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돈 시장 소비불안 잠재워야
한돈 시장 소비불안 잠재워야
언론 ASF 보도, 불안조장 소비 우려
구제역 재발 2000년 돈가 17% 하락
정부 “돈육 수급안정…상승은 일시적”
농가 올라도 떨어져도 걱정 ‘좌불안석’
中 ASF까지 겹쳐 한돈시장 불확실성 ↑
  • by 임정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으로 농가들이 우려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한돈 소비다. 과거 구제역 등 가축질병이 발생한 경우 많은 소비자들이 돼지고기 소비를 불안해 했고 실제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ASF는 구제역을 능가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싹트고 있다.

■언론의 불안감 키우기=최근 언론들의 ASF 보도들을 보면 ‘100% 치사율’에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식의 헤드라인을 내걸고 있다. 여기에다 더 나아가 ‘돼지고기 먹어도 될까?’ ‘사람에게는 감염안된다지만…’ 식의 제목들도 적지 않다. 내용을 읽지 않고 제목만 본다면 충분히 ASF로 인해 돼지고기 안전성이 위협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실제 한 언론에서 17일 ASF 잠복기 돼지 62마리가 도축됐다는 제목의 보도가 나가기도 했다. 이에 농축산부가 해당 돼지들은 모두 유통 중지 및 폐기됐다는 설명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농축산부 해명자료보다는 소비자들에게는 잠복기 돼지의 유통 가능성만 남았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도 가축질병 발생 시 언론의 보도는 직접적으로 돼지고기 소비량에 영향을 미쳐왔다. 지난 16년 발표된 ‘구제역 발생에 따른 언론 보도가 돼지고기 소비에 미치는 영향’(농촌진흥청 농식품 소비 트렌드 분석 연구)이란 보고서를 보면 09년 12월부터 12년 11월 사이 총 3번의 구제역 발생 기간 동안 구제역 관련 보도 횟수가 가장 높았던 시점에서 약간의 시간이 경과한 후 돼지고기 구입량이 확연히 감소한 결과를 나타냈다. 이를 수치로 보면 구제역에 대한 언론보도 횟수가 1회 증가할 경우 돼지고기 구입량이 한 가구당 돈육 구입량이 28g 감소한다고 밝히고 있다.

때문에 구제역 발생과 돼지 값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지난 2000년 당시 돼지 값은 전년 대비 무려 17% 하락했다. 물론 구제역 발생으로 수출이 중단된 것도 주된 원인이지만 돼지고기 소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농촌경제연구원이 과거 구제역 발생 전후 한우·돼지 값의 변화를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2000년 구제역으로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소비가 8~10% 줄었으며 02년에는 3~15% 준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구제역은 국내서 66년만에 재발하면서 소비자들에게는 낯설고 그래서 소비자들이 돼지고기 구매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 됐던 것이다.

ASF 발생 이전 농경연이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소비자 가운데 73.3%가 ASF 국내 발생 시 돼지고기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리고 언론을 통해 불안감을 조성하는 지금과같은 보도들이 쏟아진다면 이 수치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ASF 사태에 업계가 언론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향후 한돈 시장 ‘시계제로’=한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한돈 소비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돈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최근 한돈 소비 위축이 한돈 약세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ASF까지 발생, 소비를 더 얼어붙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정부가 ASF 발생 이후 지속적으로 한돈의 안전성을 홍보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더 나아가 만에 하나라도 대규모 살처분으로 이어진다면 그때는 또 문제가 달라진다. 2010~11년 구제역으로 돼지가 1/3 이상 살처분되면서 돼지 값이 폭등했던 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2011년 연평균 도매 시세는 5천808원(제주 포함, 탕박)으로 여전히 사상 최고치다. 그런데 지난 17일 돼지 지육 경매시세는 전날 4천403원에서 5천828원으로 급등하면서 ASF로 인한 한돈 시장 불안이 가시화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을 낳았다. 이 역시도 한돈 소비에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돼지 값 상승도 반길 수는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이는 결국 수입 돼지고기에 더 많은 시장을 내주는 빌미가 된다는 점을 구제역 사태를 통해 경험했던 터라 양돈농가들은 ASF 발생 이후 그야말로 좌불안석인 상황이다.

다만 일단은 ASF로 인한 수급 불안은 크지 않아 돈가 상승은 일시적인 것이란 게 정부의 분석이다. 올해 8월 기준 돼지 사육두수가 1천220여만마리로 평년(1천83만마리) 수준보다 13% 가량 많다는 게 그 이유다. 18일 현재 파주와 연천에서 발생한 ASF로 1만5천659마리가 살처분 대상이다. 여기서 그친다면 정부 전망대로 수급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돈육 수급 상황 안정에도 국내 ASF 발생에 따른 한돈 소비 기피 가능성과 중국발 ASF가 불러올 세계적인 돼지고기 시장 상황 변화는 여전히 한돈시장에 불안요소로 남아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게 하고 있다. 때문에 한돈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더 이상의 확산을 막아 ASF로 인한 수급 및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것이 가장 첫 번째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아울러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림 없는 한돈 소비 분위기를 만들어 가기 위한 업계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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