圓鑑國師 沖止(원감국사 충지, 1226~1292)
雨餘庭院靜如掃(우여정원정여소)
비 그친 뜨락은 쓸어낸 듯 고요하고
風過軒窓凉似秋(풍과헌창량사추)
바람이 창문을 스쳐가자 가을처럼 시원해
山色溪聲又松籟(산색계성우송뢰)
산 빛과 물소리에 솔바람 소리 더하니
有何塵事到心頭(유하진사도심두)
티끌 같은 속세의 일 어찌 떠오를 것인가
원감국사 충지스님은 속명이 위원개(魏元凱)다. 그는 19살 때 과거에 장원급제하고 벼슬이 승승장구했으나 29세에 출가했다. 시와 문장에 뛰어났을 뿐더러 유불선을 아우르는 큰 스님이 되었다. 이 시는 속세를 떠난 스님보다 은거하는 선비의 시와 같은 느낌을 준다. 하기야 스님이나 선비나 진리를 찾아 중생을 구제하고 백성을 교화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여름 소나기가 쓸고 지나간 뒤뜰은 정갈하다. 한 가닥 바람이 처마 끝을 거쳐 창문을 스치고 지나갔다. 가을바람처럼 시원하다. 바람 역시 한바탕 소나기로 깨끗해진 솔숲을 거쳐 오며 세속의 먼지를 털고 해탈한 모양이다. 이 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깨끗해진다. *軒(헌) ; 추녀, 처마, 집, 수레(지붕과 벽이 있는) *籟(뢰) ; 세 구멍 퉁소, 소리 울림.<한시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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