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김동욱]항생제 사용, 6하 원칙이 필요하다(2/16)
[양돈현장/김동욱]항생제 사용, 6하 원칙이 필요하다(2/16)
  • by 양돈타임스
[양돈현장]항생제 사용, 6하 원칙이 필요하다

김동욱 수의사 / (주)한별팜텍

항생제의 오남용은 사람이나 동물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슈퍼박테리아라고 하는 다제성 항생제 내성균의 빈번한 출현이 이런 상황을 더욱 이슈화시키고 있는듯하다. 이미 해외에서는 동물, 특히 산업동물에 대한 항생제 사용 제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항생제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생명을 구해낸 위대한 약물이다. 하지만 이 위대함이 자칫 만병통치약으로 곡해될 경우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항생제의 현명한 사용이 필요하다.
현재 양돈분야에서 역시 항생제는 수많은 돼지들을 살려내고 있다. 하지만 그 순기능에 비례하여 과도하게 사용되는 측면이 적지 않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항생제의 현명한 사용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항생제는 신비의 묘약이 아니다. 농장을 방문해 보면 간혹 직원들이 항상 항생제가 장착된 연속주사기를 들고 부지런히 돈방을 드나드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기침을 하는 돼지들을 발견하면 열심히 주사를 놓는다. 기침의 원인이 세균이라는 진단 없이 과연 이런 상시적인 주사처치(이런식의 처치를 농장에서는 흔히 ‘주사질’이라고도 한다.)가 얼마나 효과를 가져다주는지 의문이고 농장에 방문해 중지할 것을 권하면 대개 돌아오는 답은 “그랬다가 죽으면 어쩌려고”이다.
또한 1년 내내 항생제가 빠짐없이 사료에 첨가되고 있는 농장을 볼 수 있다. 투약의 목적을 여쭈어 보면 이유는 다양하다. 돈사 시설이 안 좋아서, 기침이 끊이질 않아서, 설사가 계속 되어서 등 여러 가지다. 마찬가지로 농장에 투약 중단을 권하면 돌아오는 답은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뺏다가 나빠지면 어쩌려고”이다.
이와 같은 습관적 항생제 첨가는 돼지의 건강을 위해서 또 농장의 경제적 측면을 고려할 때도 결코 좋지 않다. 문제가 되는 것이 정확히 세균에 의한 것이라고 진단될 때 투약되는 항생제는 약이지만 원인이 불분명한데 묘약일 것을 기대하며 투약되는 항생제는 되레 돼지의 건강이나 농장주의 경제적인 면에 있어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항생제를 관리자의 심적 위안의 도구로 이용하지 말자. 필자의 딸이 어릴 적 크게 아팠던 적이 있다. 고열이 나고 기침이 심해 다니던 소아과를 2주정도 다니며 처방 받은 약을 복용했지만 차도가 없었다. 소아과 원장님께서는 열이 내리지 않는 걸 보니 폐렴이 의심된다며 큰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라 하시기에 아이를 데리고 종합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으니 폐렴 기운이 있다며 약을 처방 받고 3일 뒤 열이 떨어지며 회복되었다. 집사람은 역시 큰 병원이 항생제를 세게 지어주니 금방 낫는다며 좋아라했지만 사실 소아과와 종합병원의 항생제의 종류와 투약량은 똑같았다. 사실 나을 때가 되어 나은 거였을 뿐이었다.
현재 농장의 습관적인 항생제 첨가는 이와 같은 상황이라 생각된다. 정확한 상태의 파악 없이 단지 돈군의 상태가 안 좋다는 이유로 항생제를 투약하고 ‘항생제를 썼으니 좋아지겠지’고 기대하며 심적 위안을 얻고자 하는 것은 관리자에게 잠시의 위로가 될지는 모르지만 돼지에게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6하 원칙, 즉 △누가(담당 관리자가) △언제(돼지가 세균이 원인이 되는 질병으로 아플 때) △어디에서(돈방 단위, 개체별, 또는 돈사단위로) △무엇을(현재 발생중인 질병의 원인이 되는 세균에 대한 감수성이 있는 항생제를) △왜(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어떻게(처방에 따라 주사로, 사료첨가로 또는 음수로 약품설명서에 기재된 적량으로 적정기간동안)에 입각하여 처치하자.
항생제는 돼지의 건강한 사육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이에 대한 정확한 사용이 이루어질 때 농장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신뢰받는 돈육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내 농장의 항생제 사용이 혹시 원칙 없이 무분별한 부분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그런 점이 있다면 즉시 수정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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