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5시]의뭉 바이러스(4/6)
[현장 25시]의뭉 바이러스(4/6)
  • by 양돈타임스
[양돈현장 25시!!!]

의뭉 바이러스

황윤재 수의팀장/영동양돈농협/016-451-8275

지금도 그 기세가 여전히 등등하지만 지난겨울 내내 PED(유행성 설사병)로 인한 양돈농가 여러분의 피해는 여간한 게 아니었던 것 같군요. 사실 PED가 농장에 들어 왔을 때 직접적인 피해가 대개 그 양돈장의 보름치 생산 물량 규모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다고 하는데, 그 밖에도 뒤따라오는 여러 가지 피해를 생각한다면 양돈장이 휘청할 지경일 것입니다. 이렇게 피해가 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방어대책이나 치료방법이 없으니 그저 갑갑할 뿐입니다.
이론적으로 이런 질병을 막기 위해서는 출하 시 지켜야 할 여러 가지 사항을 잘 준수한다든지 돈분 처리 차량에 대한 위생관리와 다른 곳에서 돼지(후보돈 등)를 들여 올 때 소독과 같은 여러 가지 차단방역을 잘하면 된다고는 하지만 이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입니까? 다만 질병 또한 양돈장에서 양돈장으로 옮기는 질병이므로 그저 서로 서로 조심하는 수밖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서로 조심하려면 이웃한 양돈장 간에 질병발생 상황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리라 여겨집니다만 우리 양돈현장의 현실은 다분히 이와는 반대의 길을 걷지 않나 싶습니다. 시쳇말로 ‘입을 싹 씻는다’ 고나 할까요? 그러니까 우리 농장에 어떤 질병이 들어오면 전혀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거죠. 이웃이 전혀 눈치 못 채게....
이러한 행태는 (저의 경험상) 우리 양돈업계에 아주 보편화 되어 있어서 소위 양돈계의 지도급에 위치한 사람들조차도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보아 왔습니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가 하면 그 농장에 계약된 컨설턴트에게 조차도 발생사실을 전혀 얘기하지 않아 시간이 꽤 지나서 정기 방문을 한 다음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될 정도이니 말해 무얼 하겠습니까? 그런데 아이러니컬한 것은 이렇게 쉬쉬해도 시간이 약간만 지나면 사방 백리 안에 알만한 사람은 모두 다 그 사실을 알고 만다는 것이지요.
하여간 저는 그런 일련의 몹쓸 행태를 ‘의뭉바이러스 감염증’이라 규정하였는데 ‘의뭉스럽다’는 말은 ‘그러면서도 안 그런 척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니 과히 틀린 표현도 아니겠지요? 우리 옛말에도 병은 널리 알려야 낫는다고 했는데 이런 건 차치하고라도 이웃 양돈장에 애꿎은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늦기 전에 발생 사실을 주변농장이나 소속된 양돈계 또는 조합에 알려서 나름대로 방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합리적이고 양돈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당연한 태도가 아니겠습니까? 평소에는 양돈조합이니 양돈계니 요란하게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고 다니면서 정작 공동체 의식을 절대적으로 발휘해야 하는 때에 와서는 의뭉바이러스 감염증에 콱 걸려서 전혀 아닌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니 과연 이것이 양돈인으로서 또는 양돈공동체를 영위하고자 하는 양돈인의 일원으로서 올바른 자세라 할 수 있겠습니까?
황사 탓인지 가슴이 답답하여 쓴 소리 한 말씀 드렸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