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책이 정치보다 우선이다
[칼럼] 정책이 정치보다 우선이다
사안에 정치 개입되면 침소봉대 우려
축산 냄새 및 방역, 정치적 입장 배제
  • by 김오환

정책(政策)과 정치(政治). 서로 의미가 다르다. 하지만 불가분의 관계다. 입술과 잇몸과 같은 관계다. ‘정’의 한자(政)도 같다. ‘정’자를 파자하면 바르게(正)하기 위해 때리라는 의미로 ‘바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전적 의미도 찾아봤다. 정책은 (정부나  정치단체의)정치에 관한 방침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했다. 정치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 권력의 획득 유지 및 행사를 위한 투쟁이나 조정 등에 관한 여러 현상이라 했다.

정책과 정치.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지겠지만 사실 무엇이 먼저인지 모르겠다. 굳이 따진다면 정책이 앞서지 않나 생각한다. 정책이 있어야 그것의 잘잘못을 따지는 정치가 뒤따르고 있어서다. 물론 (어떤 사안이)정치적으로 제기되면서 정책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가 앞서는 경우도 있다. 국회의원이 입법하거나 법에 대해 개정(안)을 발의하는 것을 보면 이해된다. 하지만 대다수의 법률이 정부의 입법임을 감안하면 정책이 정치보다 앞선다.

그럼에도 정치가 ‘민의(民意)’를 내세우면서 정책에 ‘깊게 간여’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특히 (어떤 사안이) 신문이나 티브이 등 메인 언론에 노출되면 정책보다 정치가 주(主)가 된다. 정책이 정치에 의해 실종되기 시작한다. 바로 그 때, 정치는 당(黨)뿐만 아니라 상급기관 및 부처까지 확대돼 그 사안은 ‘핫-이슈’로 부상된다. 그런 다음 국정의 현안으로 넘어가 당과 정부의 핵심 의제로 다뤄지면서 그 사안은 정치화된다. 

사안에 따라 침소봉대(針小棒大)되기도 하고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 경우도 없지 않지만 대다수는 ‘봉대’된다. 정치가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초입’에 들어간다. 그러면서 정책 최초안보다 강화된 법률로 잇달아 개정되면서 백성에게 이익보다는, 되레 까다로워지고 힘들어지는 등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또한 정책 입안자의 판단은 정책보다 정무(치)로 쏠리고, 처신에 있어 복지부동을 취하지 않을 수 있다. 매매 전월세 등 주택 정책도 그렇고, 노동자와 기업 간의 이해 관련법 등 한 두개가 아니다.

양돈 등 축산관련 법도 예외가 아니다. 축산현장의 냄새를 보자. 냄새는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최소화할 수 있지만 없앨 수는 없다. 가을철 은행의 냄새 때문에 은행나무를 벨 수 없듯이 하절기 가축분뇨의 냄새로 축산을 막을 수는 없다. 강한 정치적 규제보다는 유럽처럼 소비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정책이 우선시되도록 정치가 정책을 뒷받침했으면 한다.

방역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ASF는 백신이 없어 걱정이 됐으나, 정부의 발빠른 방역대책과 농가들이 적극적인 방역활동으로 10월 8일 이후 발병하지 않고 있다. 또한 그렇게 무서운 질병도 아닌 것 같다. 확산방지를 위해 취해야 할 조치는 필요하겠지만 정치적 입장은 줄였으면 한다. 전문가 집단이 내놓은 정책이 민심의 정치보다 현실적이고 적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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