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포럼/구제역에 대한 소고(小考) (7월3일)
양돈포럼/구제역에 대한 소고(小考) (7월3일)
  • by 양돈타임스
구제역에 대한 소고(小考) 김재성 대한매일 논설위원

지난 1만년 동안 인류는 약 40종의 동물을 길들여 가축화 했다. 뿐만 아니라 인류는 끊임없이 가축의 품종을 개량해 왔다. 빨리 크고 많이 자라는 가축을 기름으로써 같은 비용을 들여 더 많은 젖이나 고기를 얻기 위해서였다. 이를테면 벨기에가 1960년대부터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소를 반복적으로 교배시켜 같은 양의 사료를 먹여 다른 소에 비해 몸무게가 20%가 더 나가는 ‘벨기에 블루’라는 비육우를 개발한 것이 그 예다. 그런가하면 최근에는 세칭 ‘누드 닭’이라는 것이 개발됐다.
대량 생산 시 막대한 인건비가 들어가는 닭의 털 벗기기 과정을 생략할 수 있도록 벌거숭이로 자라는 닭을 말하는 것이다.
생명과학이 발달하기 이전의 품종개량은 수 세대에 걸친 교배과정을 거쳐야했다. 질병에 강한 품종이나 생산성이 높은 품종을 만들고 싶을 때는 그러한 특성을 가진 품종과 계속 교배를 시켜 전혀 다른 품종으로 바꿔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최소한 몇 세대에 걸쳐 같은 품종과 교배를 시켜야 형질이 다른 품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후반에 시작된 유전공학의 발달은 이처럼 수대에 걸쳐 반복적으로 교배시켜 얻을 수 있었던 것을 단 한번의 수정으로 유전형질이 전혀 다른 동물을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유전공학을 21세기를 바꿀 10대 과학기술로 꼽는 것도 이처럼 공상과학 수준의 꿈을 실현시켜 녹색혁명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소 과장으로 들리겠지만 ‘코끼리만한 돼지’나 ‘수박만한 감자’가 나올 날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녹색혁명이 인류에게 반드시 인류에게 복음인가? 미국 식량농업기구(FAO)는 세계 가축 28종류 4천~5천여 품종 증 30%인 1천~1천500여 품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발표했다.
유전자 공학발달로 경제성이 떨어지는 품종을 도태시키기 때문에 매년 78개 품종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우량품종의 장려는 결과적으로 유전자원의 다양성을 파괴하는 것이다. 유전자의 다양성은 인류를 포함한 생태계의 자원이다. 왜 그런가? 유전자의 다양성이란 다양한 구조로 비유할 수 있다. 단순구조의 산물보다는 다양한 구조의 산물이 생명력과 창조력에 있어서 훨씬 적응력이 강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개체로 봐도 그렇고, 한 종(種)생명도 그렇다.
유행성 독감이 퍼졌을 때 같은 조건에서 어떤 사람은 걸리고 어떤 사람은 피해가는 것은 각자 체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각기 다른 유전자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페스트, 폐결핵 등 유행병이 휩쓸 때 인류가 전멸하지 않은 것은 인종별, 혈통별로 다양한 유전자를 갖고 있어서 특정 체질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다른 체질의 사람에게는 별로 영향을 못 미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명의 신비인 것이다.

구제역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돼지의 경우를 보자. 현재 전 세계 돼지는 부계용으로 듀록, 햄프샤, 버크샤 그리고 모계용으로 요크샤, 랜드레이스 등 5~6개 품종만이 집중적으로 사육되고 있다. 육질이 좋고 많이 자라며 출산률이 높은 돼지만 양산해 내는 인공수정기술 덕택이다. 그 결과 어떻게 됐는가. 구제역이 유전공학 이전에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근래에 더욱 위세를 떨치는 것은 돼지의 유전자 다양성 부족이 원인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품종에 따라 체질이 다른데 소수 체질의 품종만 사육하는 것은 구제역 같은 전염병이 발생 했을 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은 것 같은 위험을 안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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