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부 ‘불 난 한돈 시장’에 기름 붓나
농축산부 ‘불 난 한돈 시장’에 기름 붓나
3高 현상 심화 한돈 소비 급감
한돈 삼겹 감소, 수입 삼겹 활개
10월 돈가 급락, 연평균도 하락
농축산부, 수입업체와 물가 회의
“물가 안정 위해 한돈산업 죽이나”
  • by 김현구

최근 한국 경제 3高(고금리‧고물가‧고환율) 현상에 한돈 시장도 휘청하고 있다. 이에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은 한돈 대표적인 부위인 삼겹 소비를 줄인 반면, 할당관세를 등에 업은 가격이 저렴한 수입 냉장 삼겹살은 활개를 치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육가공업체와의 간담을 통해 육류 물가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려고 하고 있어 한돈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6%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질 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0.3%) 역성장을 기록한 뒤 세 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4분기 0.7% 이상 성장하지 못할 경우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1.4%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주요 언론은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이 경기 침체는 무엇보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高)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고금리‧고물가 여파가 각 가정 소비 심리를 크게 약화시키면서 한돈산업에도 그 여파가 번지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올 1~10월 한돈 도축 두수 증가(전년비 1.5%↑)에다 한돈 재고는 작년 대비 크게 늘어났다. 이에 한돈가격도 10월 7개월만에 4천원대로 하락, 연평균 한돈가격(5천177원)도 전년 동기(5천213원) 대비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런 가운데 한돈 부위 중 특히 육가공업계의 수익을 높여주는 삼겹 소비가 급감하면서 한돈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올해 4월 돼짓값이 5천원 이상을 지속 상회하면서 유통업계도 삼겹 가격을 높였으나, 하반기 들어서면서 경제 침체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은 비싼 삼겹 소비 대신 가격이 저렴한 냉장 수입 삼겹이나 닭고기 등 대체 육류 소비로 이동했다. 그 결과 추석 연휴 이후 돈가는 소비 감소 속 약세 기조로 전환되면서 침체로 접어들었다.

이 와중에 정부는 불난 한돈 시장에 기름을 붓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일 박수진 식량정책실장 주재로 닭고기·돼지고기 할당관세 관련 주요 수입업체와 간담회를 열어 관련 수입 현황을 점검하고,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 정책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서 박수진 식량정책실장은 “외식·식품 업계의 원가 부담을 완화하고 소비자가 정책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수입한 할당관세 물량을 조기에 공급할 것”이라며 “관세 감면액을 반영한 적정 가격으로 시장에 공급되도록 수입업계에서 적극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즉 정부가 직접 나서 우회적으로 물가를 낮추라고 종용한 것이다.

이에 한돈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겹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돈육 유통시장에서 정부가 냉장 삼겹 할당관세 추진도 모자라 수입업계 압박을 통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정하려는 시도는 한돈업계를 무너뜨리는 행위다”고 반발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할당관세는 물가 지수를 낮출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나 해당 품목 시장은 수입산으로 인해 교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근시안적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이 경기 침체에 따른 후폭풍에다 정부의 수입 우호 정책이 한돈 시장을 교란하면서, 4분기 이후 한돈 시장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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