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①] 먹구름 짙어진 세계 양돈, 한숨 가득했던 2023년
[송년특집①] 먹구름 짙어진 세계 양돈, 한숨 가득했던 2023년
  • by 임정은

○…올해 세계 양돈산업의 기상도를 그려본다면 맑은 지역보다는 먹구름이 낀 흐린 지역이 더 많았을 듯하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고 생산비의 그늘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생산비보다 돼짓값이 더 먼저, 더 크게 떨어지며 양돈 적자로 힘들었다. 거기다 계속되는 가축 질병과 기후 위기 속에 양돈산업 미래에 대한 불안은 더욱 가중됐다. 돼지고기 주요 생산 수출국들의 올 한해 양돈산업을 정리하는 것으로 2023년 세계 양돈산업을 돌아봤다…○


경기 침체에 ‘주식’ 돈육도 덜먹어

돈가 약세로 적자 계속…두수 감축

中 수입 줄자 세계 돈육 시장 타격

ASF 발생으로 2020년 바닥을 쳤던 돼지고기 생산량은 21~22년에 이어 올해까지 계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23년 9월말 돼지고기 생산량은 4천300만톤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6% 증가했다. 여기다 21~22년 크게 감소했던 돼지고기 수입량은 올해 상반기까지 증가세를 보이며 전체 돼지고기 공급도 증가했다. 그런데 코로나 19 방역 조치 완화로 살아날 것으로 예상됐던 소비는 중국 경기 침체 여파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공급량 증가와 저조한 소비로 돼짓값은 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0월 34위안까지 올랐던 돼짓값은 올해 6월 19.1위안까지 내리 하락했다. 이후에도 돼짓값은 국경절 및 중추절 호재도 힘을 쓰지 못하고 20위안 안팎서 약세를 지속했다. 특히 5월부터는 전년 동월 대비 하락세로 돌아섰는데 11월은 일년전과의 격차가 40%까지 벌어졌다. 중국은 날이 추워지면 돼지고기 소비가 늘면서 돼짓값이 오르지만 올해는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주식처럼 먹는 돼지고기도 소비가 저조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현재의 돼짓값이 생산비 대비 너무 낮다고 판단, 지난달 3차 돼지고기 비축 및 저장 작업 계획을 발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반기까지 증가하던 돼지고기 수입량은 소비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7월부터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10월 돼지고기 수입량은 9만톤까지 줄어 지난 19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동시에 올해 누적 수입량도 마이너스(0.8%↓)로 돌아섰다. 최대 수입국 중국의 수요가 줄면서 세계시장에도 그 여파가 미쳤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 돼지고기 가격 지수는 지난 8월부터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수입 수요 감소가 결정적 원인이 됐다.

이런 가운데 돼지 사육두수는 올 중국의 불황을 그대로 반영했다. 18년 ASF 발생 이후 급감했던 돼지 사육두수는 정부의 양돈산업 재건 노력으로 빠르게 회복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모돈 두수가 지난해 12월 4천390만마리서 올 10월 4천210만마리로 무려 170만두 가까이 줄었다. 전체 돼지 사육두수도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 9월 4억4천229만마리로 22년보다 0.4% 적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시작된 양돈 적자 경영이 모돈 감축으로 이어진 결과다. 다만 중국 정부가 적정 모돈 규모로 정해둔 4천100만두를 기준으로 정상치 범위 안이다. 또 최근 중국도 양돈 생산성이 향상되는 추세로 지금 생산 규모라면 돼지고기 생산량 부족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최근 경기 침체 영향과 육류 소비 패턴 변화로 중국의 돼지고기 소비가 다시 살아날지는 낙관하기 어렵게 됐다.


불안한 미래, 양돈장 문 닫고 돼지 줄여

사상 최고 돈가에 돈육 수출은 더 위축

수출국 EU 입지 더 줄 듯 시장 재편 촉각

올해 EU는 사상 최고의 돼짓값이 계속됐지만 동시에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높았다. 돼짓값 상승도 그 원인을 따지고 들어가 보면 EU 양돈산업에 닥친 위기와 닿아있다. 즉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문을 닫는 양돈장이 늘고 규모를 줄이면서 EU 돼지 사육두수(27개국 기준)는 2020년 1억4천591만마리서 21년 1억4천168만마리로, 또 지난해 1억3천441만마리로 연달아 감소했다.

이에 따라 돼지 도축도 감소했다. 올해 9월말 기준 EU의 돼지 도축물량은 작년 동기보다 8.2% 줄었다. 돼짓값이 지난해 여름 이후 치솟기 시작, 올해 내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것도 이처럼 공급이 준 때문이었다. 21년 연평균 143유로(100㎏)를 기록했던 돼짓값은 22년 184유로로, 그리고 올 7월 250유로까지 치솟았다. 7월 기준으로는 전년 동월보다 30% 가량 높은 수준이며 21년 7월과 비교하면 63%가 높은 돈가다. 그런데 이처럼 돼짓값만 보면 분명 호황인 상황서 돼지 사육두수는 더 줄었다.

독일을 예로 들어보면 6월 기준 2020년 2천548만마리서 21년 2천470만마리로, 그리고 올해 2천95만마리로 전년 대비 각각 9%, 6% 줄어 독일 통일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다른 나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연달아 돼지 사육두수가 준 것도 비슷했고 그 결과 올해 돼지 사육두수는 근래 볼 수 없었던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는 EU에서 진행되고 있는 규제 강화 움직임이 가장 주된 원인이며 EU 내 돼지고기 소비량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라는 점도 작용했다. 세계적인 생산성을 자랑하지만 이 같은 규제 강화는 결국 EU 돼지 사육두수를 줄이고 비용을 높여 EU 돼지고기의 국제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됐다.

