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소비 (대한양돈협회: 김동성 상무 )(5/7)
기획특집/소비 (대한양돈협회: 김동성 상무 )(5/7)
  • by 김오환
기획특집/소비 (김동성 상무 대한양돈협회)
중장기 목표아래 체계적으로 지속 실시
돈육시장 세분화해 마케팅 전략 수립을
소비자 구전 등 간접 효과 적극 노려야
자조금 조기 시행위해 민관 노력 급선무

기본을 다지고, 개인기를 갖추면서, 과학적인 통계분석을 하고, 고객만족을 극대화 하라.’
모 대기업에서 1년전 월드컵에서 불가능하게만 여겨졌던 한국 축구를 세계 4강에 끌어올려 한국인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전 세계인들을 감동시켰던 히딩크 감독이 남긴 교훈을 요약, 정의한 것이다.
감독 취임 초창기 ‘오대영’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외국과의 경기만 하면 5:0까지 깨지면서도 꿋꿋한 소신과 원칙을 잃지 않고 기본을 충실히 다져서 마침내 한국 축구를 4강에 진입시킨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결론이다. 기본에 충실하고 고객에게 만족을 줄때만이 최후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이다. 그러면, 히딩크 감독이 던진 메시지가 우리 양돈 산업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최근 몇 년간 우리는 기본에 충실한 양돈을 했다기보다는 對日 돼지고기 수출이라는 목표를 앞세우고 달려오지 않았나 자성해 본다. 수출에 가장 기본이 되는 방역과 안전성, 고품질 돼지고기 생산을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기초를 다지기보다는 수출에 따른 전략과 수출로 얻게 될 당장의 이익만을 먼저 생각했다. 그 결과는 어떤가? 현재 전국의 양돈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돈열은 결과적으로 대일 돼지고기 수출의 길을 더욱 멀게 만들고 말았다. 기본에 충실하지 않은 필연의 결과다. 반석 위에 집을 짓지 않고 모래 위에 지은 집은 기초가 부실해서 폭풍우만 한번 몰아쳐도 금방 허물어지고 만다.
이제 돈열 확산과 이에 따른 백신 전면접종(제주 제외)으로 대일 돼지고기 수출은 상당기간 어렵게 되었다. 금년 하반기 수출에 대비해 늘어난 돼지 사육두수는 과잉상태이다. 양돈협회가 4월2일부터 23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1%가 사육규모를 5%, 8.5%가 2~4%를 각각 감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당장 수출부위의 재고처리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양돈업계가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이다.

국내 경기침체와 이라크 전쟁, 개인대출 부담, 돼지콜레라 영향 등으로 소비심리도 IMF 이후 최악의 상태이다. 그 결과 돼지가격은 작년 9월 이후 7~8개월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4분기 출하두수는 전년보다 3.7% 증가했으나 돼지 지육가(전국 기준)는 kg당 535원(19%)이나 하락했다. 비육돈 1마리(100kg)당 3만7천원이나 떨어지고 생산비를 밑돌아 농가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 나갈 것인가? 필자는 무엇보다 먼저 국산 돼지고기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의 신뢰가 전제되지 않는 한 돼지고기의 소비증가 추세는 곧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2~3년간 유럽과 일본에서 발생한 광우병과 국내에서 발생한 구제역, 돼지콜레라 등으로 육류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반적인 인식이 부정적으로 기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긍정적으로 돌리고,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지 않고 지속적인 소비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제 생산만 하면 팔리던 시대는 지났다.
이를 위해서 양돈업계는 돈열과 구제역이 재발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리고 최근 소비자들의 요구인 안전하고 위생적인, 신선하고 품질 좋은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일에 일로매진해야 한다. 생산에서부터 유통, 가공, 판매까지 전 분야에 걸쳐 일관적인 위생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양돈장 품질인증제 시행과 HACCP 전면 적용, 돼지와 돼지고기의 추적(Traceability) 시스템 도입이 필수적이다.

