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 한돈시장, 지난 3년과 확 달라졌다
[상반기 결산] 한돈시장, 지난 3년과 확 달라졌다
출하 1% 늘고 수입 소폭 감소에도
돼짓값 상승치 못하고 연일 약세
경기 침체로 한돈 소비 저조한 탓

삼겹 적체 두드러져 ‘인기 무색’
구이용 부위 가격 일제히 하락
저렴한 등심‧전지는 올라 대조적

수입 늘자 한돈 하락세 본격 진입
시장 어려운데 수입육 ‘호시탐탐’
  • by 임정은

올 상반기 엔데믹과 함께 돼지고기 시장의 흐름도 달라졌다. 2020년 코로나 19 이후 매년 전년 대비 상승세를 지속하던 돼짓값은 올 5~6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하락세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를 일시적 약세로 보기에는 시장 여건이 만만치 않다. 이런 가운데 상반기 전체로 보면 돼지고기 수입량은 줄었지만 5월부터 다시 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에 맞춰 돼짓값 하락세도 본격화됐다.

■심상찮은 돈가 하락세=지난해 모돈 두수가 감소세로 줄면서 올해 출하 감소세가 점쳐졌다. 하지만 상반기까지만 보면 올해 출하가 더 많았다. 6월말 돼지 출하두수는 938만마리를 기록, 지난해 동기간 927만마리보다 1% 가량 증가했다. 다만 1분기까지는 지난해보다 1.9% 증가한데 비해 2분기는 작년대비 단 0.2% 차이로 좁혀졌다.

출하물량이 더 많았던 1분기는 2020년 이후 이어온 돼짓값 상승세가 안정적으로 지속됐다. 이에 비해 2분기는 갈수록 돼짓값이 약세로 전환됐다. 지난 2020년 이후 돼짓값은 매년(2020년=4천216원, 21년=4천722원, 22년=5천227원) 올랐다. 월별로 보면 작년말까지 전년 동월보다 낮았던 시기는 36개월 중 단 5개월뿐이었다. 그리고 이 같은 상승세는 올 4월까지도 이어졌다. 이에 분기별로 보면 1분기 평균 돈가는 4천596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6% 올랐다. 4월도 일년전보다 0.5% 높았지만 5~6월은 작년 수준을 밑돌아 2분기 평균 5천578원으로 일년전보다 4% 가량 하락했다. 더구나 5~6월 한돈 출하와 수입량이 모두 늘었지만 상반기 전체로 보면 공급량(출하+수입)은 작년보다 다소 적었다. 그럼에도 돼짓값은 하락세로 점차 굳어진 것이다. 이를 볼 때 최근의 돼짓값 약세는 부진한 소비가 주요 원인이 됐다는 짐작을 가능케 하고 있다.

엔데믹과 함께 찾아온 경기 위축과 금리 인상으로 돼지고기 수요가 침체되면서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이다. 4월말 기준 한돈 재고(5만3천톤)는 지난해 대비 두 배(96%↑)가 됐으며 특히나 삼겹이 인기부위라는 명성에 맞지 않는 적체(90%↑) 현상을 보이며 소비 부진을 대표하는 부위가 됐다.

■한돈 부진 속 부위별 차이 두드러져=그런데 한돈이라고 모두 똑같이 부진한 것은 아니었다. 주목할만한 것은 인기부위인 구이용 부위들이 유독 더 불황을 톡톡히 겪고 있다는 점이다. 육류유통수출협회가 조사 발표하는 한돈 부위별 가격을 보면 올 상반기 삼겹과 갈비, 목심은 ㎏당 각각 1만6천467원, 8천468원, 1만4천177원으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각각 7%, 10%, 4.5% 하락했다. 이에 비해 등심(7천245원), 전지(7천832원), 후지(4천638원)는 일년전보다 4%, 3%, 2% 올라 구이용 부위들과는 대조를 보였다.

특히 돼짓값이 전년 대비 하락세로 진입한 5월과 6월을 보면 삼겹살 가격이 각각 1만8천원, 1만7천원 수준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각각 15%씩 떨어지며 부위들 중 가장 낙폭이 컸다. 또 이 기간은 대부분의 부위들이 다 하락했는데 그 와중에도 전지는 일년전과 견줘 0.5~4% 상승했다. 또 등심은 가격이 가장 크게 올랐을뿐만 아니라 수입량에 있어서도 상반기 유일하게 작년보다 증가한 부위다. 이는 올해 경기 침체로 외식 대신 가정에서 저렴하게 소비할 수 있는 냉동 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이를 보면 올 상반기 한돈 소비의 흐름 중 하나는 한돈 선택에 있어서 가격의 중요도가 더 높아졌다는 것이며 이 같은 흐름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공산도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입육 가세…걱정 커지는 하반기=올해 돼지고기 수입은 EU의 돼짓값 강세와 국내 출하량 증가 등으로 더 늘 가능성이 매우 희박했다. 특히 역대 두 번째로 많았던 작년 돼지고기 수입량을 넘어서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됐다. 그리고 실제 1분기까지만 보면 수입량은 작년 동기대비 15% 가량 감소한 10만2천톤에 그쳤다. 그러나 5월(4만4천톤) 증가세(10.7%↑)로 반전한 돼지고기 수입량은 6월도 그 기세를 이어받아 4만톤을 넘기며 작년(3만5천톤)보다 18% 증가했다. EU는 돼지고기 생산이 줄고 돼짓값도 올라 수출도 줄었지만 미국은 정 반대로 생산도 늘고 돈가도 약세를 지속, 국내 도입물량도 늘고 있다. 또 정부는 할당관세로 EU와 미국 이외 캐나다, 브라질 등 아직 관세가 남아있는 국가들로부터 수입이 증가할 여지를 만들어주고 있다.

공교롭게도 돼지고기 수입량이 올 들어 처음 증가세로 돌아선 5월 돼짓값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여기다 돼지고기 외에 쇠고기 수입도 같이 증가하면서 한돈은 시장은 줄어든 수요를 놓고 수입육들과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3년여 지속되던 코로나 19 상황이 전환점을 맞은 상반기, 한돈 시장도 코로나 때와는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하반기는 어떨까? 상반기 나타난 변화의 조짐들을 볼 때 향후 시장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처럼 소비가 침체된 상황에서 수입육의 공세가 거세진다면 하락세로 돌아선 한돈 시세를 돌려세우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하반기 본격적으로 감소세가 예상되는 출하가 그나마 돼짓값을 지지해줄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높아진 불확실성 속에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소비 시장의 분위기를 볼 때 한돈 시장을 주시하면서 하반기 시장 대응 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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