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감상]山中秋雨(산중추우) 산속의 가을비(9/10)
[한시감상]山中秋雨(산중추우) 산속의 가을비(9/10)
  • by 양돈타임스
[한시감상]山中秋雨(산중추우) 산속의 가을비
劉希慶(유희경, 1545~1636)

白露下秋空(백로하추공)
백로가 지나니 가을하늘 더욱 높고
山中桂花發(산중계화발)
산속에는 활짝 핀 계수나무 꽃무리
折得最高枝(절득최고지)
가장 높이 핀 꽃다지를 꺾어들고
歸來伴明月(귀래반명월)
밝은 달 벗 삼아 함께 돌아온다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도 입추가 지나면 한풀 꺾이게 마련이고 처서 무렵이면 비가 한번 올 때마다 땅이 식는다. 풀벌레 소리와 함께 온 백로에는 찬 이슬로 인해 가을 기운이 완연해진다. 이때쯤 강남에는 계수나무 꽃의 향기가 가을 달빛처럼 시원하다. 이 시의 제목은 가을비라 해놓고 정작 내용은 공활(空豁)한 가을하늘과 밝은 달을 노래한다. 모순이다. 그러나 제목을 시의 일부로 인정한다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산 속에 들어갔다 가을비를 만났다. 비가 그치자 계수나무 꽃이 물기를 머금고 만발했다. 맨 위에 핀 꽃가지를 꺾어 들고 산을 내려오는데, 어느덧 떠오른 밝은 달이 이 시인을 따라온다. 달과 짝하여 계수나무 꽃과 함께 돌아온다.’ *白露(백로) ; 처서와 추분 사이에 있는 24절기 *折(절) ; 꺾다 (切과 絶은 끊다) <한시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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