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5시/양돈장의 미신(迷信)(85호 2월 19일)
현장 25시/양돈장의 미신(迷信)(85호 2월 19일)
  • by 양돈타임스
현장 25시/양돈장의 미신(迷信)

피그-텍 연구소 황 윤재 수의사

지난 2월 초순에 청주 인근의 양돈장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지은지 오래된 돈사로 보였지만 비교적 사육단계가 잘 나누어져 있고 돈사의 단열상태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상태의 농장이었죠. 그러나 초기자돈사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였습니다. 병원성 대장균 등에 의한 설사가 지난 10월 이후 30-40일령 자돈에게 끊임없이 발생하여 도태를 포함한 기간 중 사고율이 8%를 넘어서고 있었고 나머지 자돈도 등뼈가 심하게 드러날 정도로 위축되어 있었습니다. 돈사는 슬러리 구조의 부분슬랏 형태였고 돈방당 30두가 수용되어 있었으며 돈방 바닥은 온통 물과 설사변으로 젖어 있었는데 하루에 두 번 이상 분무소독을 열심히 해준다고 하더군요. 배기를 위해 대형 팬 3개를 지상배기식(소위 굴뚝식)으로 온도에 맞추어 가동하게 하였지만 돈사에 처음 들어 갔을 때 쓰고 있던 안경이 온통 하얐게 김이 서리고 냄새가 심하였습니다. 특정한 입기구는 없었고 윈치커텐이 있는 틈새 등으로 바람이 들어오니 특별한 입기구가 필요하겠냐고 제게 묻더군요. 설사를 멈추게 하기 위해 세균성 장염에 쓰이는 거의 모든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자 - 이 농장의 문제는 무엇일까요? 이 지면을 통해서 환기부터 시작해서 관련된 모든 것을 설명 드리고 싶지만 오늘은 우선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지 않고 그저 버릇처럼 하고 있는 한가지 작업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려 합니다. 바로 돼지가 사육되고 있는 돈사(돈방)의 소독에 관해서인데 여러분은 양돈장에서 소독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양돈장에서의 소독은 크게 다음 3가지의 과정을 거쳐서 해야 합니다.
1. 돈사내의 주요 오염물질을 제거한다. 즉, 돈방 바닥에 붙어 있는 돼지 똥, 슬러리, 먼지 등을 (더운)물로 고압세척 해낸다. 2. 세정제(합성세제 등)을 이용하여 나머지 유기물질(예를 들면 똥이나 사료 찌꺼기)를 확실하게 제거한다. 3. 소독제를 사용하여 소독한다.
즉 중요한 것은 물과 세정제를 이용해 유기물을 제거하는 것이 전체 소독과정의 90%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과정을 진행하기 전에 돈사의 올인 올아웃 관리는 필수 사항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양돈장에서 올인 올아웃 관리를 하는 농장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하는 것이죠. 좋습니다. 올인 올아웃이 안된다면 그저 돈방이 비워지는 대로라도 수세소독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폐수 문제 때문에 수세를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걸 보강하기 위해서 사육 중인 돈방에 하루에 두 번씩 분무소독을 한다는군요. 겨울철에는 돈사가 워낙 건조해지니 더욱 열심히 해야한다고 하는데... 그런데 이걸 아십니까? '분무소독'은 공기의 소독이며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를 제거하고 먼지에 있을 수 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미생물과 그들의 내독소를 줄이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또는 빈 돈사의 수세 소독과정에서 주로 마지막에 마무리하는 수단으로 분무소독을 합니다. 결코 돼지가 들어 있는 돈방의 바닥을 소독하기 위해 분무소독 하라는 얘기를 저는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제가 공부를 덜 해서 그런가요?) 위에서 말씀드린 농장의 경우 돈사의 습도가 꽤 높게 느껴졌는데 과습은 설사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더구나 위 농장에서는 돈체에 뿌려서는 안 되는 소독약을 아무렇지도 않게 돼지에게 뿌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행위는 돈을 들여서 돼지에게 독을 뿌리는 것과 다를 바 없음을 알아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어떤 농장에서는 이런 얘기를 합니다. '겨울철에는 돈사가 워낙 건조해져서 물을 뿌려야 하는데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소독도 겸해서 한다고'말입니다. 그러나 이걸 아셔야 합니다. 특히 기계환기를 하는 돈사에서 겨울철에 과건이 문제가 된다면 이는 전적으로 과환기를 의미합니다. 겨울철의 최소환기는 습도관리를 위한 환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돈사 및 돈사에 수용된 돼지의 두수에 맞게 설계하여 적절한 경로를 통해 환기를 한다면 결코 '건조해져서 문제'라는 얘기는 나오지 않을 겁니다. 또 어떤 분은 돈사 내 공기를 소독하기 위해서 열심히 분무소독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환기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돈사는 한 시간에 약 4-6번씩 완전히 돈사내 공기가 바뀐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돈사 내 공기를 확실히 소독해서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질병을 차단하려면 하루에 96- 144번 분무소독해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전세계의 그 어떤 양돈장도 이렇게 소독하는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지내는 방안이 건조하다고 방바닥에 소독약물을 부어놓고 지내진 않을 겁니다. 여러분이 키우고 있는 돼지는 오늘도 여러분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Put yourself in my shoes !!!'(니가 내 입장이 되어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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