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아시아 양돈, 환경 다르지만 처지는 ‘동병상련’
[기획특집] 아시아 양돈, 환경 다르지만 처지는 ‘동병상련’
일본=자급률 49%, 매년 농가 수↓
필리핀=할당관세로 사육 의지 낮아
베트남=FTA 등 돈육 수입 압력 강화
각국 생산비 증가에 수익 저하 심각
ASF 발생 따라 돼지 수급에 큰 차이
정부 정책, 양돈 발전에 지대적 영향
  • by 김현구

○…대한한돈협회와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아시아 양돈산업의 국제교류 및 협력 강화를 위한 '아시아 양돈 생산자 협력 네트워크 구축 교류회'를 개최했다. 이날 각국 양돈업의 발표 내용을 통해 한돈산업에 시사하는 바를 정리했다.…○

아시아 양돈 생산자단체들이 손을 맞잡고 협력 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농가 수 급감에 자급률 50% 무너져

스키카라 타쿠오 사무총장(일본 양돈협회)
스키카라 타쿠오 사무총장
일본 양돈협회

일본의 양돈농가 수는 3천370개이며, 농장당 평균 2천657두 규모로 총 895만두를 사육하고 있다. 이에 자국 돼지고기 생산 물량은 90만톤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돈육 수입 물량은 생산 보다 많은 96만5천톤을 기록하며, 자급률은 49%를 형성하고 있다. 일본의 kg당 돼짓값은 5천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두당 판매 가격은 한화로 36~4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생산비는 돈가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생산비의 60~70%를 차지하는 사룟값 강세가 원인이다. 이에 매년 수익 악화로 농가수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농가 수는 매년 6%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5년간 전체 25%의 농가가 폐업했다. 또한 일본의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13kg으로 닭고기(13~14kg)와 비슷하다. 돼지고기 소비량의 70%는 가정 소비로 이뤄졌으며, 닭고기 소비는 주로 외식 및 배달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의 현재 현안은 질병이다. 최근 돼지열병(CSF)이 발생하면서 질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ASF(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가 주변 울타리 설치 및 소독 강화 등 방역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일본은 양돈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부 정책 시행으로 숨통은 틔고 있다. 바로 양돈농업진흥법과 양돈가격안정법이다. 특히 양돈가격안정법은 판매가격보다 생산비용이 높을 때 차액의 90%를 보전해주는 제도다. 보전 비율은 정부가 75%, 25%를 농가가 부담하며, 일본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정책으로 여긴다. 농가들은 이 같은 정책을 ‘보물’ 같다고 표현하고 있다.


■필리핀도 돈육 할당관세, 유통업체만 이익

웡 알프레드 응 부회장필리핀 전국양돈농가연맹
웡 알프레드 응 부회장
필리핀 전국양돈농가연맹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전에는 필리핀이 세계에서 최고의 돼지 생산국 중 하나였다. 그러나 19년 7월 ASF 발생 이후 돼지두수는 23년 기준 600만~700만두로 크게 감소했다. 소규모 농장이 폐업했으며, 태국의 CP와 같은 대규모 업체는 필리핀에서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필리핀의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여전히 13~14kg에 머물고 있다. 이는 ASF 이후 돼짓값 상승과 코로나 이후 필리핀인들의 구매력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업 침체와 실직으로 필리핀 가구의 가처분 소득이 낮아져, 돼지고기 대신 저렴한 단백질 공급원인 닭고기나 달걀로 대체되고 있다.

이에 필리핀 정부는 돼지고기 및 기타 농산물에 대한 관세 인하를 계속해서 추진했다. 지난 3년간 관세는 40%에서 15%로 인하됐고, 올해 12월말까지 또 다시 연장됐다. 이에 돈육 수입 물량은 급증했다. ASF 발생 이전 수입물량은 4만2천톤~15만톤으로 설정됐으나, 22년에는 100만톤, 23년에는 60만톤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수입은 돼지고기 가격을 크게 낮추지는 못했고 소수의 수입업체만이 많은 이익을 얻었다. 이러한 지속적인 돼지고기 수입 자유화 정책은 양돈농가의 농업 복귀를 더욱 저해하고 국가의 식량 안보 목표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는 요인이다.

