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제주도 양돈업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기획특집] 제주도 양돈업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돼지 51만2천마리 국내 두수 중 5%
육지 한돈보다 돼짓값 월등히 비싸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도 막강
경제 효과 호감만큼 냄새 최대 현안
18년 전국서 처음 양돈장 악취관리 지정
올해 악취해결 원년 선포…각종 지원도
전염병 청정지 이점 살려 수출 노력 지속
FMD 이후 제주만 유일하게 대일 수출
좌절도 많았지만 수출은 여전히 희망적
  • by 임정은
사진 : 제주관광공사
사진 : 제주관광공사

제주도 양돈산업은 한돈산업 내에서도 좀 특별한 위치에 있다. 한돈과도 차별화, 프리미엄 한돈으로 대접받는 제주산 돼지고기가 그렇고 지리적 여건 상 돼지 전염병에 있어서는 마지막 보루이며 최근 양돈업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환경 관련 이슈와 규제에 있어서는 최고의 격전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같은 양돈업이라도 제주도의 양돈산업은 따로 떼어 들여다볼 이유가 충분하다.

■제주도 양돈산업 현황=제주도 내 돼지 사육두수는 올 1분기 기준 51만2천마리로 전국 사육두수(1천111만마리) 가운데 5%가 채 안 된다. 5년 전(18년 1분기)과 비교하면 52만9천마리에서 3.2%가 줄었다. 같은 기간 전국 돼지 사육두수는 1천110만두대서 단 0.4% 감소하는데 그친데 비해 제주의 돼지가 더 큰 폭으로 줄었다. 양돈장수도 286개에서 253개로 11.5% 감소했다. 청정 자연의 대표적인 관광지로서 다른 지역에 비해 환경에 대해 보다 더 강력한 규제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역별 양돈장 분포(22년 10월 기준)를 보면 제주시에 187개소, 서귀포시 75개소가 있으며 제주시 내에서도 한림읍에 제주 지역 양돈장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30개소가 몰려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는 서귀포시 대정읍(34개소, 13%)이 가장 많은 양돈장이 있다.

■제주 양돈산업의 위상=지난해 연평균 돼짓값은 제주가 7천530원으로 제주 제외 나머지 지역 평균 5천227원에 비해 44% 가량 비쌌다. 제주산 돼지고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로서 일반 한돈에 비해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지역 대표 먹거리로 관광산업과 함께 제주 지역 경제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제주도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양돈산업의 경제적 유발 효과는 연간 약 8천280억원, 고용 유발효과는 4천127명으로 조사됐다. 제주 지역 양돈산업의 지역 내 생산유발계수는 1.270으로 제주 지역 전 산업 평균(1.172)에 비해 크고 산업의 전후방 효과가 모두 큰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원은 그 중에서도 전방연쇄효과, 즉 양돈산업의 생산품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보다 커 제주지역의 양돈산업은 지역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또 21년 기준 양돈 조수입은 4천745억원으로 전체 제주 축산 조수입에서 양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한우와 말의 조수입이 1천억원, 기타 가축이 200~300억원으로 양돈과는 차이가 컸다.

양돈산업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인식이 대체로 긍정적인 이유도 바로 이 같은 경제적 효과가 컸다. 연구원이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제주 양돈산업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답변이 54%, 부정적 12%, 모르겠다 34%로 조사됐다. 또 양돈산업 육성에 찬성하는 도민들은 지역 경제 기여, 제주산 돼지고기 구입 용이성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그런데 지역별로 차이가 컸다. 서귀포시 읍면 지역 주민들의 긍정 인식(61.5%)이 높고 반대로 제주시 읍면의 부정인식(26.5%)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제주도 내 양돈장 분포와 이에 따른 악취 경험이 양돈산업에 대한 인식을 결정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실제 양돈업 육성에 반대 의견을 낸 도민들은 그 이유로 악취, 지하수 오염, 환경 문제 등을 지목했다.

■환경 이슈의 최전선=제주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지닌 대표적인 관광지다. 그로인해 제주를 찾는 관광객에게 제주산 돼지고기는 지역을 대표하는 먹거리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동시에 관광지로서의 지역 특성상 양돈산업에 대한 더 강력한 환경 규제 또한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직접적으로는 다발하는 냄새 민원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도내 축산악취 민원은 19년 1천923건, 2020년 1천535건, 21년 1천886건으로 매년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제주는 지난 18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양돈장 59개소에 대해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현재 100개소가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특히 도는 악취 민원을 줄이고 도민 및 관광객의 불편 해소를 위해 양돈장 폐업 보상도 매년 실시하고 있다. 또 도는 아예 올해를 양돈장 악취해결 원년의 해로 선포하기도 했다. 지난 17년 가축분뇨 유출사건 5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악취 저감을 통해 양돈산업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전체 양돈농가에 대해 악취관리수준을 진단, 최하위 그룹의 농가에 대해서는 컨설팅을 지원키로 했다.

또 양돈장 현대화 및 악취 저감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지원하기 위해 △악취저감형 양돈장 구축 △양돈장 밀집지역 악취저감 모델 개발 △축산시설 현대화 △축산분야 ICT 융복합 확산 △축산사업장 악취저감시설 △축산악취개선 △악취측정ICT기계장비 △가축분뇨 효율화 처리 미생물 생산시설 △깨끗한 축산농장 인센티브 등에 총 사업비가 315억8천300만원이 책정됐다. 이 밖에 24시 냄새 민원축산사업장 방제단 운영, 가축분뇨 고착슬러지 제거 사업을 비롯해 축산환경개선 교육, 냄새저감제‧미생물제 공급, 주요 도로변 축산사업장 환경 정리 등 지역주민이 공감하는 악취 관리를 추진키로 했다.

■한돈 수출의 희망=제주는 지리적 특성상 가축 전염병의 청정지로서 수출에도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그리고 실제로도 제주만 유일하게 돼지고기 수출이 가능했던 시기도 있었다. 지난 2000년 구제역 발생으로 돼지고기 수출이 중단된 이후에도 필리핀, 몽골 등에 제주산 돼지고기는 수출이 가능했으며 최대 수출 시장이었던 일본도 유일하게 제주산 돼지고기에 대해서만 04년 수입을 허용했다. 아쉽게도 같은 해 11월 제주도에서 돼지열병 항체 양성반응이 나오면서 수입이 중단됐지만 이후 거듭된 일본과의 협상 끝에 09년 다시 제주산 돼지고기의 대일 수출이 재개됐다. 그리고 다시 2010년 1월 구제역 발생으로 수출은 또 중단되는 등 제주는 한돈 돼지고기 수출의 희망이자 좌절의 역사 그 자체다.

△구제역으로 한돈 수출이 중단된 이후 제주도는 04년 일본으로부터 유일하게 돈육 수출이 허용된 바 있다.

좌절은 있었지만 수출에 대한 노력은 멈추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제주산 축산물 수출은 2020년 211톤, 21년 372톤, 그리고 지난해 412톤으로 매년 늘고 있으며 그 중 90% 이상이 돼지고기(부산물 포함)였다. 그리고 올해 도는 제주산 축산물 수출 확대 지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 △축산물 수출장려금 지원 △제주산 축산물 수출 현지 판촉지원 △축산물 수출작업장 시설 보완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얼마 전 제주양돈농협이 처음으로 아랍에미리트 수출을 시작하며 돼지고기 수출을 통한 제주 양돈산업의 지속 발전에 대한 희망을 더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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