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 돼지복지, 무엇이 더 중요한가?
[양돈현장] 돼지복지, 무엇이 더 중요한가?
  • by 김동욱
김동욱 수의사 / 한별팜텍
김동욱 수의사 / 한별팜텍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월 10일 축산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관한 입법예고를 발표했다. 이 개정령(안)의 내용 중에는 임신 모돈의 군사사육을 법제화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 입법예고에서는 법 제정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동물복지형 축산기준 마련에 따라 임신돈의 스톨 사육기간을 제한하기 위하여 축산업 허가 기준 중 돼지 사육업 시설 기준의 정비가 필요” 그리고 법 제정의 기대 효과로 임신돈의 동물복지 증진을 말하고 있다. 동물복지, 돼지의 복지. 참 좋은 말이다. 그런데 돼지의 복지를 대표하는 첫 법안으로 ‘모돈의 군사사육 의무화’가 가장 시급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모돈의 군사사육 보다 더 긴급한 문제는 없을까?

■현장에서의 안락사 문제=현장에서 적절하지 못한 방법으로 실시되는 안락사 문제는 돼지의 복지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임과 동시에 농장 외부의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다. 적절하지 못한 안락사가 현장에서 실시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안락사를 위해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장비가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돼지의 체중이 커질수록 특별한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의 안락사는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모돈이나 웅돈의 경우에는 현장에서 안락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스스로 숨이 끊어질 때 까지 돈사 내부 또는 돈사의 통로에 내버려 두는 경우도 있다. 또한 현재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적절한 안락사 도구가 없다보니 작은 돼지임에도 부적절한 방법을 이용한 안락사를 꺼리는 직원들이 일어나지 못하거나 심하게 앓아 뼈만 앙상한 돼지들을 돈방에 놓아두고 숨이 멎을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적절한 방법이 없어 거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숨이 멎을 때까지 내버려 두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돼지의 복지라는 측면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부분이 아닐까?

■돼지의 이동과 관련된 문제=현장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돼지의 이동 과정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떠올려보자. 돼지의 행동 패턴에 익숙하지 못한 관리자들이 돼지를 이동시키는 경우 종종 범하는 우는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돼지들을 사람의 힘, 또는 다른 도구를 사용한 물리력으로 움직이게 하려는 것이다. 그나마 보행이 정상적인 돼지들의 경우는 다행이나 다리의 부상과 같이 스스로 이동이 불가능한 돼지의 이동이 필요할 경우 사람의 물리적인 힘이나 도구를 이용해 강제로 끌고 가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 돼지의 복지를 고려하는 법안을 제정한다면 현장에서 돼지의 이동시 돼지의 행동적 습성을 파악하여 과도한 몰이 행위 없이 원활하게 돼지를 이동하는지, 또 거동이 불가능한 돼지를 다른 돈방이나 출하를 위해 이동을 할 때 적절한 방법을 사용하여 이동을 하는지에 대한 방법과 이에 대한 준수여부를 점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모돈의 군사사육보다 돼지의 복지에 있어 더 시급한 내용이 아닐까?

■문제 있는 돼지의 별도 관리=우리가 흔히 환돈칸 또는 환돈사라고 하는 아픈 돼지를 위한 별도의 공간 운영에 대한 부분이다. 필자가 간혹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 심사에 외부 위원으로 가보면 현장에서 필자를 가장 만족시키는 부분은 임신군사도, 복지형 분만틀도 아닌 의무적으로 운영하도록 되어있는 환돈/위축돈 등의 문제돈을 관리하기 위한 별도의 공간이다. 실제로 많은 농장에서는 이런 공간이 설정되어 있음에도 이 공간을 돼지의 사육공간으로 활용하거나 아니면 아예 이런 별도의 공간 자체가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무리에서 처지는 개체, 부상을 입어 정상적인 무리 생활이 어려운 개체, 또는 전염성 질병을 다른 돼지에게 전파할 수 있다고 보는 개체 등에 대한 별도의 격리 후 관리가 불가능하며, 간혹 격리를 한다고 돈사의 통로에 놔두거나 복도에 꺼내 놓는 경우가 있지만 개체 상태의 호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픈 돼지, 또래에 비해 처지는 개체를 빨리 발견해 정상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돈방을 만들고 관리하게 끔 해주는 것이 모돈의 군사 사육보다 더 시급한 돼지의 복지 문제가 아닐까?

■가축전염병 발생으로 인한 긴급 상황에서 돼지의 복지=이번 ASF 발생 후 취해진 대규모 살처분, 그리고 수차례의 스탠드스틸과 함께 시행된 도간 이동제한은 비상 상황에서의 돼지의 복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 기회였다. 안타깝게도 국내의 각종 가축전염병 발생을 대비해 만들어진 표준 시행 절차(SOP:Standard Operation Procedure)에는 동물(돼지)복지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다. 하지만 미국, 캐나다, 유럽의 질병발생시의 SOP, 또는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에는 동물복지에 관한 내용이 비교적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발생농장과 발생농장 인근에서 돼지 비우기가 실시되어야 할 경우 돼지의 복지를 고려하여 실시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돈사에서 살처분 실시장소로의 이동 및 실시 후 매몰 과정에서 동물복지적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기록되어 있다. 또한 이동제한의 시행 시 농장의 돼지들이 겪을 수 있는 동물복지 측면에서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최대한 피해가 작게끔 운영이 되어야 하며, 과학에 근거한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 기술을 이용해 정확/신속한 확인 후 돼지/분뇨의 이동이 가능하도록 해야 동물복지의 측면에서 이동제한으로 인한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땠는가? 질병 전파를 차단한다는 이유로 스탠드스틸에 이어 도간 이동제한이라는 과도한 초강수를 둠으로써 그 안의 돼지들은 과연 어땠을지. 빈자리가 없어 이유한 자돈들이 분만사 통로를 빽빽이 채우며 생활하고 그도 안 되면 임신사로 자돈들이 들어와 생활을 하는가하면, 분뇨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해 분뇨를 흠뻑 뒤집어쓰고 마지못해 살아있는 돼지들을 보면, 임신모돈의 군사 사육보다 더 시급한 돼지의 복지 문제는 이런 질병으로 인한 긴급한 상황에서의 돼지들의 기본적인 생활환경이 유지되고 부득이 한 경우 인도적인 방법으로 삶의 마지막을 맞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동물복지 관련 법안이 더 시급한 게 아닐까?

부디 농장 바깥에서 사람의 시선으로 돼지의 복지를 바라보지 말고 현장에서 돼지의 입장에서 돼지의 시각으로 돼지에게 진정 필요한 복지적 요소가 무엇인지 그 목소리가 법안을 입안하는 담당자들께 정확하게 알려졌으면 한다. 사람이 보기에 좋은 복지가 아닌 정말 돼지에게 필요하고 돼지가 원하는 복지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결과가 반영된 정책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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