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래도 축산업을 홀대, 미워할 것인가
[칼럼] 이래도 축산업을 홀대, 미워할 것인가
1인당 소비량 육류, 쌀 넘어서
규제 중심 축산 정책 탈피 시급
  • by 김오환

어렸을 때 외식은 중국집이 대부분이었다. 누군가의 졸업이나 생일 때 자장면 하나면 됐다. 요즘은 100% 달라졌다. 고깃집을 가든, 횟집을 가든 먼저 육류나 바닷고기를 주문한다. 그런 다음 밥을 먹는다. 이러니 쌀 소비량이 줄 수밖에 없다. 여기다 밀가루를 이용한 라면과 빵이 쌀 소비를 잡으니 쌀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2년 농업전망’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2천년 93.6kg에서 21년 56.1kg으로 40.1%가 감소했다. 반면 1인당 육류 소비(소 돼지 닭)량은 01년 32.4kg에서 지난해 53.8kg으로 66%가 증가했다. 이를 보면 육류 소비가 쌀 소비의 95.9%다. 오리 염소 등 기타 육류를 포함하면 육류가 쌀보다 더 많이 먹고 있는지 모른다. 어쨌든 우리는 매끼 육류를 쌀처럼 먹고 있다. 육류가 주식(主食)화되고 있다. 생산액 규모를 보면 쌀이 8조4천759억원인 반면 육류는 22조원을 육박하고 있다. 쌀 생산액은 육류, 축산업의 38.6%에 불과하고 양돈업과 비슷하다.

그런데도 한돈을 비롯한 축산업은 정책이나 자금지원이나 쌀보다 뒤처지고 있다. 예산도 그렇고 인력에서도 그렇다. 더욱이 요즘에는 환경이 축산을 압박하고 있다. 모 교육청은 유튜브 채널 운영을 통해 ‘축산업이 지구 온난화 주범’이라고 호도하며 축산업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갈수록 축산업의 위상은 위협받고 있고, 위축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심화됐으면 심화됐지 완화될 여지는 약하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문제는 유류 소비는 향후 증가하는 반면 쌀은 줄 것이라는 점이다. 농경연은 22년부터 31년까지 쌀 전체 소비량은 연평균 0.9%씩 총 8%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3대 육류(소 돼지 닭)는 61.2kg으로 21년보다 9.1% 늘 것으로 전망됐다. 대체육 배양육 등 ‘가짜고기’를 제외함에도 진짜 육류 소비는 증가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처럼 축산업이 발전할 여지가 큼에도 축산업 정책은 전후(前後)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급정책보다는 방역 환경 등 규제 중심의 정책이 여기저기서 펼쳐지고 있다. ‘하지 마라’와 ‘하라’만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 칼럼에서 수차 언급했듯이 한국 축산업은 국민에게 양질의 동물성단백질을 저가에 공급,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고 있고,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사회기간산업이다. 지역경제 안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더욱이 축산업의 중요성은 해가 갈수록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규제 중심의 정책에서 탈피할 것을 강력하게 주문하는 바이다. 비록 정책이 현실과 현안을 중시하지만, 축산업만이라도 미래를 보고 정책을 추진했으면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정책이 산업의 발전에 얼마큼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우리는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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