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양돈 낮은 생산성, 정부도 자유롭지 못하다
[칼럼] 양돈 낮은 생산성, 정부도 자유롭지 못하다
할당관세 등으로 시장 불안 가중
농가도 불안…긴 안목 정책 절실
  • by 김오환

한국은 세계 유명 상표(품)들이 가장 선호하는 시장이다. 서울이라는 수도를 중심으로 100km 안팎에 근 3천만명이 사는 거대 시장이기 때문이다. 100km 내외라 교통 물류비가 다른 나라보다 덜 들어 집중적으로 유통할 수 있고, 이곳에 사는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 구매력이 또한 만만치 않아서다. 한국 소비자들의 유행도 선진국에 뒤지지 않아 메이커들이 한국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이유다. 돼지고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축산물평가원이 밝힌(21년 기준) 한국의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27.6kg으로 독(43kg) 프(31.8kg) 캐나다(31kg) 호주(28.7kg)이어 세계서 상위권이다. 美(23kg) 日(21.6kg) 中(23.7kg)보다 많다. 반면 생산성은 MSY가 한국 18.3마리로 가장 많은 덴마크(31.5두), 가장 적은 캐나다(24두)와 비교해도 게임이 안 되는 수치다.

돈육 소비량은 많고 생산성이 낮은 이런 시장(한국)을 눈만 뜨고 그냥 나눌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어떻게 해서라도 시장을 빼앗을 것 아닌가. 그것이 자본주의 속성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화’의 본질이다. 그래서 한국 돈육 시장은 관세화로 열리더니 몇 년 후에는 FTA로 개방했다. 이제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관세없이 한국에 돈육을 팔 수 있게 됐다.

수출국에서 봤을 때 호시절이다. 더욱이 한국의 돈육 소비량이 매년 조금씩 늘고 있어 한국 시장은 ‘황금알을 낳고 있는 거위’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물가 당국은 돼짓값 안정을 위해 돈육 수출국에 ‘특혜’를 베풀고 있다. 관세를 물고 들여오는 국가에 대해서는 할당관세라는 명목으로 관세를 없애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미 관세없이 수출했던 미국이나 유럽연합국가들은 ‘다른 특혜’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것을 요구할 것이라는 추측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정치적 외교적 판단이다. 그들은 그렇게 한국 시장에 다가왔다. 방역 부분 완화 요구다. ASF가 발병하면 돈육 수출은 자동으로 중단된다. 그래서 벨기에가 중단됐고 독일이 아직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독일에 대해 돈육을 다시 수출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독일이 어떤 나라인가. 한국 돈육 수출 시장 2위(1위는 미국)를 차지했던 나라가 아니던가.

이렇게 한국 돈육시장은 누에가 뽕나무 잎을 야금야금 먹듯이 조금씩 먹히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가 외국산 돈육을 선호해서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것보다, 할당관세 등 정부가 수출국에 배려하고 있는 ‘협조적’ 정책으로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보면, 어쩌면 한국 양돈의 낮은 생산성은 농가의 탓도 있겠지만, 소비 시장을 통해 한국 양돈업을 불안케 만들고 있는 정부의 책임도 자유롭지 못하다. 양돈 발전을 위한 물가 당국의 긴 안목의 정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전환점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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