아울러 ASF는 여러 지역에 산발적으로 발생해 필리핀에서 계속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이는 농업부간 백신 문제 및 ASF 국경 통제 등 정책 불일치가 원인이다. 결국 농가는 자구책으로 농장을 안전하게 유지하고 ASF가 없도록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엄격한 방역을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돈육 수입 압력 증가하는 베트남

응웬 쑤언 즈엉 회장<br>​​​​​​​베트남축산업협회
응웬 쑤언 즈엉 회장
베트남축산업협회

23년 기준 베트남 모돈 수는 3백만마리로 추정되며, 사육두수는 약 2천500만두에 이른다. 농가수는 약 5천농가로 추산된다. 돈육 생산량은 전체 육류 생산량의 60~62%를 차지하며, 돈육 소비 구조 역시 전체 베트남 식품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베트남의 돈육 가격 결정은 다수의 도매시장 정보에 기반하고 있다. 베트남의 1인당 돈육 소비량은 지난 2016년 연간 45kg의 높은 소비량을 기록했으나, ASF로 인한 두수 감소 및 가격 강세로 23년 기준 31kg까지 줄어들었다.

베트남 양돈산업의 기회는 인구 1억명과 연간 약 2천만명의 관광객으로 다른 육류보다 양돈업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양돈업은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전통업으로 베트남에서 항상 1위를 차지하며, 베트남의 돼지수는 세계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베트남의 전반적인 경제와 양돈산업은 매우 개방적이어서 선진국의 첨단 과학 기술과 투자를 수용하기 좋은 조건이다. 이에 베트남은 이미 태국의 CP, 한국의 CJ, 네덜란드 기업 등 세계 주요 양돈업체 및 양돈 투자 기업이 진출해 있다.

그러나 과제도 산적하다. 베트남은 환경 문제로 인한 국내외적 압력과 CPTPP 및 FTA 체결 국가로부터 돈육 수입에 대한 시장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 아울러 질병은 가장 큰 문제다. 질병 중에서도 특히 아프리카돼지열병 같은 전염성 질병 관리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으며, 중소 규모의 양돈농가가 주택가에 대거 밀집해 있어, 차단방역 실천이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아시아 양돈, 한국과 같은 듯 다른 듯

아시아 주요 국들의 양돈산업은 한돈산업과 매우 유사한 측면이 많다. 우선 한국의 경우 최근 사룟값 가격 강세로 인해 수익이 악화되고 있는데, 아시아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또한 돼짓값 가격 상승으로 소비가 줄고 있는 상황도 비슷하다. 특히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경각심이 매우 크다. 베트남과 필리핀의 경우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큰 피해를 입었으며, 한국은 이들 국가와 비교해 선전하고 있지만 ASF 위협은 지속되고 있다. 반면 일본은 현재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유입 우려와 함께 돼지열병(CSF) 확산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또 필리핀의 경우 돈육 할당관세 여파가 농가들의 사육 의지를 꺾이고 있는 점은 한국과 매우 유사하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정부의 할당관세 정책으로 냉장 삼겹이 크게 증가하면서 지난해 연말부터 소비가 분산되면서 돼짓값 불안정 요인이 되고 있는데, 필리핀도 이와 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 이에 수입 자유화 시대, 할당관세 등 정부의 돈육 수입 정책은 각국 양돈농가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정부 정책은 주목 받고 있다. 양돈산업 진흥법과 양돈가격 안정법에 따라 농가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기 때문.

이 같이 아시아 각국이 처한 양돈 현실은 매우 유사하며, 정부의 정책이 양돈업에 매우 지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 특히 한국의 경우 아시아 양돈국가와 달리 의무 자조금 제도 시행 및 한돈협회 중심으로 각종 위기를 돌파하고 있는 것은 차이점이다. 이에 아시아 양돈 국가들은 한국 자조금 제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며 정보 교환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같이 향후 아시아 양돈국가들의 경험과 정보 등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좋은 정책은 공유하고, 부정적인 면은 반면교사(反面敎司) 삼아야 한돈산업의 지속적인 발전 및 나아가 아시아 양돈이 부흥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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