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中 ASF로 세계 양돈업, ‘미증유’ 상황
[기획특집]中 ASF로 세계 양돈업, ‘미증유’ 상황
중 ASF, 세계 육류시장 혼란으로 몰아
미중 무역분쟁 지속…전망도 쉽지 않아
中 ASF 후 되레 출하 늘어 돈가 안정세
약세 국면 미·유럽 돈가는 오름세로 반전
하반기부터 ASF 본격 영향, 귀추 주목
  • by 임정은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생한 ASF는 현재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등으로 확상된 상태다.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생한 ASF는 현재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등으로 확상된 상태다.

국내 돼지 값이 예상을 밑도는 고전을 하고 있지만 올해 돼지 값 강세 전망의 단초를 제공했던 중국 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변수는 여전히 유효하다. 오히려 ASF는 더 넓은 지역으로 확대되며 그 피해를 키워가고 있다.

■중국발 ASF의 파급력=중국발 ASF는 올해 양돈을 포함한 세계 농축산업계 최대 이슈였고 현재도 그렇다. ASF 파급력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분석은 차이가 있지만 모두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 증가와 수출국의 수출실적 호조, 세계적인 돼지 값 상승이라는 결론은 일치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농무부는 올해 세계 돼지고기 생산량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중국의 돼지고기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약 11%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다른 전망기관들과 비교할 때 가장 보수적인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미국이 추산한 중국의 돼지고기 생산 감소분(554만톤)은 세계 4대 돈육 생산국 중 하나인 브라질 생산량의 1.5배에 달하며 미국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다.

다른 기관들은 중국의 돼지고기 생산량 감소분이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라보뱅크는 중국의 돼지 사육두수가 25~35% 가량 줄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국의 지난해 돼지고기 생산량(5천400만톤) 기준으로 미국의 연간 돈육 생산량(18년 1천194만톤)보다 많은 양의 돼지고기가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또 최근 FAO(유엔식량농업기구)는 식량 전망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돼지 사육두수가 지역에 따라서는 20%에서 40% 이상 감소했다고 지적하며 그 영향은 전 세계적으로 복잡한 양상을 띨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FAO는 중국 농업부와 협력을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통계들을 보고서에 인용하면서도 피해 규모는 더 클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런데 최근 ASF 확산 추세를 보면 세계 시장에 미칠 ASF의 여파는 예상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보인다. 한해 280만톤 가량의 돼지고기를 생산, 아시아에서는 중국 다음으로 생산규모가 큰 베트남에서는 이미 중부 지역을 거쳐 남부 최대 사육지역인 동나이성을 포함해 29개 지역으로 확산됐다. 돈육 소비가 많은 다른 동남아 국가들로의 확산도 우려된다. 이를 보면 여전히 ASF는 세계 양돈시장에 최대 변수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상황이다.

■세계 돼지 값 동향=우리에게는 먼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세계 돼지 값은 최근 급등세를 보였다. 특히 수출국인 미국과 EU에서 두드러졌다. 지난해부터 하락세를 이어온 미국의 돼지고기 지육 도매시세는 올해 1분기까지도 월평균 가격이 142~153달러(100㎏ 기준)로 전년 동월대비 5~18% 가량 낮았다. 그랬던 돼지 값이 4월 186달러로 일년전보다 무려 25% 급등하는 반전을 보였다. EU 역시 돼지 값이 17년 9월 이후 올해 3월까지 줄곧 전년 대비 하락했다. 3월도 평균 142유로(100㎏기준)로 전년 동월대비 약세로 마감했던 돼지 값은 4월 마지막주 170유로까지 치솟았다.

미국과 EU는 모두 올해 대 중국 돼지고기 수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수출이 지난해보다 5% 가량 늘 것으로 내다보고 강한 수출 수요로 돼지 값도 오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EU는 지난 4월 단기 수급 전망 보고서를 통해 생산량은 전년 수준에 머물지만 중국 수출 증가로 전체 수출이 9% 가량 늘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에 있어서는 변수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그렇다. 미국은 올해 중국이 돼지고기 수입을 늘릴 경우 지난해부터 이어온 무역분쟁에도 대 중국 수출 증가의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했고 이에 따라 돼지고기 선물 가격이 급등했다. 그런데 최근 양국의 무역분쟁은 오히려 확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어 기대만큼 미국의 돼지고기 수출이 늘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게 됐다. 동시에 중국은 올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으로부터 돼지고기 수입을 늘리며 수입선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내 동향=ASF가 세계적 관심사가 된 것은 세계에서 가장 돼지고기 소비가 많고 국가 경제에서 돼지 값의 중요성도 큰 중국에서 발생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중국 내 돼지고기 시장의 각종 지표들을 보면 ASF 상황을 실감하기 어렵다. 중국 돼지고기 도매시세는 5월 현재 ㎏당 20.6위안으로 일년전보다 29%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 16~17년 같은 기간(20~27위안)과 비교하면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특히 ASF가 처음 발생한 지난해 8월(19위안) 이후 돼지 값을 보면 18~20위안대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수입량도 그렇다. 1분기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량(33만4천톤)은 전년 동기보다 3% 가량 늘었지만 내장 등 부산물 수입은 오히려 15% 줄었다. 눈에 띄는 것은 오히려 쇠고기와 양고기 수입량이 1분기 현재 일년전보다 47%, 9% 가량 증가하며 돼지고기에 비해 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ASF로 돼지고기 소비가 줄고 쇠고기 및 양고기로 돼지고기 소비가 대체되고 있을 가능성도 엿보이는 자료다.

지금까지의 중국 내 돼지 값이나 돼지고기 수입량 통계만 보면 ASF의 파급력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그런데 이 역시도 ASF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즉 ASF가 덮칠 것을 우려한 농가들이 미리 돼지들을 도축장으로 출하, 돼지 값이 본격적으로 오르는 것을 저지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자돈 가격(5월 기준)은 전년 대비 55% 가량 상승하면서 농가들의 재입식을 어렵게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 중국 정부가 발표한 4월 기준 돼지 사육두수와 번식돈 두수는 전년 동기보다 각각 20.8%, 22.3% 감소,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때문에 공급량과 돼지 값에 한정해서 본다면 아직까지는 중국의 ASF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해외 전문가들은 중국의 돼지 값은 올 여름 말부터 실질적으로 ASF의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세계 시장에 대한 중국 발 ASF의 여파 역시 올 하반기가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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