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高곡물가…복잡해진 세계 양돈시장
[심층분석] 高곡물가…복잡해진 세계 양돈시장
옥수수 선물시세 작년보다 두배
美‧브라질 등 기상 악화가 主因
사료, 옥수수‧대두→밀 대체 시도

EU 제외 미 브라질 돼지 값 올라
고돈가에도 고생산비로 돼지 줄 듯
라보 “양돈 성장 속도 늦출 수 있어”
  • by 임정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경고 속에 옥수수 등 곡물가격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이에 올해 세계 양돈시장에 또 하나의 변수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천정 뚫린 곡물 값=FAO가 발표한 지난 4월 곡물 가격 지수는 125.1포인트로 일년전에 비해 25.8포인트(26%) 상승했다. 특히 이 중 옥수수는 일년전보다 66.7% 올라 13년 중반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FAO는 미국과 브라질 등 주요 생산지의 기상 악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5월 들어서도 주요 곡물 가격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 시카고 선물거래소 옥수수, 대두, 밀 가격은 톤당 284.3달러, 593.3달러, 275.5로 4월 평균에 비해 각각 19.5%, 10.9%, 11.2% 올랐다. 또 지난해 동월 평균과 비교하면 옥수수는 2배 이상(125.6%) 올랐으며 대두와 밀 역시 각각 90%, 45% 높은 수준이다. 특히 밀은 기상 악화와 더불어 옥수수 등 사료 곡물가격의 상승으로 돼지와 닭 사료를 밀로 대체하려는 수요가 발생하면서 더욱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고민 커지는 양돈업계=최근 중국은 돼지와 가금류 사료에 사용되는 옥수수와 대두를 줄이기 위한 지침을 발표했다. 중국 농업부는 이를 통해 돼지와 가금류에 대한 합리적인 수준의 에너지 공급과 사료 내 단백질 함량 조절, 다른 첨가제의 적절한 사용 등을 제안했다. 중국은 돼지 사육두수를 늘리면서 지난해부터 옥수수 등 사료곡물 수입을 크게 늘리고 있다. 이번 조치는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옥수수와 대두 가격이 오르고 공급량 부족이 우려되는데 따른 조치인 셈이다.

돼지고기 수출국인 브라질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해 브라질의 돼지고기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돼지고기 수출가격도 상승했지만 높아진 생산비로 마진 저하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브라질 내 주요 돼지고기 패커들이 옥수수 대신 밀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돈가에도 걱정이 크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 4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5~80% 가량 올랐다. 또 이달도 250달러(100㎏)에 육박하는 돈가를 기록하며 코로나 19로 가격이 폭등했던 지난해 동월(226달러)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미국 내 돼지고기 수요 증가와 함께 생산 물량이 많지 않아서다. 그런데 이 같은 고돈가에도 생산물량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미국 농무부는 당초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던 올해 돼지고기 생산량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보다 낮춰 하향 조정하면서 작년보다 다소 줄 것으로 추산, 발표했다. 코로나로 도축작업이 중단됐던 지난해 모돈이 도태됐던 영향으로 올 3월 기준 돼지 사육두수와 모돈 두수가 전년 대비 감소한데다 최근 사료 곡물 가격이 오르면서 두수 회복 여지를 제한하고 있다. 실제 1분기 미국의 돼지 도축두수는 지난해보다 3% 가량 감소했다.

특히 미국 농무부는 최근 중국 시장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일부 생산자들이 ASF 발생과 함께 높은 사료비에 대한 우려로 돼지 입식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올해 중국 돼지사육 두수 회복을 늦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전망은 더 복잡해져=최근 중국 내 ASF 상황이 중국은 물론 세계 양돈시장 전망을 어렵게 한 가운데 최근 곡물 가격 급등은 또 다른 변수를 더한 셈이 됐다.

코로나 백신 접종으로 세계적으로 돼지고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제 돼지고기 가격도 상승세다. FAO 세계 돼지고기 가격 지수는 4월까지 3개월 연속 올랐다. 또 실제 주요 돼지고기 생산국 가운데 EU를 제외하고 미국, 브라질, 캐나다 모두 돼지 값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고돈가에도 생산비 상승은 생산 규모 감소를 불러올 수 있어 당초 올 세계 양돈시장 전망도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11년 세계적인 곡물가격이 급등 이후 13년까지도 고곡물가 추세가 이어졌다. 그리고 세계 돼지고기 생산량은 그간의 증가세를 멈추고 14년(1억1천140만6천톤)부터 16년(1억1천134만3천톤)까지 감소한바 있다. 14년 세계 돼지고기 가격 지수는 역대 최고치였다.

최근 라보뱅크는 세계 돼지고기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돼지 사육두수의 점진적인 회복이 기대되나 더 높은 비용과 수요 불확실성이 성장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