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물가만 보는 정부
[기자의 시각] 물가만 보는 정부
  • by 임정은

이 정도면 데자뷰 정도가 아니다. 2012년의 재현이자 판박이다.

최근 정부가 물가안정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9일 농식품 수급상황실을 차관 직속으로 격상해 농식품 물가를 보다 ‘엄중’하게 관리키로 했다고 밝혔다. 돼지고기를 포함한 28개 주요 농축산물에 대해 전담자를 지정, 물가를 관리키로 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할당관세를 시행하면서 이미 돼짓값은 작년 대비 하락세로 돌아섰는데 여기서 얼마나 더 돼짓값을 누르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지난 2012년을 떠올리면 지금 정부의 ‘물가 관리’가 가져올 위험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당시 구제역으로 돼짓값이 급등하면서 11년에 이어 12년에도 할당관세를 시행했으며 12년에는 물가 집중 관리 대상 품목으로 지정되면서 돼짓값 상하한선을 설정하기도 했다.

정부는 할당관세에 이어 물가 집중 관리대상 지정까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이를 모두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물가 ‘안정’이라고 했지만 ‘하락’만을 도모하는 할당관세 외에는 이렇다 할 대책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12년, 그리고 13년 양돈시장이 어떠했는지는 부연하지 않더라도 양돈인이라면 여전히 선명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냉장 삼겹은 이미 한돈시장의 최대 악재가 됐고 시장을 둘러싼 경제적 여건도 만만치 않아 이렇게 ‘관리’ 하지 않더라도 돼짓값은 위태위태하다. 물가 정책 전반에 대한 실효성에도 지속적으로 의문이 던져지고 있다. 고물가를 잡겠다는 절박함으로 이해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더 큰 문제는 그 위험 부담을 고스란히 양돈농가 등 농업인들이 짊어져야 한다는 데 있다. 물가만 보이는 그 협소한 시야가 돼짓값만큼 위태롭게 보이는 건 기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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