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5시/황윤재]농장위생과 관절염(8/23)
[현장25시/황윤재]농장위생과 관절염(8/23)
  • by 양돈타임스
현장25시/황윤재 원장

농장위생과 관절염

양돈장을 방문해 아무리 위생적 관리와 방역을 역설해도 양돈장에서 눈에 띄는 특별한 질병이나 성적상의 이상이 없다면 농장주나 관리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가 다반사입니다. 하지만 소위 컨설팅을 한다는 수의사의 입장에서는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은 조금이라도 들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적지 않게 남습니다.
그러나 그러다가도 갑자기 어느 한 구석에서 약간의 폐사나 다른 피해가 나타나기라도 하면 그제 서야 항생제나 소독약을 사서 도배 하기에 바빠집니다. 값 비싼 항생제나 다른 치료용 약제를 쓰지 않아도 단순한 사양관리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거나 발생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위생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로 병을 부르는 경우를 무수히 봅니다.
몇 주 전 한참 더운 시기에 어느 소규모 농장에서 일어났던 일이 좋은 예가 될 듯싶습니다. 갑자기 그 농장의 포유자돈에서 관절염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여러 복에 걸쳐서 복당 30%가 넘는 두수가 이로 인해 도태되거나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농장은 낡고 올-인 올 아웃 관리도 되지 않는 곳이었지만 포유자돈이 있는 돈방은 바닥이 비교적 건조하게 유지되고 자돈의 다리에 상처를 줄만한 상황도 없었습니다. 자돈 간에 젖 싸움은 여느 농장만큼 있었고 자돈들의 무릎 등에 눈에 드러나는 상처는 오히려 타 농장보다 적은 듯 했습니다. 당연히 농장장은 그 원인을 몰라 고민을 하다 저를 불렀지만 원인은 그렇게 발견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었지요. 바로 분만사에서 분만 후에 자돈에게 적용되는 각종 외과적 처치가 그 원인이었습니다. 그 농장에서는 견치 절단용 리퍼(농장에서 말하는 ‘리빠’)를 단 1개로만 사용하고 더구나 단 한 번도 세척해 준 적이 없다더군요. 다행히 가스단미기는 사용하고 있었지만 이것도 사용 중에 가스가 떨어진다거나 분만이 몰리는 경우에는 리퍼를 빈번히 쓰기도 한다고 얘기하더군요.
이렇게 오랫동안 세척하지 않고 연속 사용되었던 리퍼에는 당연히 많은 병원성 미생물이 부착되게 되는데 관절염의 원인균도 이 속에 숨어 있었겠지요. 그러다가 견치를 절단할 때에 자돈의 입으로 옮아가서 그 자돈의 편도선으로 침입을 하고 혈류를 따라 관절까지 도달해서 드디어 관절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지요. 관절염은 다들 겪어 봐서 알겠지만 결코 쉬운 질병이 아닙니다. 비교적 오랫동안 항생제를 써야 하고 그것도 치료시기를 놓쳐서 발견하면 도태될 확률이 높은 것이지요. 그래서 관절염 역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가장 좋은 예방법은 사양관리상의 위생수준을 높이는 길입니다. 방법은 생각보다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은데 예를 들면 리퍼는 여러개 확보해서 되도록 한 복 자돈만 하거나 아니면 하루만 사용하고 바로 세척하는 것이지요. 여기서 소독이 아니라 세척이라고 표현한 것은 흐르는 물과 비누와 솔만 있으면 충분히 위생적인 처리를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거세에 사용되는 칼날, 각종 주사기, 단미기 등을 한 복으로 제한 한다면 분만사에서의 위생수준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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