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5시/황윤재]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10/25)
[현장25시/황윤재]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10/25)
  • by 양돈타임스
[현장25시]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

황윤재 수의팀장/강원양돈농협

지난주 모돈 200두 규모의 양돈장을 운영하는 분과 면담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간 참으로 건실하게 양돈장을 운영한 덕에 경제적으로는 어지간히 안정이 되고 각종 생산지표도 남부럽지 않게 유지되고 있는데 어느 날 소위 PMWS(이유후전신소모성증후군)와 유사한 증상이 자돈에 발생해 많은 피해를 입게 됐습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이런 일이 발생하면 양돈에 관련된 거의 모든 약제를 다 써 봐도 잘 안되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이 농장주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고 사육환경을 바꿔보자고 생각해 이유자돈사를 별도로 갖추기로 했습니다. 일단 급한 데로 예전에 창고로 쓰던 자그마한 건물을 비우고 잘 다듬어서 이유자돈들이 살기에 적합하도록 꾸몄는데 의외로 돼지가 잘 올라오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자 환기에 문제가 생기는 것 같고 나쁜 가스가 차서 배기를 위해 환기팬을 달기로 했는데 얼핏 생각하기에 날씨가 추워지는데 환풍기를 높은 곳에 달아 공기를 배출시키면 아무래도 돈사 내 열이 많이 빼앗길 것 같아 자돈 키 높이에 맞춰 설치했습니다. 그랬더니 다행히 냄새도 없어지고 자돈들도 무럭무럭 잘 큰다고 하더군요. 제가 현장을 방문해 점검한 결과 몇 가지 미흡한 점이 발견됐으나 그 돈사에 수용된 자돈에 맞는 환기량을 충족시키는 용량의 팬을 설치했고 아직 본격적인 저온기가 아니어서 실내 온도도 자돈이 살기에 그리 낮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환기를 두고 주변의 누군가가 와서 팬을 그렇게 낮게 달면 환기가 전혀 되지 않는다며 빨리 팬을 높이 달라고 하면서 갔다고 하더군요. 어찌나 자신 있게 얘기하던지 얼른 위치를 바꾸려고 생각했다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 역시 환기를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전문지식을 떠나서 상식선에서 얘기를 해보지요. 추운 겨울철 실내의 공기를 빼내는데 높은 곳에서 빼내는 것과 낮은 곳에서 빼내는 것 중 어느 방법이 열을 덜 뺐기는 방법이겠습니까? 또 하나 동일 용량의 팬을 설치하는 위치의 높낮이에 따라 일정시간에 환기되는 양이 달라질까요?
(이유 자돈에 있어서) 저온기가 되면 해당 돈사의 환기는 적온기나 고온기와는 판이하게 다르게 됩니다. 당연히 환기량도 줄겠지만 그와 함께 환기되는 방식도 다르게 되는 것이지요. 즉 저온기에 돈사 안으로 들어오는 찬 공기는 돼지에게 직접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하려면 되도록 돈사의 높은 곳에서 입기구를 가늘고 길게 설치해 돈사 상층부의 더운 공기와 잘 섞여서 내려와 어느 정도 데워지고 난 후 돼지를 만나게 해줘야 아무 탈이 없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배기팬은 되도록 낮은 곳에 설치해 가능한 한 실내의 온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배기를 해야 합니다. 그러니 위에서 언급한 농장의 경우 농장주의 생각이 비교적 올바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농장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 틈을 타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노리고 농장을 방문해 감언이설로 또는 전혀 상식에 맞지 않는 얘기를 하곤 합니다. 옥석을 가리기 어려울 때는 그것을 행하기 전에 상식선에서 그 얘기들을 반추해 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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