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趾源(박지원, 1735~1805)
叱牛聲出白雲邊(질우성출백운편)
흰 구름 저 멀리 이랴 이랴 소 모는 소리
危嶂鱗塍翠揷天(위장린승취삽천)
솟구친 산등의 다랑논이 하늘을 찌른다
牛女何須烏鵲橋(우녀하수오작교)
견우와 직녀는 어찌 오작교만 건너려는가
銀河西畔月如船(은하서반월여선)
은하수 서편에 조각배 같은 반달이 떴는데
이 시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잘 연결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 이유는 박지원이 여행 중 두서없이 느낀 대로 쓴 시이기 때문이다. 가파른 산등성이에 물고기 비늘처럼 둑을 쌓아 만든 다랑논에서 소를 모는 소리를 듣고 시인은 견우(牽牛)를 떠올렸다. 그리고 직녀가 연상됐다. 그 다음은 당연히 오작교. 칠석날 오작교가 아니면 은하수를 건너 만나지 못하는 견우와 직녀가 안타깝다. 여기서 실학파다운 발상의 전환이 나온다. 은하수 서편에 걸린 반달이 조각배로 보인 것이다. 저 달을 타고 은하수를 건너면 자주 만날 수 있을 텐데. 박지원의 이용후생 사상과 반달을 조각배로 보는 시적 정서가 만나 걸작 한시 한 편이 나왔다. *叱(질) ; 꾸짖다, 욕하다 *嶂(장) ; 높고 가파른 산 *鱗塍(린승) ; 다랑논 (비늘 린, 밭두둑 승). <한시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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