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 ‘겨울불황’에 농가 “더 버틸 힘도 없다”
양돈 ‘겨울불황’에 농가 “더 버틸 힘도 없다”
12~2월 돈가 3년 내 최저
생산비 5천원대 역대 최고
총선 앞두고 물가 관리 한몫
수매 등 현실적인 대책 요구
  • by 김현구

양돈 ‘겨울 불황’의 그림자가 최근 농가들에게 드리우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전히 물가 관리 위주의 정책으로 일관, 돼짓값 상승 때와는 다른 태도를 보여 농가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올 겨울(12월~2월) 한돈 평균 가격(탕박, kg당, 제주 제외)은 4천518원으로 kg당 생산비(한돈협회 추산 5천119원)에 크게 밑도는 돈가가 형성됐다. 특히 올 겨울 돈가는 최근 3년간 비교해 가장 낮게 형성되면서, 생산비 증가와 맞물려 대부분의 농가들이 경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한돈협회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생산성 중위 농가들의 비육돈 두당 손익은 6만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했다. 손익 적자 추정은 1월 평균 돈가(4천386원)가 생산비(5천119원)에 크게 미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월은 손익 적자가 더 가중되고 있다. 2월 기준 한돈 평균 가격은 4천272원을 형성하면서 1월보다 더 악화, 두당 7만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올 겨울 불황이 심화되면서 농가들도 경영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돈협 총회에서 기자와 만난 경남 하동의 한 양돈농가는 “고생산비 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돈가는 겨울 내내 약세를 형성하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구조가 됐다”며 “양돈장 경영 이후 처음으로 집 담보 대출을 통해 힘겹게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농가들에게 지금 필요한 사료구매자금은 4월경에나 지원될 수 있다고해 피가 마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충남의 한 양돈농가도 “돈가도 약세이지만 더욱 힘겨운건 높은 사료비 영향이 크다”며 “사료값이 고점 대비 다소 하락했지만 상승세 이전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돈가도 낮아 현재 수익이 없어, 대출을 갚기도 버겁다”고 하소연했다.

온라인 양돈 커뮤니티에서도 고충은 이어지고 있다. 한 양돈농가는 “새벽부터 일어나 밤 늦게까지 열심히 일을 하지만 월 수천만원씩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며 “수매 등 현실적인 대책이 없다면 농가들은 도산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한돈업계는 그동안 양돈 불황의 경우 생산성 증가 노력에다 1등급 이상 상위 등급을 받으면 생산비 이하 돈가 속 손실을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번에는 농가의 자구책은 소용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kg당 생산비가 돈가보다 1천원 높은 현 상황에서는 MSY 25두 농가도 버틸 재간이 없다는 것.

이에 한돈업계는 정부가 나서 수매 등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한돈가격 강세 때는 할당관세 등 신속한 조치가 시행된데 반해 약세 형성 때는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수매 대신 할인 행사 연장 만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고 농가들은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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