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삼삼데이를 맞이한 소회
[칼럼] 삼삼데이를 맞이한 소회
‘삼겹 비계’ 정공법으로 대응
삼겹 위축되면 양돈업 존폐 위기
  • by 김오환

삼삼데이는 2000년 3월 구제역 발생 후 돼지고기 일본 수출이 중단되면서 돼짓값이 급락하자 돈육 소비 제고 방안으로 제안됐다. 이후 삼삼데이는 입소문을 타면서 육류 유통업계의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고, 자조금 관리위가 이를 확대해 양돈업 최고 축제로 발전시켰다. 특히 삼삼데이는 1~2월 설날과 개학으로 약세에 빠진 돈가를 상승세로 전환하는 일등공신이었다.

이에 삼삼데이는 농가와 생산자단체, 유통업계의 연중 큰 대목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삼삼데이 때 비계 많은 삼겹살이 ‘일부’ 공급되고, 고향 사랑 기부 답례품으로 공급된 ‘일부’ 삼겹살에서 비계가 많이 나오자 삼겹살 과(過)비계는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됐다. 특히 일부 삼겹살에서 그러던 것이 대다수 삼겹살에서 그런 것처럼 일부 언론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침소봉대(針小棒大)되면서 양돈농가와 유통업계는 죄인 아닌 죄인으로 몰렸다.

그런 가운데 올해 삼겹데이를 지난주 맞이했다. 필자는 불안했고 초조했고 긴장됐다. 유통업체도 그랬다. 모 업체는 삼겹살 선발에 AI를 활용, 삼겹살 품질과 소비자 신뢰 제고에 안간힘을 섰고, 삼겹살 검수 작업을 대폭 강화했다. 도축장을 운영하고 양돈조합들은 비계 많은 삼겹살이 출하되지 않도록 만만의 준비를 했다.

이제 삼겹살 비계, ‘과다’ 문제는 공론화됐다. 피할 수도 없다. 수입 삼겹은 비계가 일정하고 일률적으로 정형화된 형태로 공급되면서 한돈 삼겹살이 최대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특히 우리가 아무리 삼겹살은 고소한 비계 맛으로 먹는다고 주장한다 해도 소비자들이 따라올리 만무하고, 삼겹 ‘일부’ 비계를 ‘비곗덩어리’로 오도(誤導)할 여지 높은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렇다고 삼삼데이를 없앨 수 없지 않은가.

어디 마트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삼겹 지방을 상중하로 나눠 공급하는 방법이 있다.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안고 있다. 육가공업계의 인건비 상승으로 되레 삼겹 소비를 위축할 수 있고, 삼겹이 고물가 품목으로 인식됨으로써 수입 삼겹에게 시장을 잠식당할 우려가 없지 않다. 또 육류의 지방 자체가 나쁜 것으로 오인(誤認)돼 전반적인 육류 소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삼겹에는 지방이 많아야 한다며 ‘전통적’ 방법으로도 접근할 수도 없다. 진퇴양난이다.

삼겹 지방은 피할 수 없다. 지방을 줄이려면 종돈부터 개량해야 한다. 사실 삼겹에 지방이 없으면 저지방 부위인 뒷다리나 마찬가지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정공법이다. 한돈을 제대로 홍보하는 것이다. 지방을 좋아하지 않으면 뒷다리 안등심 등 저지방 부위를 소비하고, 특히 우리 체내에 지방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지방이 필요한 사람은 삼겹 항정살 등 지방 부위를 소비하라고 말이다. 왜~ 지방을 이유로 삼겹 소비가 줄어들면 한돈의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없고, 그것은 농가의 수익 감소로 이어지고, 나아가 한국 양돈업 존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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