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농장 전산 기록은 꿈을 사는 행위
[칼럼] 농장 전산 기록은 꿈을 사는 행위
프로그램 편리하게 운용 가능
경영‧사양 두 토끼 잡을 수 있어
  • by 김오환

우리나라 사람은 돈과 관련되는 ‘계산’에 약했다. 하나하나 영악스럽게 따지려하지 않고 두루뭉술, 대충 계산한다. 그래서 그런지 하나, 둘 정확한 명사보다는 서넛, 대여섯, 예닐곱 등 합성어를 많이 사용해왔다. 사자성어 십중팔구(十中八九)도 그렇고 눈대중, 눈짐작, 눈치 등 용어도 그렇다. 이런 까닭은 ‘사농공상’이라는 유교적 사고에다 계산에 집중하면 쩨쩨하다든지 남자답지 못하다는 등 타인의 평(評)과 이목(耳目)을 의식해서 일 것이다.

그러던 생활습관이 핵가족화, 1인화 등 서구화되고 미국 유럽 등 공동체 중심보다 개인 우선의 문화를 접하면서 180도 달라졌다. 또한 예적금 보험 등 숫자 놀음의 금융업무 생활화도 한몫했다. 아울러 최첨단 휴대폰 등 디지털 이용도 개개인을 꼼꼼하고 세세하게 강화하고 있다. 아마도 갈수록 인간은 영민해지면서 계산적으로 변할 것이다.
그럼에도 축산 등 농업분야 종사자들은 아직도 숫자에 영리하지 못한 것 같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과 수지가 결정되는 산업의 특성상 그럴 것이다. 또한 매일매일 입출금을 확인하는 장사가 아니고 보름 또는 한달, 길게는 일년에 한번 결재되는 것도 한 요인이다. 타인의 고용보다 가족(개인) 중심의 (농축산업)경영도 그 이유다. 그래서 ‘원가’ 개념도 약하다.

그런데 최근 양돈농가들이 원가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다. 양돈타임스 4월9일자에 따르면 재작년 여름 휴가이후 최근까지 한돈시세가 약세를 형성하자 사료업체 관계자를 상대로 농장의 원가 산정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19로 한돈 전망이 불투명, 농가들의 원가 고민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행스럽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런 정신이 농장의 생산성, 경쟁력으로 이어져 한돈의 자급률을 제고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생산 원가는 생산자의 노동력을 포함하는 생산비와 자가 노동력을 제외하는 경영비로 나눠진다. 또한 농장 경영과 모돈 등 사양관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따로 있다. 하지만 농장 노동자가 대부분 외국인이고 농장주도 프로그램 전문가가 아니어서 프로그램을 작동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지속하기도 힘들다.

이 때문에 전산 운용 농장도 많지 않다. 그래서 농장 사무실 칠판에다 중요 사항만 기록하는 수준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영과 사양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세분화됐고, 특히 작동과 관리가 편리하다 한다. 조금만 노력하면 전문가처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19로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전산으로 기록, 관리해 농장의 원가와 성적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를 기대한다.

농장의 전산 기록은 꿈을 사는 행위다.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농장의 미래의 설계도를 그려주고 있다. 희망을 보여주고 있고, 머지않아 그것이 현실이 되게끔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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