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돼지고기도 ‘불황형 소비’ 형태 자리잡나
[심층분석] 돼지고기도 ‘불황형 소비’ 형태 자리잡나
불경기, 소비 줄이기+가격 중시
돈육도 저렴한 대체재 선호 조짐
재고, 한돈 17% ↑ 수입육 27% ↓
고가 부위 위주 적체, 예년과 달라
작년 삼겹가격 6%↓ 전지는 4% ↑
소비 전략 소비 패턴 변화 반영해야
  • by 임정은

돼지고기도 ‘불황형’ 소비로 진입했다? 고금리와 고물가 속 가계의 가용소득이 감소하면서 지난해 돼지고기 소비가 단순히 부진한데서 그치지 않고 소비 패턴에도 불황의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돈육 아닌 한돈의 부진=최근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22년에 이어 지난해도 30.1㎏으로 평년(27.2㎏)을 훌쩍 뛰어 넘는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그런데도 지난해 한돈업계는 소비 부진을 피부로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소비 부진이 전체 돼지고기가 아니라 주로 한돈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전체 돼지고기 공급량은 수입량 감소로 22년보다 다소 줄었는데 그에 따라 지난해 연말 돼지고기 재고물량은 22년 12만1천톤보다 12.7% 감소한 10만6천톤으로 추정됐다. 그런데 이 가운데 한돈은 4만6천톤으로 17% 늘고 수입 돈육은 26.9% 감소한 6만톤으로 추정됐다. 한돈의 공급량은 1% 가량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재고는 이보다 월등히 높은 증가폭을 보인 것이다. 반대로 수입량은 9% 줄었지만 재고는 더 큰 폭으로 줄어 지난해 국내 돼지고기 소비가 수입육으로 쏠렸다는 사실을 짐작케 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할당관세가 적용된 냉장 수입 삼겹살이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풀리면서 직접적으로 한돈 소비가 위축되는 원인이 됐다.

■소비 부위도 불황형?=불황형 소비는 단순히 씀씀이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다 저렴한 대체재를 선택하는 패턴이 두드러진다는 특징도 있다. 돼지고기의 경우 한돈 대신 수입육을 선택하는 것도 저렴한 가격이 주된 이유라는 점에서 불황형 소비의 한 형태일 수 있다. 그런데 이뿐만 아니라 한돈 소비에 있어서 부위별 소비도 불경기의 여파가 두드러졌다. 농경연은 지난해 한돈 재고가 증가한 것과 관련, 경기침체로 인해 삼겹살‧목심 등의 수요 둔화가 지속된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삼겹 재고는 계속 증가한데 비해 전지는 대체 수요가 몰리면서 감소세가 뚜렷했다. 최근 육류수출유통협회에 따르면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계속되면서 예전에는 목등뼈 등 저가품 위주였던 냉동 재고가 최근 목심 등 고가품 위주로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지난해 부위별 가격의 등락 추이도 갈렸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23년 평균 부위별 식육포장가격은 삼겹이 1만7천650원/㎏으로 22년보다 5.9% 하락했으며 목심도 1만5천49원으로 2.8% 하락했다. 반면 앞다리는 8천380원으로 4%가 올랐다.

■한돈 소비 전략도 달라져야=그런데 현재의 경기 침체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소비 약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경고들이 나오고 있어서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24년 트렌드 중 첫 번째로 중장기 저성장 국면의 시작을 꼽기도 했다. 코로나 19와 함께 예상치 못한 호황을 누렸던 한돈 소비는 이제 본격적인 불황을 대비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우선 최근 나타나는 돼지고기 소비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소비 전략을 점검하고 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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