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5시/뿌리 깊은 나무(96호 5월7일)
현장 25시/뿌리 깊은 나무(96호 5월7일)
  • by 양돈타임스
현장 25시/뿌리 깊은 나무

피그-텍 연구소 황 윤재 수의사

콜레라의 발생이 사실로 확인되자 급기야 그 질병에 얻어맞은 농장이 TV의 주요뉴스에도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곧이어 몇 가지 장면이 TV를 주시하던 저를 맥 빠지게 하더군요. 소형 차량에 부착된 연막소독기가 등장해 농장 주변에 연기를 자욱하게 하더니 잠시 장면이 바뀌고 관리자로 보이는 어떤 사람이 수동식 분무기를 등에 짊어지고 지저분한 돈사 내 바닥을 분무하는 장면이었습니다. 하긴 수해가 난 지역에 수인성 전염병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동네방네 다니며 연막소독을 뿜어대는 나라이니 그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되었습니다만 온통 돼지의 오물과 그 속에 바이러스와 세균이 가득 찬 돈사바닥을 대충의 분무소독으로 어떻게 해결해 보겠다고 나서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옆에서 같이 TV를 보던 한 사양가는 이제 백신도 없는데 어떻게 방역을 하여야 하냐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더군요. 만일 여러분의 주변 농장에서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우선 적을 알자. = 돼지콜레라를 일으키는 원인균은 바이러스입니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는 PRRS바이러스나 오제스키바이러스 또는 구제역 바이러스처럼 바람으로 전파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돼지가 이 병에 걸리면 코나 입에서 나온 침이나 콧물, 오줌, 똥 등으로 바이러스를 배출하는데 다른 돼지가 이런 오염물질에 접촉하게 되어야만 걸리게 됩니다. 또한 이 바이러스에 오염된 돼지고기가 들어 있는 잔반(음식물 찌꺼기)을 별도의 멸균과정을 거치지 않고 돼지에게 먹이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2. 돼지 이외에 다른 동물에게도 감염됩니까? = 오직 돼지에게만 감염되고 병을 일으킵니다. 만약에 경우 사람이 이 바이러스에 오염되거나 섭취하게 되어도 전혀 이상이 없습니다. 또한 다른 새나 벼룩이나 모기와 같은 곤충에 의해서도 전파되지 않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콜레라에 걸렸거나 이 바이러스를 보균하고 있는 돼지가 우리농장에 들어온다면 이것은 매우 치명적인 일이 됩니다.
3. 그렇다면 가장 효과적인 방역대책은 무엇입니까? = 비교적 규모가 있는 농장에서의 최대 위험요소는 다른 돼지의 유입입니다. 이름 있는 종돈장에서의 구입보다는 근거를 알 수 없는 소위 떨이돼지의 구입은 외래질병 유입의 대표적인 루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오제스키병 확산의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으며 콜레라의 경우도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즈음은 매우 줄어들었습니다만 소규모 농장의 경우, 잔반을 통한 질병의 유입이 문제가 됩니다. 콜레라 바이러스는 외부환경에서 생존성이 강하고 특히 돼지고기 내에서는 매우 오래 생존하므로 불가피하게 잔반을 먹여야 할 경우에는 충분히 열처리한 후에 사용해야 합니다. 차단방역을 위한 소독은 철저히 해야 합니다.
특히 폐사돈 처리차량(사람), 분뇨처리 차량(사람), 출하차량(사람)에 대한 차단방역을 위해 농장 나름대로의 매뉴얼을 준비하고 그대로 시행해야 합니다. 바이러스에 확실한 소독효과를 발휘하면서 생체독성은 없는 소독약으로 차량 소독조와 발판소독조를 구비해서 매일 교체운용하고 모든 외부인은 농장에서 제공하는 의류와 신발, 장갑, 모자를 착용한 후에 농장에 들어갈 수 있게 꾸며 놓아야 합니다. 또한 각 돈사 출입구에도 발판 소독조를 준비하고 매일 교체 사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외부인은 철저하게 농장 옷으로 길아 입히고 출입시키는 등 열심히 하면서도 농장주인 자신은 밖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닌 옷과 신발 그대로 자기 농장의 돈사에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되는데 내 농장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이래서는 안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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