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질병 없는 양돈] 무질병, 소비자 인식 개선의 첫 걸음
[신년특집-질병 없는 양돈] 무질병, 소비자 인식 개선의 첫 걸음
대규모 전염병 한돈 불안•불신 키워
살처분, 경제적 피해 그 이상 손실
ASF, 수입육 잠식 부추길 수 있어
언론 위기감 조성 보도에 적극 대응
  • by 임정은

지난 2010~11년은 국내 양돈업 역사에 최악의 구제역으로 기억될 시기다. 그런데 양돈농가들뿐만 아니라 많은 소비자들도 당시 구제역 사태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 그 기억은 대규모 살처분과 매몰 관련 뉴스들로 깊이 각인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가축 전염병은 당사자인 양돈인들에겐 돼지를 잃고 농장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재앙인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한돈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대규모 살처분을 하는 생명 경시 산업으로, 또 사체 매몰로 환경까지 오염시키는 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위험요소이기도 하다.

축산자조금연합회가 지난 15년 축산물 및 축산업 관련 인식 개선 캠페인을 통해 축산물 및 축산업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항목을 소비자들에게 물었다. 그 결과 ‘질병 없는 축산물’이 가장 첫 순위에 꼽혔다. 이는 그만큼 가축 전염병이 소비자들에게는 한돈 등 축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를 결정짓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소비자 불안 불만 불신 키우는 전염병=이미 여러 차례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사태를 겪으며 예전에 비해 가축 전염병으로 인한 불안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에게는 가축 질병이 해당 축산물의 소비를 꺼리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지난 15년 한국소비자연맹이 소비자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년도 구제역 발생 이후 절반 가량(48%)이 돼지고기와 쇠고기 소비량을 줄였다고 응답했다. 때문에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이 한돈 등 육류의 안전성과는 전혀 무관하며 국내 돼지 출하 및 유통과정에서 병든 돼지가 소비자들에게 유통될 수 없다는 점 역시 함께 제대로 알려져야 한다.

특히나 이는 새로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때문에 더욱 중요한 과제다. 지난해 8월 ASF가 처음 발생한 중국의 경우를 보면 ASF 이후 돼지 값이 하락했다. 무엇보다 ASF로 소비자들이 돼지고기 섭취를 불안해한 영향이다. 세계에서 돼지고기 소비가 가장 많은 중국에서조차 ASF는 돼지고기 소비를 위협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처음 접해보는 가축 질병인데다 구제역보다 치명적인 질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충분히 한돈 소비를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최근 한돈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는 수입산 돈육의 시장 잠식을 부추길 수 있어 더욱 경계해야 한다.

■한돈업 이미지 훼손 주요인=돼지 질병의 발생은 그 자체로도 한돈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데다 한돈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미연에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구제역은 2010~11년 만큼의 피해는 아니라하더라도 최근 몇 년간 매년 재발했다. 그 사실만으로도 소비자들에게 피로감과 후진적 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화시키고 있다. 또 국내 온라인 리서치 전문기관인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자체적으로 구제역과 관련한 소비자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소비자의 77.2%가 가축 대량 살처분에 따른 국민경제 손실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 발생에 대해 단순히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뿐만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해친다는 생각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동물보호단체들이 수시로 국내 양돈산업에 ‘공장식 축산·비인도적 밀집 사육의 결과’라고 매도할 구실을 주고 있다.

특히 앞서 지적했던 ASF는 현재 가장 경계해야 할 전염병이다. 정P&C연구소는 국내 ASF 발생 시 그 피해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어 살처분이 불가피한 만큼 종식까지 국내 돼지의 10% 가량을 살처분해야 한다는 분석에 기초한 피해액이다. 그런데 경제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ASF 발생은 온 국민들의 관심이 쏠릴 수 있는 이슈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이미 지난해 8월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ASF로 인해 소비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생산자 즉 양돈농가들에게 환경 청결성, 잔반급여 수칙, 소독 등을 준수해 공익적 책임과 의무를 다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런데 만일 ASF가 발생해 대규모 살처분이 이뤄진다면 양돈농가와 한돈산업은 공익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여론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는 한돈산업에 당연히 돼지 살처분에 따른 1조원의 경제적 손실 그 이상의 이미지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언론의 ‘후견지명’ 보도=그런데 가축 질병과 한돈산업에 대한 현재의 소비자 인식을 형성한데는 언론의 역할이 결정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언론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들이 관련 정보를 접하는 거의 유일한 창구가 언론인 때문이다. 지난 2010~11년 구제역 사태와 최근 매년 발생하는 구제역에 대해 언론들이 어떻게 다뤘는지 봐왔다. 경쟁적으로 실제보다 더한 위기감을 조성하고 때로는 근거 없는 사실을 보도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보도 행태들을 보였다. 지난 2000년 구제역이 발생했을 당시 한 유력 일간지에는 구제역이 사람에 전염된다는 보도가 사회면 머리기사로 나오기까지 했다. 당시에는 66년만에 재발한 구제역에 대해 사회적으로 무지했고 그래서 더 공포감이 컸고 언론은 이를 부추겼다. 2010년에는 매일 땅에 파묻히는 돼지들의 화면들을 내보내며 위기감과 불안감을 조성했다. 이에 양돈 등 축산업 포기로 여론이 흘러가는 조짐까지 있었다. 오죽하면 당시 반 축산 정서를 부채질 하는 구제역 관련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축산인들의 호소문이 나오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 태도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지난 17년 소에서 A형 구제역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농가 탓, 허술한 방역 탓을 하며 곧 전국적인 확산과 돼지 감염을 예견하던 언론 보도들이 잇따랐다. 다행히 소 9마리에서 발생을 끝으로 더 이상의 피해는 없었지만 축산업에 대한 여론적 단죄는 거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신문 칼럼에서는 구제역을 다루는 언론들의 보도태도를 꼬집었다. 한마디로 ‘후견지명’이 넘쳐난다는 지적이다. 즉 평소 예방과 방어 노력엔 무관심하다가 구제역이 발생하자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보도를 일삼는다는 것이다. 그래야 비난 대상이 또렷해지고 비판도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를 비롯해 농가 등 한돈산업이 그 비난의 대상이 되기 쉬운 것이다.

때문에 가축질병에 있어서 예방이 한돈산업의 첫 번째 과제이지만 소비자와 함께 하기 위해 서는 보다 적극적인 언론 대응이 요구된다. ASF가 만약 발생한다면 국내선 첫 발생이니만큼 구제역이 66년만에 발생했던 지난 2000년에 버금가는 위기감 조성이 재현될지 모른다. 또 파묻히는 돼지들을 보며 또 다시 한돈농가들을 손가락할지 모른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실 보도가 될 수 있도록 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것이 질병 예방 노력만큼이나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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