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5시/어느 농장에 들렸더니(3)(78호 12월18일)
현장 25시/어느 농장에 들렸더니(3)(78호 12월18일)
  • by 양돈타임스
현장 25시/어느 농장에 들렸더니(3)

김선경 도드람 양돈연수원 교수부장

우리 속담에 "엎친 데 덮친다". 한문으로 "설상가상".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 등 악
순환의 연속을 표현하는 말들이 있습니다. 요즘 많은 농장이 그런 상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작은 규모의 농장에서 큰 규모로 변하다보니 과거와는 문제가 발생하는 양상도 전혀 다르
고, 과거에 알고 있었던 지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농장에
다니다보면 대부분 농장에서 발생하고, 악 순환되는 문제가 있는데 그중 몇 가지만 말씀드
리고자 합니다.
우선 농장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문제가 발생하게 된 원인이 한 두 가지가 아닌데도 불
구하고 어떤 특정원인으로 잘못 판단하고 조치를 하는 경우 대부분 악순환 고리를 타게 됩
니다. 예를 들면 정확한 진단이나 처방 없이 강력한 항생제를 먹이는 경우입니다. 항생제 내
성문제가 발생되어 웬만한 약으로는 질병치료가 안 되는 악순환 상황을 만들어 놓는 것이
대표적인 문제입니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듯이 기존의 항생제로는 전혀 약발이 듣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약을 써야하고, 권장량의 2-3배를 써야 하는 경우
가 많습니다. 특히 어릴 때 이런 내성이 생기게 되면 돼지는 평생을 거쳐 그 내성균을 가지
고 가면서 속을 썩이게 됩니다. 우리가 착각하지 말아야 할 첫 번째는 인간이 미생물을 통
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미생물, 즉 병원균을 인간이 이길 수 없습니다. 병균을
약만으로 없애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또 흔히 보는 두 번째 문제는 정성과 관심으로 돼지를
키워야 하는데 시설로 좀더 편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돼지가 기침을 하고 눈이 벌겋게 충혈
이 될 경우 환기가 안 된다고, 자동화된 시설로 해결하려 합니다. 유행이라는 것이 무서운
놈이라서 요즘은 모두 환기로 문제를 보고, 해결하려는 경향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환기가
매우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하고, 자동화한다 해도 설비의 한계와
잘못된 지식으로 시공하여 잘못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적으로 농장의 환기시설을 자동화
에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돼지는 사람의 정성과 관심으로 크는데도 불구하고, 비
싼 돈 들여 공사를 하는 농장이 많이 있습니다.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해놓고, 제대로
효과를 보지도 못하고, 돈만 버리는 농장을 많이 보았습니다. 기계에 돼지를 맡기지 마십시
오. 돈사의 환경은 사람이 직접 몸으로 느끼고, 관리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잘못해놓고 방심하면 안 하는 것보다 못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돼지에
게 좋다고 하는 것이 너무 많고, 그것을 설치하거나 먹이면 농장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는 것들입니다. 예를 들면 많은 농장에 적게는 몇 천 만원부터 많게는 억대의 기계나 설
비가 방치되어 있습니다. 속상하는 일이지요. 또 왜 그리 좋다는 게 많은지 그것들을 다 먹
이면 사료효율은 아마 1.0쯤 될 거고, 100일령에 110kg으로 출하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생길 수 없습니다.
우리가 경험으로 알고 있듯이 단순한 몇몇 조치로 농장의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는 경우
는 거의 없습니다. 농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에서 발생하고,
그 원인의 제거도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좋다는 것 다 먹여도, 약으로 온통 목욕을
시켜도, 완전 자동화해도, 우수한 놈 몇 놈 그리고 잘 안 크는 놈 몇 마리 그리고 대체로 평
균의 범위 이쪽 저쪽에 대부분이 있습니다. 돼지는 기계가 아닌 생명체이고, 투입과 산출이
비례관계가 아니며, 긴 시간에 걸쳐 문제가 발생하고, 해결할 때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인생이 그렇듯 문제가 없는 때는 없습니다. 좀 더 차
분히 문제를 들여다보고, 그 놈과 친해진 후에 그놈을 농장에서 살며시 점진적으로 몰아내
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악순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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