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포럼/할 일은 하자 (75호 11월27일)
양돈포럼/할 일은 하자 (75호 11월27일)
  • by 양돈타임스
양돈포럼/할 일은 하자

장성훈 금보종돈 대표이사

올 여름 어떤 세미나에 갔더니 업계에 꽤나 이름이 알려진 수의사가 말하기를 원인을 모르고 갑자기 돌연사 하는 모돈이 1년간 전체 모돈 수의 5%가 넘으면 안 된다고 한다. 그런 수치를 모를 땐 답답하기만 하더니 우리 농장이 정상인지 아닌지 기준을 알게 되니 속이 후련하면서도 모르고 넘어가면 마음이 더 편했을걸 하는 생각도 교차했다. 정상이 아닌 이유나 원인을 알았을 땐 속이 후련하지만, 해마다 기준보다 많이 죽는 것을 원인도 못 찾고 보고만 있어야 할 때는 정말 미칠 노릇일 것이다. 그 원인이야 여러 가지일 테고 그것을 밝히려면 꾸준한 기록과 인원의 변동이 없는 기본이 지켜져야 할텐데 그것 또한 말처럼 되지를 않은 일이니 도무지 양돈이란 산업이 종합예술이란 말이 맞기는 맞는 말인가 보다. 이 수의사의 말과 관련하여 우리농장의 경우는 순종 모돈이라 약한 탓도 있겠지만 7월초에 고온 다습할 때가 오히려 7월 중순이나 8월의 더위 때보다도 더 많은 폐사가 난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는 한참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휴가철인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 사이가 더 어려울 것 같지만 7월초에 더 많은 폐사가 날 것이라는 말이 우리에겐 정곡을 찔러주는 얘기였다. 그 숫자가 5%가 넘지 않더라도 6월중에 모돈의 항병력을 강화해 주는 클리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정말 몰랐던 사실이다. 가을과 봄의 환절기에만 하는 줄 알았던 클리닝을 내년부터는 꼭 6월에도 해 볼 작정이다.
우리 양돈인 모두가 불황일수록 작지만 중요한 것부터 챙겨서 좋은 날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절대 생각조차 해서는 안될 일들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가장 위험한 순서대로 나열을 해 보자면 1)종돈값을 아끼는 일-사료비는 저당이 잡혀 있어서 어쩔 수 없으니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돈값을 아끼는 분들이 부지기수인데 시절이 좋아지면 가장 후회할 일이다. 시절이 좋아지면 그때 가서 종돈장 문을 두드려 봐야 대접받고 종돈을 구입하기는 아예 어렵고 같은 돈을 내고도 십분의 일의 효과도 보지 못할 뒷북을 치는 경우와 같다. 2)약품값을 아끼는 일-해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이맘때면 질병이 위험해 지는데 경영비를 줄인다고 백신이나 소독을 줄여서 농장을 질병의 도가니에 몰아 넣고 어쩌다 설사병이라도 터지면 이듬해 여름의 좋은 시절을 구경만 하고 있 어야 한다.
3)인건비를 절감하는 일-위의 두가지 일도 어려운데 내가 직접해서 인건비라도 건지겠다고 엄동설한에 직원을 줄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역시 언발에 오줌누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돼지 키우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농사꾼이 쌀값 내린다고 봄에 논을 말려 붙이지는 않는 것 같은 인내와 일관성을 가지고 임했을 때 큰 기쁨을 누리는 일들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제는 우리 모두 성질 급하게 천직을 접어 버리는 일도 하지 말아야겠고 항상 무던한 곰처럼 하던 일을 계속해 나가는 끈기와 저력 있는 양돈인이 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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