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5시/황윤재]소독의 허와 실(4/26)
[현장 25시/황윤재]소독의 허와 실(4/26)
  • by 양돈타임스
[현장 25시/황윤재] 소독의 허와 실

2000년 이후로 우리나라에서 3~5월만 되면 축산농가의 소독기가 무척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더구나 매년 봄이면 어김없이 대륙에서 불어오는 황사가 구제역의 주범일 수 있다는 얘기 때문에 농장 주변 땅이 생석회로 온통 하얗게 범벅이 되는가 하면 돈사 내부가 소독약물로 흠뻑 적셔지게 되는 일이 양돈장에서는 이제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여기서 잠깐! 개인적인 의문이 있는데 황사에 묻어 들어온 구제역 바이러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면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매 봄철이면 구제역이 발생했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거참 이상하군요.)
여하튼 양돈장에서 소독을 매일 한번씩 하지 않으면 뭔가 허전해서 마치 식사를 하는데 밥상에 김치를 빼놓고 먹는 듯한 느낌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이 정도로 소독은 양돈장의 중요한 일상사가 되었는데 문제는 소독에 대한 관심이 지나쳐서 어느새 일부 사양가들은 소독이 양돈장 위생의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소위 ‘소독 만능주의’에 빠져버린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이 듭니다.
예를 들어 한 농장의 비육사에서 출하를 하고 돈방을 모두 비웠다고 가정하지요. 그런데 이 농장에서는 폐수 처리에 적지 않은 곤란을 겪고 있어서 돈방 수세는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인지라 돈방에 쌓여 있는 똥과 사료 찌꺼기는 되도록 세밀하게 삽과 빗자루로 청소하고 매우 강력한 소독약으로 충분히 분무소독한 후 5일 이상 바짝 건조시키고 이후에 새로운 돼지를 입식시켰다고 한다면 이것으로 수세소독의 효과를 대신할 수 있을까요? 답은 물론 ‘아니오’입니다. 그것도 ‘절대로 아니오’입니다. 양돈장에서의 소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떤 소독약을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돈사 내 오염된 유기물(돼지 똥과 사료 찌꺼기 등)을 얼마나 확실하게 제거 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양돈장 소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분무소독’이 아니고 ‘수세(水洗)’에 있음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 됨을 알아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최근에 PMWS(이유후전신소모성증후군)와 같은 만성소모성 질환이 만연하면서 농장별로 이의 확산을 막기 위한 각종 관리가 강화되고 있는데 특히 돼지가 사육되고 있는 돈사에 분무소독을 하는 것이지요. PMWS의 주요 원인체인 PRRS(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바이러스와 써코바이러스, 기타 각종 호흡기 질병 관련 세균들은 공기전파가 가능하고 이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분무소독은 매우 그럴듯한 수단이 되겠지만 이 또한 만능은 아니며 부작용 또한 결코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만일 분무소독으로 호흡기 질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면 지금처럼 너나 할 것 없이 농장들이 PMWS로 이 고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며 항생제와 예방백신도 많이 찾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무절제한 분무소독은 돈사내의 상대습도를 급격하게 증가시키거나 돼지에게 일시적인 체감온도를 하강시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유발시키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고, 돼지에게 직접 살포해서는 안 되는 소독약도 이를 구분치 않고 함부로 사용하여 돼지에게 오히려 독이 되게 하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되는데 우리는 이를 경계하여 소독을 하는데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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