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5시/황윤재]돈사 낡아서 자돈질병 많다?(9/27)
[현장25시/황윤재]돈사 낡아서 자돈질병 많다?(9/27)
  • by 양돈타임스
돈사 낡아서 자돈질병 많다?

현장25시/ 황윤재 수의팀장

봄, 가을만 되면 자돈사에서 폐사와 신경증상 등으로 골치 아프다는 어느 소규모 전업 농장을 방문했다. 모돈 100두 전후의 가족경영농장이었는데 다소 연륜이 있는 작은 농장들에서 많이 보이는 것처럼 이 농장 또한 보온덮개와 시멘트 블록, 스렛트 지붕 등으로 구성된 돈사가 몇 동 있었다. 이유자돈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첫 눈에 이유자돈 뇌막염의 전형적인 증상을 거의 모두 가지고 있었다. 이유 후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갑작스럽게 발병한다는 점, 폐사는 거의 없지만 목이 돌아가고 눈동자가 마치 斜視(사시)처럼 한쪽으로 쏠리는 증상, 부단히 한 방향으로만 원을 그리고 걷는 선회운동, 옆으로 누워서 자전거 패달을 밟는 듯한 패들링 증상 등 문헌에 나오는 증상은 다 보여주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규모 농장치고는 사육단계 구분이 비교적 잘 돼있어 이유자돈들이 번식돈이나 비육돈의 돈사와 잘 구분되어있다는 점이었다. 사육단계의 구분은 이유자돈 뇌막염 및 기타 만성 소모성 질환을 다루는 데에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유자돈 뇌막염은 환절기만 되면 해마다 우리나라 양돈잡지의 한 면을 장식하는 대표적인 기회주의적 질병이다. 다행히 증상이 비교적 급격하지 않아 초기에 치료에 임하면 폐사율을 낮출 수 있다는 정도는 다들 아는 바인 것 같은데 의외로 이 질병의 발병 요인과 환경 요인에 대해서는 무심한 것 같다. 다시 말해 설령 이 농장에 이유자돈 뇌막염의 원인균인 연쇄상구균이 모든 이유자돈에게 잠복해 있어도 돈사 환경이나 사양관리 등의 관리를 잘해 이들에게 발병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문제가 일어나지 않게 되거나 많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오래되고 낡은 농장이라도 효과가 있을까? 물론 오래되고 낡았다는 얘기는 특히 단열 등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돼지가 오랫동안 연속 사육되다 보니 농장 내 병원성 미생물 등의 오염수준이 높아져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시설환경의 개선은 나름대로 효과를 가져다주게 마련이다.
상기 농장의 경우 윈치커텐이 밑에서 열리고 블록으로 쌓은 벽이 낮은 반면, 자돈방은 철망바닥 돈사로 돈사 바닥면 보다 약 60cm정도 올라와 있어 윈치가 열리는 위치와 거의 같은 높이에 자돈이 있는 형상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농장관리자가 아침, 저녁으로 아무리 윈치를 최소한의 공간만 두고 닫아준다고 해도 그곳에서 스며들어 오는 바깥 공기는 자돈에게 그대로 샛바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유자돈사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면 그들만의 적절한 온도, 환기량 등을 맞추기가 용이하므로 그만큼 자돈들에게 아늑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농장은 단순히 윈치커텐 안쪽에 합판으로 벽면을 대신하게 하고(물론 윈치커텐을 다시 제대로 달면 되는데 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가게 되어 이를 포기하고 대신에) 그 위에 다시 보온덮개를 환절기 또는 저온기에 맞추어 높이를 조절해서 댈 수 있도록 해 단열효과도 노렸는데 그 이후로 이 농장에서는 페니실린 등등의 주사를 자돈에게 놓는 일이 대폭 줄어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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