또한 우리는 이제 소비자들에 대한 소비홍보방법과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지금까지 단편적이고 불황기에 집중했던 홍보방법을 단기목표와 중장기 목표를 분명히 설정한 후 체계적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육류시장의 소비구조와 연령별․성별․지역별 돼지고기시장의 세분화 작업, 세분화된 시장의 요구 파악, 시장 공략을 위한 마케팅 전략 수립 등 돼지고기 시장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소비자들의 뇌리에 국산 돼지고기는 안전하고 맛있고 품질이 높은 우수한 식품이라는 인식을 각인시켜야 한다. 돼지고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잘못 알려진 상식을 바로잡는 일도 우리가 꾸준히 해나가야 할 몫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린 아동과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홍보 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한다. 어릴 때 식습관이 평생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EBS를 통한 장기 교육프로그램도 고려해봄직 하다. 바비큐 등을 소재로 한 청소년 캠프 운영 등 소비자와 함께 하는 이벤트를 기획, 진행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영양학자와 한의사, 의사, 영양사, 조리사 등 건강과 식생활 주도 층에 대한 세미나, 학술발표회, 연구조사 지원 등의 프로그램도 중요하다. 또한 평소 언론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TV 프로나 신문․잡지의 기사를 통해 오키나와 등 장수마을 소개, 중금속 해독, 피부미용과 피로회복, 어린이 성장발육에 좋은 식품이라는 것을 소비자들의 의식 속에 자리 잡도록 돼지고기의 이미지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양돈업계는 작년과 재작년에 TV광고를 통해 돼지고기 소비를 확대하는데 많은 효과를 거양했다. 주부 대상 설문조사 결과, 작년에 방영한 TV광고를 통해 돼지고기 소비량은 총 3% 이상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TV광고는 불황기에만 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TV광고뿐만 아니라, 돼지고기와 관련되어 긍정적으로 취급된 기사홍보(publicity)나 프로그램의 방영이나 광고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소비자의 구전(word-of-mouth) 등과 같은 간접적인 파급효과도 적극적으로 노려야 한다. 요리전문 채널과 인터넷, 여성지 등 각종 미디어를 활용한 다양한 홍보방안도 모색돼야 한다.
소비자단체와 영양사협회, 조리사협회와의 공조체제 구축도 중요한 과제중 하나다. 이제 양돈 산업은 소비자와 함께 하는 산업이 돼야 하며, 하루 1천만식이 공급되는 단체급식에서 돼지고기의 비중을 높일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소비자단체와 연계해서 돼지고기 소비자가격을 낮추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 지난 5년간 돼지 산지가격은 13.9% 상승한 반면, 소비자가격은 91%나 폭등해 6.5배의 편차를 보이고 있다. 이는 돼지고기의 소비확대를 가로막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그밖에도 소비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돼지콜레라’를 ‘돼지열병’ 또는 ‘돈열’로 병명을 바꾸는 것이 좋겠다. 87년 ‘가성광견병’을 ‘오제스키병’으로 바꿈으로써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씻어주고, 소비위축을 막은 전례를 잘 고려해야 한다.

현재 양돈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수출부위(안심,등심,뒷다리)의 재고부담이다. 이들 부위의 소비를 늘리지 않고서는 돼지가격의 안정이 요원하다. 돈가스점 확대, 수제햄,소시지와 일명 ‘촉촉살’ 등 수출부위를 활용한 새로운 제품 개발, 학교 등 단체급식 확대, 통돼지에서 수출부위로 군납 방법 변경, 육가공품 소비 확대, 새로운 요리 개발․보급, 몽골․러시아․필리핀 등 수출 확대 등이 균형소비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터넷과 홈쇼핑을 이용한 새로운 판매망을 구축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00m 돈가스 시식회와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시식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위에서 열거한 홍보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뒷받침돼야 하므로, 의무자조금제도가 조기에 시행되도록 양돈업계와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겠다. 돈열 발생을 계기로 기본이 탄탄하고 고객에게 만족을 주는 산업만이 최후 승자가 될 수 있다는 히딩크의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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