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48개월간 투자한 인력·경제력 한 순간에 물거품(3/26)
기획특집/48개월간 투자한 인력·경제력 한 순간에 물거품(3/26)
  • by 김오환
기획특집/48개월간 투자한 인력·경제력 한 순간에 물거품
같은 종돈장서 구매한 농장서 잇달아 발생
방역당국 정밀 검사 후 발생원인 밝힐 듯
콜레라 청정국 지위 빨라야 내년 하반기 가능
생산농가 투매 자제해야 돼지 값 안정 예상돼

돼지콜레라 발생 현황과 향후 전망
○…근 100일 만에 돼지콜레라가 재발함에 따라 국내 양돈업이 최대 위기에 맞이했다. 게다가 발생 지역이 한 곳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전국 각지(20일 현재 충북 제주 강원 제외)에서 발생 또는 의심 돼지가 잇달아 신고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에 본보는 발생 현황과 향후 대책을 긴급 진단한다.…○

◆ 발생 현황
전북 익산 왕궁 지역에서의 돼지콜레라 발생이 처음 감지된 것은 17일 오전. 이날 농림부는 긴급 회의를 열고 수의관계자를 왕궁 양돈단지에 파견, 채혈을 실시토록 했다. 18일 오전 종돈업계와 간담회를 갖기로 한 김달중 축산국장이 이를 취소하고 현지로 출장간 사실이 알려지자 양돈관련업계는 심각함을 인식하면서 '양성' 쪽으로 기울여졌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18일 하오 검사 결과를 양성으로 최종 판명했다. 방역당국은 발생 농장의 역학을 조사하다 작년 10∼11월 돼지콜레라 발생했던 김포지역의 한 종돈장에서 2월 19일과 3월 12일 구매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감염 원인을 이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왕궁 돼지콜레라 바이러스도 김포에서 발생했던 Type 2로 밝혀지면서 이에 대한 신빙성을 높였다.

방역당국은 곧 바로 해당 종돈장에 수의과학검역원 직원과 방역요원 20명을 급파, 채혈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해당 종돈장은 3월 19일 오전 7시 본보 이-메일을 통해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 서부지소에서 18일 오전 우리 회사를 방문, 조사한 결과 아무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였고 42두를 채혈하여 검사 결과 전 두수 콜레라 음성으로 판명됐다"고 전해왔다. 또한 정작 해당 종돈장은 콜레라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여서 방역당국은 이 종돈이 직접적인 발병 원인이 됐는지 여부는 정밀 역학조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던 것이 19일 오후 경남 함안 지역에서 의심 돼지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정밀 검사 결과, 양성으로 판정하고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북 왕궁과 같은 종돈장에서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자 농림부는 19일 각 시도를 통해 이 종돈장이 분양한 28개 시·군 80여개 농장에 대한 혈청검사를 실시토록 지시했다.
이 결과 경남 김해 2개 양돈장, 충남 당진 2개 농장, 보령 2개 농장, 아산 1개 농장, 경북 상주 1개 농장에서 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인되는 등 파장은 더 커지고 있다. 또한 몇몇 농장은 이를 다시 재분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더욱이 돼지콜레라 바이러스 잠복기를 감안하면 앞으로 발생할 여지는 높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경기도 이천과 화성, 전남 화순에서 콜레라 증상 돼지가 잇달아 발견됐다.

이에 따라 농림부는 20일 전국 종돈장과 인공수정센터의 종모돈에 대해 임상관찰 및 채혈검사를 통해 방역실태를 긴급 점검토록 각 시도에 지시했다. 농림부는 발생 농장의 위험지역(반경 3km이내)과 경계지역(10km이내)을 설정, 이동제한조치를 실시하는 동시에 전국 양돈농가들에게 당분간 돼지 입식 자제는 물론 농장에 출입하는 사람과 차량에 대해 차단방역과 소독을 강화하고 떨이돼지 구매 중단을 당부했다.
농림부는 전북 익산 김제 전주 완주와 충남 논산지역 돼지 65만7천여마리에 대해 백신을 접종토록 한데 이어 경남 지역도 발생 농장 주변의 30만마리에 대해서도 백신을 접종토록 했다가 21일 전국으로 백신접종을 확대한 것이다.
이로써 돼지콜레라 박멸을 위해 99년 3월부터 2003년 3월까지 무려 48개월 동안 투입된 자금과 인력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된 것이다. 최홍렬 방역본부 사무국장은 "99년 3월 돼지콜레라 근절대책 추진을 위한 조찬 모임을 가진 후 4월 15일에 돼지콜레라박멸비상대책본부를 창립, 양돈농가 및 업계관계자들의 방역기금과 정부 지원 아래 전개된 돼지콜레라 박멸대책이 너무 허망하게 무너졌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 향후 돼지 값 전망
일반적으로 돼지콜레라가 발생하면 돼지고기 수출이 중단된다. 그러나 이는 수입국의 결정 사항이다. 작년의 경우 4월 철원에서 돼지콜레라가 발생했지만 일본이 제주산 돼지고기를 받아들임으로써(결국 5월 1일 구제역 발생으로 반송됨)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돼지콜레라가 국지적으로 발병한 것이 아니라 전국 여러 곳에서 발병했고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돼지고기의 지속적인 수출은 어려울 것으로 업계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경기도를 제외한 육지부는 98년부터 돼지콜레라가 한 건도 발생치 않았기 때문에 수입국들이 수출작업장으로 지정했으나 이번 발생으로 작업장 지정 여부는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돼지고기 수출 중단은 국내 공급 과잉을 초래해 돼지 값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필리핀과 러시아에 돈육 수출이 지속되면 다행이나 중단되면 후지 등심 등 재고량이 늘어나 국내 돈가 약세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시 말해 돈육 재고량이 많으면 유통업체들이 가공물량을 감축함으로써 출하물량이 적체되기 때문에 약세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따른 국내외 경기 불안으로 내수마저 위축돼 돈가가 상승할 여지가 좁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정규성 축산유통연구소장은 "러시아 수출재개로 유통업체들이 급매물을 회수할 움직임이 있었으나 콜레라 확산 이후 주춤하고 있고, 부분육 구매를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이어 양돈농가들이 투매를 자제, 돈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 돼지콜레라 청정국 조건
국제수역사무국(OIE) 규정에 따르면 과거 2년간 돼지콜레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를 청정국 지위를 부여하지만 한국은 해당 사항이 없다.
때문에 콜레라 발생국에서 박멸정책에 의한 청정국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예방접종과 살처분 정책 병행 시 마지막 감염동물 도축 후 1년간 돼지 돼지콜레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와 △예방접종 없이 살처분 정책만 수행 시 과거 6개월간 돼지콜레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한국의 경우 전자(前者)에 해당된다. 따라서 한국의 돼지콜레라 청정국 지위는 빠르면 내년 하반기나 2005년 상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는 이 규정에 의거, 시·도지시가 돼지콜레라 청정화를 마지막으로 선포한 후 국제수역사무국에 돼지콜레라 청정국 관련 증빙자료를 제출하고 청정국을 선언할 수 있다.
청정화 이후 방역관리는 한국 정부는 각 시·도지사로 하여금 분기별로 연간 도축두수의 1/1000 이상 항체검사를 실시토록 하고, 항원검사는 농장 위축돈, 항체 양성돈 위주로 검사를 실시토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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