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감상]湖堂早起(호당조기) 강가의 아침(9/3)
[한시감상]湖堂早起(호당조기) 강가의 아침(9/3)
  • by 양돈타임스
[한시감상]湖堂早起(호당조기) 강가의 아침
姜克誠(강극성, 1526~1576)

江日晩未生(강일만미생)
강에는 늦도록 해가 나오지 않고
蒼茫十里霧(창망십리무)
저 멀리 아득히 자욱한 안개 속
但聞柔櫓聲(단문유노성)
희미하게 들리는 노 젓는 소리뿐인데
不見舟行處(불견주행처)
배도 배가 가는 곳도 보이지 않고

오리무중(五里霧中), 사방 오리에 안개가 자욱해 사물의 행태를 분간할 수 없거나 일이 어찌 돌아가는지 종잡을 수 없을 때 쓰는 말이다. 이 시인이 처한 상황이 그렇다는 말인지, 세상일이 원래 좀처럼 알기 힘들다는 것인지 오리무중이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도 노를 저어 어디론가 가고 있는 배가 있다. 안개 속에서 노를 젓고 있는 뱃사공은 과연 목적지를 확신하고 있을까, 아니면 한밤중 난파선에서 바다에 홀로 떨어진 어느 실존주의자처럼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방법이 물에 떠서 헤엄을 치는 것 밖에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공이니까 그저 노를 젓는 것일까. 이 또한 십리무중이다. *湖堂(호당) ; 호수(물)가의 집 *晩(만) ; 저녁, 저물다, 늦다, 뒤지다 *蒼茫(창망) ; 아득히 멀다 *柔(유) ; 부드럽다, 약하다, 순하다. <한시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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