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5시] 아름다운 양돈인(5/18)
[현장25시] 아름다운 양돈인(5/18)
  • by 양돈타임스
양돈현장 25시!!!

아름다운 양돈인

황윤재 수의팀장/영동양돈농협(016-451-8275)

우리나라에서 양돈업을 하는데 어려운 점이 어디 한 두 개만 있겠습니까만 어눌한 제 머리로 잠깐 생각해 보아도 우선 가장 심각한 것은 양돈장이 무슨 공해업체처럼 인식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디에 새로 양돈장을 해볼라 치면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못하게 방해를 하고, 또 하나, 어렵사리 시작한다 해도 비합리적인 관련법 등등으로 폐수처리가 도무지 여의치 않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되는군요. 쉽게 생각하고 처리 하다가는 쇠고랑 차는 황당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거기에다 근간에 들어 나라 전체가 먹고 살만해지면서 나타난 어려운 점으로 이제 일 할만한 사람들이 양돈장 등을 포함한 소위 3D업종에서 일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해서 양돈장에서 제대로 된 근로자를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요즈음은 청년 실업자도 팍팍 늘어나서 사회적인 문제마저 되어가고 있는데 할일이 없어서 방에 콕 틀어박혀 뒹굴어 다니는 ‘방콕족’이 될지언정 돼지 똥 냄새나고 파리 날리는 양돈장에서는 일할 수 없다는 자부심(?) 강한 사람이 많이 늘어나서 그러니 이를 어쩌겠습니까?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하니 천상 이주외국인의 노동력이라도 빌려야 하겠지요. 이런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은 양돈현장에서 말은 잘 안통해도 비교적 단순한 일 위주로 하면 열심히 잘 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든 천형 같은 가난을 벗어나려고 고향에서 천길 만리 떨어진 곳에 와서 저리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볼라치면 60~70년대의 바로 우리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몹시도 안쓰럽더군요.
그런데 저를 몹시도 분개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런 사람들을 우습게 알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양돈현장에서도 종종 목격된다는 사실입니다. 반말을 하거나 상소리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한다든가 심지어는 폭력까지 서슴치 않는 그런 사람 같지 않는 사람이 동종업계에 존재한다는 건 차라리 우리의 비극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이주노동자를 자신의 진정한 가족으로 보듬어 안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려는 양돈인도 있더군요. 강릉 인근에서 모돈 200두 규모의 양돈장을 경영하는 분인데 중국의 조선족 두 사람과 함께 양돈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이 농장은 지난 여름에 강릉을 강타한 태풍 루사에 큰 피해를 입고 아직까지 그 상처에서 회복되지 못한 어려운 상황에 있는 농장이지요. 그런데 어느 날인가 그 조선족 인부 중에 한 사람이 심각한 질환으로 그만 쓰러져서 일을 할 수 없는 건 물론 건강이 회복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냉정한 사람 같으면 계산기를 두드릴 것도 없이 사람을 당장 중국으로 돌려보냈겠지만 이렇게 되면 그 조선족 근로자는 평생 중국에서 빚더미에 시달리며 죽음만도 못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라 농장주는 그렇게 하지 않았지요. 게다가 그 분의 병원 입원비는 물론 통원치료비까지 모두 다 부담해주고 농장에서 함께 살기로 했다더군요. 참으로 가슴 훈훈한 얘기입니다만 한 가지 걱정스러운 건 농장의 경영 사정이 아직까지 여의치 않다는 점이군요. 이런 분들이 잘 되어서 많은 돈을 벌고 후덕한 인심을 보여주셔야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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