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5시]문제는 돼지가 아니라 사람이다(7/20)
[현장25시]문제는 돼지가 아니라 사람이다(7/20)
  • by 양돈타임스
[양돈현장 25시!!!]

문제는 돼지가 아니라 사람이다
황윤재 수의팀장 / 영동양돈농협(016-451-8275)
아시다시피 저는 양돈컨설턴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컨설턴트로서 먹고 산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사회적 분위기가 소프트웨어는 대충 무료로 나누어 써도 매우 당연하게 여기는 것처럼 사료나 약품은 돈을 내고 써도 기술적 자문은 당연히 공짜로 얻는다는 습성이 워낙 뿌리가 깊어 이 땅에서 특히 축산분야에서 순수한 컨설턴트로 산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용기를 필요하게 한 것은 어떤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을 때 돼지사양가가 전혀 그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순간입니다. 요즈음 한참 나오는 예로 어느 농장에 PMWS(이유후전신소모성증후군)와 유사한 증상으로 초기 육성돈에서 피해가 많다하여 방문을 하면 대부분의 농장주는 그 증상에 잘 들을 수 있는 항생제나 백신 프로그램을 요구합니다. PMWS가 써코바이러스나 기타 잡다한 미생물들 때문에 생긴다는 얘기는 여기저기에서 많이 보고 들은 탓에 대책도 없다고 포기하고 싶다는 농장주도 꽤 있지요.
그런데 “PMWS가 바이러스가 일차적으로 원인이 되는 질병은 틀림없는데 그래도 무슨 바이러스가 있건 없건 우선 돼지가 살고 있는 환경을 가능한 한 편안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돈사의 환기나 온도관리 일교차를 줄이는 방법, 환기 팬과 입기구 또는 배기구, 윈치커텐, 사육단계의 구분, AIAO 등등을 손보아야 한다”고 얘기하면 그만 표정이 시큰둥해집니다. 왜 수의사가 질병을 치료할 항생제나 예방 백신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으면서 쓸데없이 환기 같은 얘기나 하냐는 것이지요. 왜 배기팬을 저렇게 달았냐고 물으면 남들이 저렇게 달았으니까 아니면 자기 경험으로는 저렇게 달아서 과거부터 전혀 문제가 없었으니까 라고 ‘자신있게’ 얘기합니다.
제가 현재 근무하는 지역의 어느 사양가의 경우도 저를 맥 빠지게 하였는데 그 농장을 방문하여 보니 윈치커텐이 희한하게 돼있었습니다. 사양가는 그 돈사에선 그간 전혀 문제가 없고 간혹 모자라는 부분은 자신의 사양기술로 메운다고 자신 있게 얘기하더군요. 시설에 대해 제가 아는 얘기를 하였지만 전혀 듣는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그로부터 2~3개월 후 일교차가 제법 심한 가을이 오고 그 농장에서 흉막폐렴으로 적지 않은 피해가 있었다고 소문을 들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농장의 윈치커텐이 바뀌었다는 얘기는 여태껏 없습니다.
몇몇 사양가들이 이러는 것이 그야말로 ‘고집’인지 아니면 ‘신념’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농장에서 이상 증상이 장, 단기간 발생하고 기존의 방법으로 만족스런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했다면 당연히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성격이나 방향의 대안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돼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는 거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내 생각의 불합리한 부분을 인지하고 과감히 제거 수정해 나가려는 의지야말로 사양가가 갖추어야 할 고집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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