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안 좋은 결과 가져온 정책, 재추진해선 안 돼
[칼럼] 안 좋은 결과 가져온 정책, 재추진해선 안 돼
돈육 할당관세가 대표적인 사례
‘좋은 의도’서 출발했지만 성공 못해
  • by 김오환

나랏일을 하는 정책 당국자들의 목표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이다.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들 살기가 편하게 하는 일이다. 그래서 정책 99.99%는 ‘좋은 의도’로 입안돼 실시된다. 그런데 결과마저 좋으면 좋은데 가끔은 좋지 않기도 한다. 좋지 않은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 예전의 정책을 들여다보면서 실수, 실패를 최대한 줄이려 하지만 ‘나쁜 결과’가 발생한다.

문제는 나쁜 결과가 뻔함에도 그런 정책을 고집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는 점이다. 그것은 정책 당국자의 자신감이 아니라 자만심이 작용할 수 있다. 정책으로 추진했던 사안이나 현상이 당국자의 계획과 뜻대로 이뤄졌다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지만, 그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과잉 믿음이나 과잉 확신, 확증편향 등 ‘자만심’ 요인도 없지 않다. 더욱이 그런 자만심으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면 정책을 중단해야 함에도, 또다시 그런 정책을 추진한다면 그 정책으로 피해 본 백성은 안중에도 없다는 의미다. 한 마디로 막무가내다.

물론 정책을 집행함으로써 이익을 보는 층과 손해를 입은 대상이 있게 마련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익을 본 사람이 있는 만큼 손해(실)도 입은 사람에 대해서도 뭔가의 선물(膳物)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정책은 공정하고 공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한쪽만 손실, 피해 보라는 것은 정책이 아니어서다. 그런 관점에서 돼지고기 할당관세 정책을 봤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5일 돈육 1만5천톤에 대해 할당관세, 무관세로 또 수입토록 했다. 본란에서 할당관세 정책의 부당성을 수차 지적했듯이 정책은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기획재정부에 그런 내용을 중심으로 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관련 기사=양돈타임스 6월 8일자 ‘실리도 명분도 없는 돈육 할당관세 밀어붙이나’ 참조>

재정부는 물가안정 등 ‘좋은 의도’로 돈육 할당관세를 추진했다. 결과는 그것보다 수입업자 등 유통 쪽만 이익 보고, 세수(稅收)가 감소하고, 양돈농가가 피해보는 ‘나쁜 결과’를 초래했다. 득보다 실이 많았다. 피해자인 농가에 아무런 보상도 없었다. 그렇다면 다시 추진하지 않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도 봄에 이어 가을에 이것을 추진하는 것은 ‘자만심’의 발로다.

분명한 것은 물가정책은 묘수가 없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정책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의미다. 시장은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이 가장 강하게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정책으로 개입할 수 있다. 그럴 때 최소화해야 한다. 관련 산업과 관계인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아서다. 정부 역시 그 대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양돈업이 돈육 할당관세 정책으로 또다시 한돈시장과 농가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착잡하다. 한돈 시장의 안정과 농가들의 경영 집중을 위해 돈육 할당관세라는 정책이 재현되지 않았으면 한다. 정책은 논리, 합리,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다. 가슴으로 해야 한다. 그럴 때 공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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