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주년 특집 ⑥가공시장] 식품산업·한돈 ‘윈윈’ 방안 찾아야
[창간 19주년 특집 ⑥가공시장] 식품산업·한돈 ‘윈윈’ 방안 찾아야
전체 돈육 중 26%인 35만톤 식품에 사용
한돈 비중 09년 86%서 17년 74%로 줄어
가격·원료조달 편이성에서 수입육에 뒤져

1~2인 가구 증가 속 간편식 선호도 높아
소비자 신선육만큼 원산지 안따져 ‘문제’
한돈 가격경쟁력 제고하고 홍보 강화 시급
  • by 임정은

돼지고기 소비에 있어서 가정 내 소비와 식당 등 외식을 통한 소비 외에 가공을 거쳐 소비되는 돼지고기의 비중도 만만치 않다. 특히 최근 1인 가구의 증가와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문화의 확산으로 전체 돼지고기 시장에서 가공용 돈육의 비중은 어떤 영역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그런데 동시에 수입산이 파고들 여지는 그 어떤 시장보다 높다.

■식품 산업에서의 돈육=국내 식품제조업은 86조6천억(16년 기준) 규모로 10년간 연평균 6.9% 성장해 왔다. 같은 기간 3.2%씩 증가해온 농림업 생산액과 비교해도 빠른 성장세다. 이에 따라 식품 제조업에 사용되는 돼지고기 역시 늘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식품 제조업에 사용되는 돼지고기는 17년 기준 35만1천535톤으로 같은 해 전체 돼지고기 공급량 136만톤(전년 이월+생산+수입) 가운데 26% 가량을 차지한다. 그런데 더 눈여겨 볼 것은 식품 제조업에 투입되는 돼지고기 양이 전체 돼지고기 공급이나 소비 증가율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즉 14년과 비교할 때 전체 돼지고기 공급량이 121만2천톤서 136만톤으로 12% 증가할 때 식품 제조업에 투입되는 돼지고기는 27만7천톤서 36만톤으로 26.7% 늘었다. 자연히 전체 공급량 가운데 그 비중도 늘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최근 1~2인 가구 비중이 늘면서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다.

■식품 산업에서의 한돈=그렇다면 이 시장에서 한돈의 입지는 어느 정도일까? 가장 최근 자료인 17년의 경우 전체 식품 제조업에서 사용되는 돼지고기 가운데 국내산의 비중은 73.6%를 기록했다. 그런데 국내 돼지고기 자급률이 그렇듯 식품 제조업에서의 한돈의 비중 역시 축소돼 왔다. 09년만 해도 식품 제조업에서의 한돈 비중은 85.8%에 달했다. 그러던 것이 70% 초반 대까지 감소한 것이다. 이는 전체 돼지고기 시장에서 한돈의 입지가 축소돼온 것과 마찬가지로 수입산의 증가와 시장 개방으로 수입산의 가격 경쟁력이 점차 높아지면서 한돈과의 가격 차이가 커진 때문이다.

