이 야생멧돼지이고 농장 간 바이러스 전파가 제한적인 환경을 고려하면 ASF 발병확률이 높은 지역은 ASF 검출지역 중 사육·농가 밀집도가 낮은 지역으로 범위를 좁힐 수 있다.

■데이터 기반 ASF 효율적 대응 방안=ASF의 차별화된 방역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ASF 방역지역을 설정하고 살처분 범위를 결정할 때 지역별 위험도를 평가해 범위를 축소 및 확대할 수 있다. 지역별 위험도 평가 항목인 지형적 여건, 역학적 특성, 축산업 형태, 야생멧돼지 서식 실태, 계절적 요인 등이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여 ASF 발생과 확산 위험이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을 구분하고 위험도에 따라 방역지역 범위 및 살처분 범위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한편 이번 연구를 위해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농가들은 ASF 살처분과 관련, 신속보다 정밀한 살처분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SF 발병 시 설정되는 방역대와 관련, △적합=50% △축소=44.3% △확대=5.7% 순으로 적합하다는 의견이 다소 높았다. 또 살처분 방식에 대해서는 거리 기준으로 신속하게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26.1%인데 비해 역학 기준으로 정밀하게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73.9%로 월등히 높았다.

또 ASF 백신에 대해 향후 백신이 개발될 경우 접종 의향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92%의 농가가 접종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뿐만 아니라 가축전염병 관련 스마트 장비가 개발될 것을 가정하고 도입 의향을 조사한 결과 전체 농가 중 70.5%가 도입 의향이 있다고 응ㅂ,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성이 높게 조사됐다. 이에 농경연은 방역 당국이 새로운 기술 개발에 대한 연구와 개발을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