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5시]안전 돈육 생산의 첫걸음(9/21)
[현장25시]안전 돈육 생산의 첫걸음(9/21)
  • by 양돈타임스
[양돈현장 25시!!!]

안전 돈육 생산의 첫걸음

황윤재 수의팀장/영동양돈농협/016-451-8275

몇 달 전 서울에서 ‘21세기 한국축산…’ 이라는 세미나가 있었기에 도대체 뭔 얘기가 그리 거창한가 하는 호기심이 동하여 강릉에서 그곳까지 찾아가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야기의 주된 흐름은 최근 일본에서 축산이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지 또 우리의 향후 축산 정책 방향은 어떤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지, 그런 면에서 향후 축산물을 어떤 브랜드 마케팅으로 차별화해서 소비자에게 필(?)이 팍 꽂히게 할 것인지, 그리고 요즈음 화두로 등장하는 웰빙 돈육 또는 안전한 돈육을 생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인지 등등의 얘기들을 하더군요.
그 중에서도 항생물질의 남용과 이를 대체할만한 생균제의 사용에 저는 많은 관심을 갖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세미나가 끝난 후에 질문시간이 있더군요. 잘되었다 싶어 질문을 했는데 내용은 이런 것이었지요. ‘…항생제의 남용을 막기 위해 사양가를 교육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사람의 경우처럼 항생제를 다루는 사람을 제한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요. 다시 말해 수의사의 처방 없이는 항생제가 유통될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었는데…그만 이 질문이 강연자에겐 ‘수의사의 밥그릇 타령’으로 비추어졌나 봅니다. 실상 저의 내심은 전혀 그것이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어찌되었든 돈육의 생산 단계(농장 단계)에서 항생제를 제한할 수 있는 장치는 도축 시 항생제 잔류검사 뿐인데 제 생각에 이 장치는 일이 진행된 결과물에 대한 검사일 뿐이라 완전치 않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우리가 진정으로 소비자 입장의 안전한 돼지고기를 생산할 의지가 있다면 항생제 사용 자체를 통제해야 되지 않겠나싶군요. 물론 자체적으로 항생제의 사용을 자제할 수만 있다면 좋겠는데…양돈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항생제의 유혹을 뿌리치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이 글을 읽는 사양가 여러분은 잘 아실 겁니다. 특히 요즈음처럼 PMWS(이유후전신소모성증후군)나 PRDC(돼지복합호흡기질병), 살모넬라병 등등이 괴롭힐 때에는 누구라도 항생제를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지금 저의 얘기도 ‘항생제를 쓰지 말자’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처럼 양돈질병에 전문가가 아니거나 수의사가 아닌 사람이나 또는 농장주가 자신의 경험에만 의존한 채 진단하고 사용할 약제를 함부로 처방하여 약물의 오용과 남용이 지극히 일반화 되어있고 이런 현상이 정상인 것으로 여겨지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망각하고 있는 원칙을 지키는 일이 가장 빠르고 현명한 것일 겁니다.
어떤 이는 저의 이러한 견해를 두고 ‘수의사 밥그릇 지키기’ 정도로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오늘 항생제의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가 이렇게 장황하게 말씀드린 건 ‘밥그릇’ 이상의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라는 걸 충분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날 인체용 항생제를 의사가 처방하여 오남용을 막는 것처럼 동물용 항생제의 그것도 그와 유사한 방법으로 하는 것이 가까운 장래에 웰빙 돼지고기, 안전한 돼지고기로 가는 길의 첫 걸음이 된다는 것을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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