특히 올해 EU는 수출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돼짓값이 너무 올라 다른 수출국과의 경쟁에서 뒤쳐졌기 때문이다. 올해 8월말 기준 EU 돼지고기 수출은 283만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19.8% 적었다. 그런데 EU 양돈산업의 위축은 단기간에 끝날 흐름은 아니다. 앞으로 EU 내 규제 강화는 계속되고 소비자들은 돼지고기를 더 멀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얼마전 EU 위원회가 발간한 농업 중장기(2023~35)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EU 돼지고기 생산량은 35년까지 연평균 0.9% 감소하고 1인당 소비량은 연평균 0.7% 줄어 35년에는 29.7㎏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 수출은 35년까지 연평균 1.4% 감소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EU 돼지고기의 입지는 계속 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세계 돼지고기 수출 시장에서 40% 가량을 차지하는 EU의 위축이 세계 시장의 재편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부진한 돈육 수요에 맥 못 춘 돈가

수출 호조에도 양돈적자 연중 지속

발의안 12에 시장 불확실성 증폭

미국은 EU의 부진으로 수출은 호조를 보였지만 돼짓값은 하락,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돼지고기 생산량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돈가 하락의 원인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10월말 현재 돼지 도축두수는 1억60만마리로 지난해 동기간보다 2% 늘었지만 출하 체중은 줄면서 돼지고기 생산량은 1천24만톤으로 불과 0.7% 증가하는데 그쳤다.

주목되는 것은 당초 모돈 사육두수가 2020년 9월 이후 거의 매분기 전년 대비 감소세를 기록하면서 올해는 돼지고기 생산이 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되레 늘었다는 점이다. 모돈이 줄면서 그에 따라 감소하던 돼지 사육두수가 올해는 증가세로 돌아섰고 이에 따라 돼지 도축도 증가한 것이다. 이는 양돈 생산성 향상의 결과로 분석되고 있는데 미국 농무부 분기 보고서를 보면 복당 생존 산자수가 올해 전년 대비 3~4% 증가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생산성 제고로 생산량은 늘었지만 수요는 부진했다. 미국 농부무는 돼짓값 하락과 계속된 양돈 적자의 결정적 원인을 부진한 수요로 지목하기도 했다. 돼짓값은 연중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이에 11월말 현재 올 평균 돼짓값은 지난해 동기간보다 15% 가량 하락했다. 손익 분기점 이하의 돼짓값이 이어지면서 업계 분석에 따르면 올해 적자 규모는 돼지 두당 20달러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나마 수출은 호조를 보였다. 멕시코 다음으로 큰 시장인 중국의 수요 감소 영향으로 하반기 들어 수출 증가세에 힘이 빠지긴 했지만 10월말 현재 미국 돼지고기 수출은 240만톤으로 작년보다 9% 많았다. 가장 큰 경쟁상대인 EU의 돼지고기 수출이 올해 저조했던 원인이 크다.

올해 미국 양돈산업은 캘리포니아 발의안 12로 시끄러웠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내년 1월부터는 캘리포니아 이외 지역에서 생산됐다하더라도 발의안 12의 규정, 즉 모돈에 더 넒은 바닥 면적(24ft2)을 제공, 인증을 받은 돼지고기만 캘리포니아에서 판매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미국 전체 돼지고기 시장에 대한 영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미 관련 인증을 받은 업체들도 있지만 캘리포니아의 돼지고기 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발의안 12 요구 조건을 충족하려면 필연적으로 비용 상승이 불가피해 미국 내 돼짓값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그 반대도 가능, 내년 발의안 12가 미국 내 돼지고기 시장에 어떤 변수가 될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저렴한 생산비 브, 수출 괄목 성장

加 돼지 줄고 수출 브에 추월당해

브라질은 올해 돼지고기 수출에서 기록적인 한해를 보냈다. 11월말 111만8천톤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하면서 올해 수출은 역대 최고치 경신이 확실시 되고 있다. 특히 중국 내 수입 돼지고기 시장 점유율에서 그동안 1위를 지키던 스페인을 압도하면서 수출 시장에서 브라질의 달라진 위상을 뽐냈다. 무엇보다 브라질의 저렴한 생산비가 이 같은 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돼짓값 강세로 수출 경쟁력이 크게 저하된 EU와 달리 올해 브라질의 저렴한 가격은 시장 확보의 가장 큰 무기가 됐다. 그리고 브라질은 다른 주요국가들의 양돈업이 위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에도 생산과 수출이 증가하며 당분간 세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유지하는 국가로 남을 전망이다.

캐나다는 최대 돼지고기 생산업체 Olymel이 주요 생산시설을 폐쇄하는 등 유럽과 마찬가지로 양돈사육 규모가 위축된 한해였다. 여전히 생산비는 높은데 비해 돼지고기 수요는 저조, 돼짓값이 하락하면서 경영 수지가 악화된 때문이다.

지난 21년 1천435만마리(7월 기준)이던 돼지 사육두수는 22년 1천391만마리로, 그리고 올해 1천377만마리로 더 줄었다. 그 결과 EU, 미국에 이어 돼지고기 수출에서 세계 3위를 유지하던 캐나다는 수출이 2년 연속 소폭 줄었고 캐나다와는 달리 기록적인 수출 성장을 보인 브라질에 3위 자리를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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