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감상]春雨到筆庵(춘우도필암) 봄비 맞으며 필암에 와서(5/28)
[한시감상]春雨到筆庵(춘우도필암) 봄비 맞으며 필암에 와서(5/28)
  • by 양돈타임스
春雨到筆庵(춘우도필암) 봄비 맞으며 필암에 와서
廣瀨 謙(히로세 겐, 에도 말 시인)

菘圃葱畦取路斜(숭포총휴취로사)
배추밭과 파밭 사이 비탈길 올라 보니
桃尤多處是君家(도우다처시군가)
복사꽃 가장 많이 핀 곳 당신의 집이네
晩來何者敲門至(만래하자고문지)
저물녘에 그 누가 와서 문을 두드릴까
雨與詩人與落花(우여시인여낙화)
봄비와 시인과 흩날리는 복사꽃일세

봄내음이 물씬 풍긴다. 봄에 심는 배추는 봄똥이라 하는데 당채(唐菜)라하여 중국음식에 많이 들어가는 채소의 일종이다. 배추밭과 파를 심은 너른 밭 가운데로 난 길은 낮은 경사를 이룬다. 둔덕에 오르자 저 멀리 복사꽃이 만발한 친구의 집이 보인다. 어느덧 해는 저물어 가는데 봄비가 촉촉이 내리기 시작한다. 이 시인은 필암(筆庵)이라는 친구의 집 앞에 다다랐다. 조용히 내리는 빗에 젖어 무거워진 복사꽃 이파리들이 살랑거리는 바람에도 겨워 떨어진다. 이 시인은 친구에게 문을 두드리며 소리친다. “여보게 내가 왔소. 봄비와 함께 왔소. 꽃잎이 문 두드리는 소리가 안 들리오?” *菘(숭) ; 배추, 당채 *圃(포) ; 너른 밭 *葱(총) ; 파 *畦(휴) ; 밭두둑 *尤(우) ; 최고, 더욱. <한시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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