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신현덕]돼지 열스트레스가 생산성 저하 주범!(6/10)
[양돈현장/신현덕]돼지 열스트레스가 생산성 저하 주범!(6/10)
  • by 양돈타임스
[양돈현장]돼지 열스트레스가 생산성 저하 주범!

신현덕 원장 / 신베트 동물병원

지난 5월말 한 낮 최고 기온은 역사적 기록이고 올 여름은 평년보다 온도가 높고 엘니뇨 현상 때문에 다습한 기간이 길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가 있다. 올 여름이 걱정이다.
통계적으로 볼 때 매년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이 나머지 6개월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돈가를 형성한다. 이 기간에 출하 돼지 숫자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 결정적 원인은 돼지가 고온다습한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데 있다. 비좁은 스톨에 빼곡히 갇혀 옴쭉 달싹 못한다. 발 디딜 틈도 없이 과밀상태인 비육돈사도 많다. 지붕은 뜨끈뜨끈하고, 뜨거운 열기로 가득찬 공간에서는 아무리 헐떡거려도 시원하질 않다. 체온은 계속 오른다. 열 스트레스 상황이다.
혹서기인 6~9월 교배성적은 불량하다. 그래서 10월에서 다음 해 1월 사이에 분만할 모돈이 줄어들고 4~7월에 출하할 비육돈이 모자란다. 6월부터 9월까지는 더워서 비육돈이 잘 크지도 않는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는 기후 탓도 있고 혹서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열 스트레스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한 면이 있다.
돼지는 왜 열을 쉽게 받는지 이해해야 한다. 열을 받는다는 말은 체온조절 중추의 명령에 따라 순조롭게 신체의 열 발산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돼지의 몸에 열이 축적되는 고 체온증 상태를 말한다.
모돈의 다산성과 비육돈의 빠른 성장 등 주요 경제형질의 개량을 주도한 곳은 유럽이나 북미 등 기후적으로 겨울이 매우 길고 춥고 선선한 계절이 긴 지역에 있는 나라들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고온다습한 기후조건이 긴 나라가 그들 나라에서 개량한 돼지를 수입하여 키운다는 것은 그 만큼 유전적, 생리적 핸디캡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잘 아는 것처럼 돼지는 콧주둥이 부위를 제외하고는 활발한 땀샘이 없어 땀을 흘리지 못한다. 땀을 흘리는 것은 열 발산의 아주 효과적인 수단인데 돼지는 땀샘이 퇴화상태이므로 열을 발산하기 위해서는 다른 열 발산 방법이 필요하다.
포유동물에서 호흡 시 폐를 통한 수분손실은 신체에서 열을 발산하는 중요한 경로인데 증발 냉각 방식이다. 하지만 돼지 폐는 다른 동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 증발냉각도 효율적인 방식이 되질 못한다. 오목한 얼굴과 짧은 코 때문에 공기흐름도 방해를 받아 증발냉각 방식의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하는 것이다. 유색돈들은 백색계 돼지에 비해 더 빨리 열을 받고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열 발산이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
또 살이 많이 찐 돼지는 피부아래 지방층이 있어 전도 및 대류에 의한 열 발산을 방해하므로 훨씬 더위를 더 탄다고 보면 된다. 임신돈사에서 계절별로 체형관리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가 된다.
자연적 환경에서 돼지는 더울 때 그늘을 찾고 시원함을 유지하기 위해 진창에서 뒹군다. 자세를 자주 변경하는 것은 전도, 대류, 복사를 통해 열 발산이 용이하도록 피부면적을 늘려 심부체온을 조절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농장에서 돼지의 현실은 답답하다.
돼지가 열을 받고 있다는 증거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눈에 보이는 일반적인 열 스트레스 증상으로는 △불편함과 고통을 호소하는 표정 △정상에 비해 6배까지 물 섭취량 증가. 물꼭지 쟁탈전 △사료섭취량 급속히 감소 △배뇨량 증가, 그에 따른 전해질 손실 증가(전해질 불균형) △축축한 진창, 분뇨에 뒹구는 행동 증가 △호흡수 증가, 헐떡거리는 증상 △활기가 없이 무기력. 느려지는 맥박 △근육 떨림 △체중감량, 피부 창백, 피모불량 등의 위축돈 증상 △자극에 대한 무감각, 현기증 △폐사율 증가 등이다.
눈에 보이는 번식돈의 열 스트레스 증상은 △분만사 수유모돈에서 젖이 마르는 증상이 증가 △심하면 유선이 말라 비유(milk flow)가 중단되는 무유증 △분만율과 산자수가 불량 △이유모돈의 미약발정, 발정재귀일수 지연, 무발정 증가 △정액품질 불량, 배란장애에 따라 분만율 30%까지도 감소 △배아흡수가 증가하면서 산자수 저하하거나, 공태돈 증가 △웅돈의 리비도(성욕) 저하 등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피해가 큰 돼지 열 스트레스 증상으로는 △혈장 pH는 상승하고, 세포내 pH는 하락(중탄산염(HCO3)이 손실되면서 혈액 pH 완충계 붕괴) △혈중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하여 정상 번식호르몬의 기능을 억제(난소 위축, 난포발육장애, 배아성장과 발달 등이 억제) △항상성 유지를 위해 에너지 및 단백질 소모되므로 영양실조 유발 △면역력이 저하되어 감염성 질병이 증가 △항상성을 잃으면서 모든 신체 대사가 나빠지거나 중단 △열에 민감한 신체장기를 보호하기 위해 열충격 단백질이 활성화되고 대사를 멈춤 등이며 유전자가 변형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20도 이상 온도에서 환경온도가 1도 상승할 때 마다 식욕은 1.5%씩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사료는 덜 먹고 물만 많이 먹으면 체내전해질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가 불거진다.
더위로 인해 체온이 1도 상승하면 체온을 낮추기 위해 대사율은 20~30% 상승한다. 돼지는 물을 더 마시고 사료섭취는 줄이고 호흡수는 상승하고 맥박은 떨어지고 설사가 발생한다. 설사는 탈수를 부추긴다. 탈수는 만병의 근원이 된다, 생산성 저하의 악순환이고, 폐사율을 높인다.
내 농장 돼지가 열 받는 일이 없도록 하자. 돼지가 열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아주 많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저비용으로 얼마든지 돼지를 시원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관심이 중요할 뿐이다. 전문 컨설턴트의 자문과 시설현대화를 위한 비용투자도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필요하다. 올 여름 내 농장 돼지가 열 받는 일이 없도록 방법을 강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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