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산 돈육 수입 증가에 대한 소회
[칼럼] 미산 돈육 수입 증가에 대한 소회
상반기 유럽연합 줄고 미국 늘어
규제 완화로 돈육 자급률 높여야
  • by 김오환

세계가 미국의 세계다. 미국이 군사, 경제적 관점에서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어제오늘이 아니다. 미국이 1차 세계대전 승전국이 된 이래 100년 넘게 미국을 넘볼 나라가 없다. 일본이 ‘맞장’떴지만, 군사(2차 세계대전) 경제적(85년 플라자합의)으로 역부족이었고, 최근 중국이 부상하자 군사 경제적으로 압박하면서 중국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중국의 꿈대로 굴기(屈起)할지, 아니면 일본의 전철을 밟을지 궁금하다.

각설하고, 세계 돼지고기 시장도 미국이 지배할 조짐이다. 금년 초만 해도 유럽연합과 미국이 세계 돈육 시장을 양분했지만 갈수록 미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는 독일에서 ASF 발생과 EU 각국의 양돈 사육 조건이 강화되면서 양돈 입지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기준 세계 돈육 수출량은 미국이 전년대비 14% 늘어난 반면 EU는 16%가 감소했다.

한국 시장도 그렇다. 유럽연합은 갈수록 줄고 있고 미국은 늘고 있다. 특히 한국이 주(主)시장이었던 독일(ASF)이나 스페인(PRRS), 네덜란드(환경 규제) 등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의 다른 나라의 돼짓값이 덩달아 오르면서 수출 여력이 뒤처지고 있다. 그 빈틈을 미국이 성큼성큼 차지하고 있다. 캐나다 역시 할당 관세 ‘덕’으로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고 있지만, 양돈업에 대한 캐나다 정부의 비우호적 정책으로 승산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처럼 EU 미국 등 한국의 돈육 수입 시장 다변화에서 미국 중심으로 이뤄질 경우, 한국의 양돈업과 돈육 시장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특히 한국의 양돈업 진출이 까다로운 각종 규제로 사육 규모가 정체 또는 줄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미국이 반도체 등 최첨단 장비나 소재를 가지고 상대국을 쥐락펴락하는 것처럼, 돼지고기도 그럴 개연성이 충분해 한국에서의 미국산 돈육 수입 비중 증가를 간과(看過)하기는 그렇다. 이런 기분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돼지고기 자급률 제고에 지원을 아끼면 안 된다. 각종 사육 규제를 완화, 농가의 규모 확대 의지의 숨통을 터져줘야 한다. 원산지 단속 강화를 통해 한돈 소비와 위상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단체 급식소에 다양한 메리트를 제공하면서 한돈 소비 확대를 유도했으면 한다.

농가 역시 안전하고 위생적인 한돈 생산에 주력, 소비 기반 확대에 앞장서는 동시에 지속적인 생산성 제고를 통해 수입 돈육과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또한 자조금도 도와줘야 한다. 한돈과 소비자의 관계 개선과 유지, 신규시장 개척, 돈육 유통업계와 소통 강화에 적극 활용하면서 한돈 이미지 제고에 앞장섰으면 한다. 이럴 때 미국산 돈육 시장 점유율 확대를 늦추고 한돈 시장의 안정적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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