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돈육 소비, 이념이 가고 실용이 오고 있다
[칼럼] 돈육 소비, 이념이 가고 실용이 오고 있다
저성장-고물가 시대 소비 패턴 변화
대중화-고급화 전략으로 대응 필요
  • by 김오환

경제는 이념이 아니다. 실용이다. 등소평은 쥐를 잡는 고양이가 중요하지, 고양이 색은 관계가 없다 했다. 이른바 흑묘백묘론이다. 인간이 공동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재화를 획득 이용하는 활동 및 이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사회관계인 경제(經濟)에 이념이 우선시 되면, 그 경제는 발전할 수 없고 퇴보 또는 성장이 더딜 것이다. 그래서 각국은 실용을 추구하고 있다. 경제의 실용은 견월망지(見月忘指)다. 손가락을 잊고 달을 보는. 경제의 본질을 보라는 말이다.

양돈으로 돌아오자. 양돈의 본질은 무엇인가. 돼지를 잘 키워 수익을 창출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소비자들이 한돈을 많이 사줘야 한다. 먹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래도 한돈은 육류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고 있어 큰 걱정이 없다 하지만, 요즘처럼 수입 냉장 삼겹과 쇠고기에 협공당하면 ‘부잣집 삼대 가기 어렵’듯이 한돈 위상도 흔들릴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경제 둔화 또는 위축으로 한돈 소비가 감소할 때 한돈은 어떻게 가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알다시피 한돈은 대중적 음식이다. 부자건 가난하건, 나이가 많건 적건, 여자건 남자이건 한돈을 좋아한다. 이들에게 요구되는 기준(사안)은 가격이다. 이들은 가격이 높으면 다른 육류를 찾거나 가격이 낮은 수입 돈육으로 눈을 돌린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양돈조합과 계열화업체가 유통업체와 연계, 풀었으면 한다. 그럴 때 한돈의 대중화는 계속될 것이다.

또 하나가 고급화 전략이다. 한돈의 일정량에 대해 스페인의 이베리코처럼 고급화하는 것이다. 특별한 사양관리와 특별한 사료를 공급하고 특별한 유통관리로 한돈을 고급화,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가격으로 소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도 몇몇 업체에서 한돈을 이용한 고급화한 돈가스 매장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것을 보면 한돈 고급화 전략은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돈가스 매장의 확실한 ‘자리매김’은 삼겹과 목살 등 구이 시장에서도 성공 가능성을 더해주고 있다. 고급화 역시 조합과 계열화가 선구자로 나서 끌어갔으면 한다.

이처럼 한돈을 대중화-고급화 등 두개의 전략으로 갈 때 더이상 한돈은, 출하물량에 의한 가격 구조는 점점 멀어질 것이다. 말하자면 한돈이 월 9만톤 이상 공급되더라도 돼짓값이 쉽게 약세로 빠지지 않을 것이다. 혹여 내년에 할당관세로 냉장 삼겹이 수입되더라도 소비시장에서 올해처럼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전문가들이 예언했듯이 코로나 이후 세상은 코로나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 그것도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다. 어쩌면 저성장-고물가시대인 올해는 맛보기인지 모른다. 변화의 물결을 거슬리면 안착할 수 없다. 돼지고기 소비도 예외가 아니다. ‘한돈’ ‘수입 돈육’이란 이념이 사라지고 가격 중심의 실용이 찾아오고 있다. 한돈 소비에 있어 양돈인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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