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불법'이라는 낙인
[칼럼] '불법'이라는 낙인
법에 어긋나면 모든게 약자
제대로 된 행정으로 불법 줄여야
  • by 김오환

‘불법(不法)’으로 노동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심정은 어떨까. 어떻게 대우를 받을까. 불법 노동자 신분인 만큼 항상 불안하고 초조해서 일에 집중이 안 될 것이다. 일의 성과도 썩 뛰어나지 않을 것이다. 체포될 우려 때문에 심신이 건강치 않을 것이다. 또한 고용주로부터 제대로 월급을 받지 못하고, 남보다 낮게 받을 것이다. 고용주는 맘대로 부릴 것이다. 그런데도 ‘그’ 외국인 노동자는 항의하지 못하고 받아드릴 것이다. 왜? 불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불법은, 법에 어긋나는 행위이기 때문에 법에 관한 일이면 약자다. 법에 호소할 수 없고, 호소하더라도 법이 도와주지 않는다. 오히려 불법인 주제에 설친다고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불이익은 다양하다. 타인에게 맞을 수 있고, 기관으로부터 과태료나 벌금을 맞을 수 있고 심지어는 (사업장 등이) 폐쇄될 수도 있다. 노동자의 경우 구금되거나 추방된다.

그렇다고 만사(萬事)를 법에 준수하고는 살 순 없다. 법이라는 것이 정확, 명확하게 구분된 것도 있지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적용되기도 한 것이 없지 않아서다. 법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에 제정할 때 신중에 신중해야 한다. 또 조심해야 하고 시류(時流)에 영합해서는 안 된다. 냉정 냉철하게 판단해서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갈등하고 반목할 뿐만 아니라 항상 시끄럽고 싸울 ‘불씨’를 안고 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법이 그런대”하고 쉽고 편하게 증거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양돈으로 돌아오자. 최근 농축산부는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 촉진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 ‘농촌 공간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정비’사업에 빈집이나 장기방치건물, 공장, 재생에너지 시설 등과 함께 ‘축사’를 유해시설로 포함한 점이다. 지난번 칼럼에 썼듯이 축사(畜舍)는 가축이 사는 곳이다. 그것도 ‘살아 있는’ 생명체가 사는 집이다. 그런데 축사를 해(害)를 입히는 시설로 법으로 ‘낙인(烙印)’하면 어떻게 될까.

국민의 건강을 위해 가축을 길러 양질의 동물성단백질을 공급하는 축산은 불법이며 농가는 불법 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불법 속에서 한국 축산이 어떻게 경쟁력을 기를 것이며, 불법을 지원하는 사료 동물약품 기자재 등 관련 산업은 뭐가 될 것인가? 무슨 법에 저촉될까. 또한 정부가 생산성 제고를 위해 지원한 (축사)시설개선자금은 불법을 촉진한 불법 자금인가?

법을 집행하는 것, 말하자면 정치나 행정은 백성끼리 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서로 편안케 하는 것이다. 다툴 사안이 있거든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협의하고 합의하면서 이견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 정치, 행정의 책무이자 존재 이유라 생각한다.

농축산부는 지난 3일 축사를 유해시설(정비대상시설)서 제외했다. 다행이다. 추후에는 축산관련법 제정 및 개정(안) 이전에 축산단체와 협의, 고시했으면 한다. 그럴 때 축산농가의 ‘불법 낙인’은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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