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한돈 하락, 올해가 시작? 내년 더 무섭다
[심층분석] 한돈 하락, 올해가 시작? 내년 더 무섭다
올 평균 돼짓값 4년만에 하락세로
공급량은 줄어…부진한 소비가 원인
소비자 주머니 빠듯, 수입육에 솔깃
할당관세+불경기=한돈 소비엔 최악

내년 소비 여건은 올해보다 더 나빠
금리 올랐는데 10월 가계 부채 최대
KDI “고금리 장기화, 민간 소비 제약”
  • by 임정은

매년 어렵다, 위기다 해도, 그래도 올랐던 돼짓값.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최근 매년 상승세를 보이던 돼짓값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올 돼짓값은 4년만에 하락세 반전이 유력시 되고 있다. 그런데 올해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내년도 소비 여건이 가장 큰 걱정이다.

■한돈 4년만에 꺾이다=지난 2020년부터 돼짓값은 매년 상승세를 벗어나지 않았다. 19년 연평균 3천원대로 떨어졌던 돼짓값은 20년 4천216원, 21년 4천722원, 22년 5천227원으로 매년 10% 이상, 500원 안팎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그리고 올해 4월까지도 전년 동월 대비 상승세를 지속했다. 그러나 9월을 제외하고 5월부터 돼짓값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10월말 평균 돼짓값(5천177원)은 처음으로 작년 동기 돈가(5천213원)에 따라잡혔으며 이달 들어서도 약세를 지속하며 그 차이를 더 벌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해 돼짓값은 4년만에 전년 대비 하락세를 기록하게 된다.

더욱이 돼지고기 공급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올 10월말 돼지 출하물량은 1천535만마리로 지난해 동기간보다 1.5% 늘었지만 돼지고기 수입량은 11% 감소했다. 이에 전체 돼지고기 공급량(재고량 제외)은 125만여톤으로 되레 작년보다 2% 가량 적었다. 부진한 한돈소비가 돼짓값 하락에 더 결정적 원인이 됐다는 추측이 가능한데 문제는 소비 부진을 불러온 국내외 경제적 여건이 단기간에 호전되기 어려워 보인다는데 있다.

■역시 문제는 소비=돼짓값 약세는 무엇보다 한돈 소비의 부진 때문이다. 지난 8월 기준 한돈 재고는 3만3천여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6% 많았다. 특히 삼겹살이 33.6% 증가했는데 눈에 띄는 것은 같은 기간 수입 삼겹살 재고는 작년보다 8% 가량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의 한돈 약세가 돼지고기 소비 전반의 부진이라기보다 한돈 소비, 특히나 시장 전반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한돈 삼겹 소비의 부진 때문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할당관세로 냉장 수입육의 물량이 증가한데다 악화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까지 더해진 결과다. 고금리 상황 속에서 가계 부채는 더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가계 부채 잔액은 1천87조원 규모로 사상 최대치 기록을 경신했다. 일년전에 비하면 28조원이 늘었다. 금리는 더 올랐는데 가계 부채는 더 늘었으니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돼지고기 소비에 있어서 전체 구매량을 줄이거나 보다 저렴한 수입육으로 소비가 대체되는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양돈 불황, 내년도 이어지나=그런데 이 같은 불황이 올해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라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지난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경제 성장률을 지난 8월 전망보다 0.1%P 낮춘 2.2%로 예측하면서 무엇보다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경제 회복세를 늦추고 상품 소비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민간 소비를 제약할 것이란 전망이다. 적어도 현재 돼지고기 소비 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고금리 상황과 막대한 가계 부채, 그리고 그로 인한 민간 소비의 위축이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더욱이 최근 정부는 돼지고기를 포함한 28개 주요 농축산물에 대해 전담자를 지정, 물가를 관리키로 했다. 할당관세가 더 이어질지 알 수 없으나 돼짓값이 다시 오르도록 두고 보지 않겠다는 얘기다.

내년 돼지 출하물량이나 수입량도 중요한 변수지만 적어도 돼지고기, 특히 한돈의 소비 여건은 올해보다 더 나아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더 혹독한 소비 환경을 상정한 만반의 한돈 소비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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