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정책(신승열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5/7)
기획특집/ 정책(신승열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5/7)
  • by 김오환
기획특집/ 정책(신승열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내수위주 정책으로 현 상황 타개해야
방역과 환경 연계한 적정두수 유지를
수출부위 군납, 학교 국산 돈육만 공급
생산→소비까지 안전시스템 구축 바람직

우리나라 양돈 산업은 1990년대 경제 성장으로 국내 수요 증가와 함께 수출위주의 양돈정책으로 대일 수출이 활발해지면서 양돈농가의 전업화·규모화가 빠르게 진전됐다. 1천두 이상 사육하고 있는 양돈 전업 농가수는 1997년 1천663호에 불과하였으나 2000년 2천212호로 증가(33%)했다. 사육두수도 1997년 700만두 수준이던 것이 2000년 6월 813만두로 양적인 성장이 지속됐다. 그러나 2000년 3월 구제역 발생은 대일 수출의 중단을 가져왔고, 등심 등 수출부위가 재고로 쌓이면서 당해 하반기 산지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그럼에도 민간수매 등 적극적인 시장개입과 지원으로 2003년 3월의 가축통계 발표결과 1천두 이상 사육하고 있는 전업농 2천911호가 돼지의 72%를 사육하고 있으며, 사육두수도 902만 7천두로 계속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2002년 3분기부터 가격이 크게 하락했음에도 모돈 두수는 오히려 98만5천두로 전분기보다 3.5% 증가하여, 지난해 최고두수인 903만두(2002년 9월)를 넘어서는 것이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리고 국제 돼지고기 가격의 하락으로 수입의 증가추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 올해 돼지고기 수급은 불안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본 연구원에서 연초에 전망한 결과, 2005년까지 사육두수가 감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의 가격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양돈산업은 선호부위인 삼겹살의 수입과 후지 등 수출부위의 대일 수출로 국내산 돈육의 수급이 이루어져 왔다. 그러다가 대일수출 중단으로 수출 부위가 재고로 누적되고, 생산주기의 계절성으로 2000년 4분기의 돼지 산지가격은 생산비에도 못 미치게 됐다. 그러나 산지가격이 하락함에도 불구하고 양돈농가에서는 막대한 자금을 빌려 사육기반을 늘렸기 때문에 시설투자로 늘어난 대출이자와 원금상환에 대한 압박으로 사육두수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양돈농가의 수익성이 낮아지자 농장에서의 질병관리가 소홀해지면서 2002년 5월에는 구제역이 재발했다. 또한 2001년 12월 돈열 예방접종 중단 찬반논란에도 불구하고 접종을 중단하여, 2003년에는 돈열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등 방역에 허점을 보였다. 돼지콜레라 예방접종 재개로 향후 3∼4년간 청정국으로의 지위획득이 어려워 대일 수출이 힘들 전망이다. 돼지콜레라 항체율을 적어도 90% 이상 높여 돼지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3∼4년간 예방접종을 실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분간 대일 수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효율적인 내수위주의 양돈정책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양돈산업이 국내 시장에서 수입 돈육과의 경쟁력 있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구제역, 돼지콜레라 등의 질병 방지와 환경보전과 연계된 적정 사육두수 유지, 그리고 소비자 주권시대를 맞아 소비자 중심의 안전성 높은 돼지고기를 공급하는데 있겠다.
먼저 가축방역 정책을 살펴보면, 현재 중앙방역정책은 농림부 가축방역과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지방은 6개 광역시 산하 보건환경연구원에 가축위생연구부, 9개도에 축산위생연구소, 가축위생시험소, 축산진흥원 등이 담당하고 있어 조직이 다원화된 상태이다.
농림부 장관이 중앙방역조직의 지도·감독권한을 가지고 있고, 지자체 산하 현장 방역은 시장·도지사로 나눠져 초동방역에 실패하고 있다. 방역업무도 농장 소독은 시·군이나 지역축협의 공동방역단이 담당하고, 가축채혈 및 예방접종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출장소, 혈청검사는 각 지역의 가축위생시험소로 구분되는 등 서로 다른 조직으로 분산, 협조체계 유지가 취약한 실정이다. 그러므로, 가축방역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방역조직을 총괄하고 아우를 수 있는 중앙집권적인 방역행정조직 신설을 적극 검토하고, 방역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며, 지역간 돼지의 이동이 이루어지는 가축의 구입·판매시에는 이동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불법 휴대축산물의 반입자에 대한 처벌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아 외래전염병 유입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국경방역을 대폭 강화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라 할 것이다.
둘째,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정책의 기본인 분뇨처리 문제이다. 그린라운드 출범 후 환경문제가 국제무역의 제재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효율적인 축산분뇨처리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시급한 문제라 할 것이다. 현행 분뇨처리시설의 자금지원은 축사면적을 기준으로 지원되고 있어 사육두수가 증가할 때마다 시설을 보강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효율적인 처리시설을 갖추려면 장기적인 사육전망에 따라 설계하고 이에 따른 자금의 집행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현행 구조는 주어진 자금에 설계를 맞추는 것으로 처리효율을 떨어뜨리고 사육두수 증가 때마다 추가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가축분뇨처리시설비 지원기준을 효율적인 처리시설 규모를 기준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그리고 경종농가들에게 축분퇴비·액비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무자격 축분업자의 퇴출, 시비기준 등 세부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축산업은 환경용량을 초과하여 다두 사육하는 집단·밀집사육 형태가 많아 농장 소독 및 사람·차량의 출입관리가 미흡한 농가들로 인하여 효율적인 가축 질병의 예방관리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1999년 1월 축산업 규제완화 차원에서 폐지되었던 축산업 등록제가 부활하게 됐다. 과거의 축산업 등록제가 축산물 수급 및 사육두수 조절이었다면 현재의 등록제는 가축질병·안전성 강화, 환경친화적 축산업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03년 12월부터는 신규로 종축업과 부화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새로운 등록기준에 따라 등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요즘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축산물 위생, 안전성 확보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축산물의 경우 구입과 동시에 별도의 세척이나 소독과정이 없이 식탁에 오르는 만큼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안전성과 위생의 확보가 중요하다. 도축장 HACCP 운영은 2000년 7월 시범실시를 시작으로 2003년 7월부터 전 도축장에 의무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며, 유통단계의 위생관리기준(SSOP) 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항생제 잔류 및 미생물 오염으로 인한 문제, 인체의 전이 가능성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생산에서 소비까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미생물이나 슈퍼박테리아로 인한 각종 질병에 대한 조기 경보 및 진단 체계 확립 등에도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밖에도 양돈산업을 신선육인 냉장육 위주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고, 현재 실시하고 있는 육량 등급과 더불어 육질등급 도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내수시장을 확대를 위해서 돼지고기 소비홍보활동을 강화하고, 학교급식용으로 국내산 돼지고기 사용을 의무화하며, 수출부위의 군납 사용 등의 정책을 적극 검토하여야 하겠다. 앞으로의 양돈산업은 친환경적, 위생적 양돈산업의 이미지를 지향함은 물론 방역강화로 질병을 차단하고, 위생적인 돼지고기 공급으로 소비자 인식을 제고시켜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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