식품 제조업에서의 한돈 비중을 연도별로 보면 13년 78%에서 14년 74.4%로 1년 사이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이 시기 한돈 가격이 30% 이상 급등했다. 이를 보면 한돈 가격과 한돈의 점유율 사이에 높은 연관관계가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 해당 조사의 식품 제조업체들이 수입산을 사용하는 이유 중 가격 경쟁력을 꼽은 비율은 88.5%(중복 응답)로 압도적이었다. 특히 돼지고기는 다른 품목에 비해 가격을 이유로 지목한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와 함께 고르지 못한 품질도 가공업체들로부터 자주 언급되는 불만으로 식품 제조업 분야에서 한돈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역시나 가장 기본적인 가격과 품질 경쟁력 제고가 1순위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품목별 돼지고기 사용 실태=식품 제조업 가운데서도 돼지고기가 가장 많이 쓰이는 품목은 역시 햄, 소시지 등 육가공품이다. 17년 기준으로 육가공품에 사용된 돼지고기는 26만7천톤으로 전체 가공용으로 쓰인 돼지고기 가운데 74% 가량을 차지한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많은 품목이 4만6천여톤(12.7%)이 사용되는 도시락 등 즉석 조리 및 섭취 식품류이며 만두류(2만6천톤, 8.2%)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중 즉석 식품류는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돼지고기 사용에 있어서도 만두류를 누르고 두 번째로 큰 시장으로 올라섰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주요 가공품 시장에서 한돈의 비중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 항목이 다소 변경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지난 14년 조사에서 즉석섭취·편의식품류에서 사용하는 돼지고기는 1만8천여톤에 불과해 최근 몇 년 사이 즉석 식품류에서 돼지고기 사용이 크게 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한돈 사용 비중이 14년 76.8%이던 것이 17년에는 72% 수준으로 낮아졌다. 특히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도시락류는 한돈 사용 비중이 65%에 불과하며 즉석 식품류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즉석 육류식품의 경우 한돈은 61.4% 만 쓰이고 나머지는 수입산이 차지하고 있다. 이 통계수치는 17년 기준으로 18년 즉석 식품시장 성장세가 지속된 가운데 가공용 돼지고기의 수입이 급증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비중은 더 낮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즉 최근 돼지고기 소비처로서 뿐만 아니라 전체 식품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간편식 시장에서의 한돈 입지를 어떻게 지키느냐가 향후 가공용 시장에서 한돈의 시장을 지키는 문제와 직결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업계의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왜 수입산을 사용하나=앞서도 잠시 언급했듯 수입산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가격이다. 육가공품 제조업체들 설문 결과 수입산 원료를 사용하는 이유에 있어서 국산은 원가가 높아 가격 경쟁이 안 된다는 응답이 62%였으며 국산이 대량 납품이 어렵다는 것도 주요 이유로 지목됐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원료 선택에 있어서 원산지가 아니라 가격이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는가이다. 이는 가공식품의 경우 신선육류를 선택할 때보다 원산지를 덜 따지기 때문이다. 가공식품 소비자 태도 조사 결과(17년)를 보면 육류 가공식품에 있어서 소비자들 선택 1순위 조건은 신선도 및 유통기한(50.1%)이며 그 다음이 △용량(14.2%) △원산지(10%) △식품 첨가물(7.5%) 순으로 원산지를 따지는 소비자는 10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원산지가 1, 2순위를 차지하는 신선육류와는 선택 기준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결과다. 이렇다보니 업체들이 굳이 가격이 비싼 한돈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조사 결과를 좀 더 들여다보면 최근 그 비중이 늘고 있는 1인 가구에서는 신선도와 유통기한 다음으로 중요한 선택 기준이 용량으로 나타났으며 원산지를 고려하는 비중은 전체 평균에 비해서도 낮았다.

■한돈의 과제=2017년 말 미국에서 발표된 한국 돼지고기 시장에 대한 전망 보고서에는 향후 가공용 돈육 수요가 증가해 미국산 돼지고기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과 기대가 담겨있었다. 그리고 지난해 앞다리 수입량이 전년 동기보다 34% 급증, 처음으로 삼겹 수입량을 앞서면서 이 같은 전망이 상당부분 실현됐을 것이란 짐작을 가능케 했다.

올해는 중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로 인해 특히 수입육 시장을 예측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향후 국내 돼지고기 시장에서 가공용 시장의 비중은 갈수록 늘 것이란 점과 현재로서는 한돈보다 수입육이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에 한돈이 무엇보다 놓지 말아야 할 과제는 가격 등 경쟁력의 확보다. 아울러 한돈이라는 브랜드가 가공육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돼 제조업체들과 한돈업계가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당장 극복하기 힘든 가격의 벽을 극복하면서 동시에 가공용 시장에서도 한돈의 입지를 더욱 다질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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