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양돈업 ‘불황형 흑자’ 구조서 벗어나길
[칼럼] 양돈업 ‘불황형 흑자’ 구조서 벗어나길
돈육 수입 감소에도 돼짓값 약세
소비 강화 통해 안정적 발전 모색을
  • by 김오환

최근 한국은행은 5, 6, 7월 경상수지가 ‘불황형 흑자’라고 분석했다. 불황형 흑자란, 경상수지가 흑자이긴 하지만 수입이 수출보다 더 줄어서 나타난 현상을 말한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원자재를 수입, 가공 제조를 통해 다시 수출해 먹고 사는 나라인데 수입이 줄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 경제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이야기여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 수입이 줄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경기(소비)가 활발하지 못함을 입증하기도 한다.

양돈에 있어서도 ‘불황형 흑자’ 형태의 돼짓값이 형성되고 있어 찜찜하다. 말하자면 소비에 의한 돼짓값보다는 돈육 수입이 줄면서 생긴, 구조라 판단돼서다. 정부의 돈육 할당관세(0%) 정책에도 8월말 돈육 수입량은 28만8천톤으로 작년 동기 31만9천톤에 견줘 9.7%가 감소했다. 그렇다면 국내 돈가는 올라야 하는데 그렇치 못했다. 8월말 현재 평균 가격이 kg당 5천145원으로 22년(5천160원)보다 0.3%가 하락했다.

이처럼 돼지고기 수입이 감소했음에도 돼짓값이 상승하지 못했다. 이는 ‘생돈’ 소비가 활발하지 않았고, 수입 돈육을 사용해 가공한 2~3차 육가공업 역시 주춤했다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이를 보면 국내 경상수지가 ‘불황형 흑자’인 것처럼 양돈산업 역시 ‘불황 속에 겨우 수지를 맞추는 구조’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가 일본 원전 오염수의 바다 방류로 2013년처럼(오염수 바다로 실수 유출) 돼짓값이 강세를 띠고 있다. 오염수 방류 이전보다 돈가가 kg당 300~400원(8% 안팎) 올라 6천원 내외를 형성했다. 여기다 추석 수요가 겹치면서 상승 국면을 탔다. 그럼에도 필자는 양돈업 경상수지를 ‘불황형 흑자’라 정의하고자 한다. 왜? 한돈 소비의 자발적 증가보다는 2013년처럼 수산물 소비의 대체 품목으로 한돈이 부상할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기대’하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한돈 소비를 2013년처럼 ‘기대’해도 좋을까? 2013년 코로나 이전이었다. 지금은 코로나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고 변화한 2023년이다.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2013년과 같은 분위기는 재생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 ‘불황형 흑자’라고 정의했다. 더욱이 정부는 돼짓값이 강세를 형성한다면 언제든지 할당관세라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를 꺼낼 수 있기 때문에(지난 15일 1만5천톤 또 할당관세) 오염수 등 일회성 소비 요인보다 한돈의 안정적 소비 기반 구축이 절실한 것이다.

‘한돈 마니아’ 확보는 양돈업의 과제이자 목표다. 양돈 단체와 농가들은 끊임없이 홍보를 강화하고 다양한 요리방법을 소개, 한돈 소비와 지지자를 늘려야 한다. 소비자들의 한돈 신뢰 제고를 위해 품질의 균일과 위생에 지속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활발한 사회적 활동을 통해 양돈업 이미지 개선 및 제고에 앞장서야 한다. 이럴 때 양돈업은 ‘불황형 흑자’보다는 안정적 토대에서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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